'제2의 반도체' 수입처 다변화·기술개발 절실
우리나라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2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8대 핵심광물의 7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게 나타났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2차전지 핵심광물 8대 품목의 공급망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차전지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8대 핵심광물의 수입 의존도는 77.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을 다투는 일본(66.5%), 중국(60%), 독일(51.1%)에 비해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는 핵심광물 8개 품목 중 탄산리튬(칠레)과 황산니켈(핀란드)을 제외한 6개 품목의 중국 의존도는 평균 78%에 달했다. 5개 품목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도 중국 의존도가 61%로 높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낮다. 중국·독일은 품목별로 주요 수입국에 큰 차이를 보였다.
중국 의존도 83.3%에 달하는 품목은 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다. 황산망간·황산코발트도 중국 수입량이 77.6%를 차지한다. 또 산화리튬·수산화리튬 역시 중국 수입량이 전체의 81.2%에 달한다. 천연흑연(87.4%)과 이산화망간(69.6%), 산화니켈·수산화니켈(69%)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 일본은 이산화망간(92%)과 천연흑연(91.5%) 등 2개 품목에서, 중국은 산화니켈·수산화니켈(79.1%) 품목에서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것과 비교된다.
특히 8대 핵심광물의 90% 이상을 2개국에서 수입한다. 보고서는 "한국의 2차전지 핵심광물의 총 수입액은 일본과 함께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2차전지 8대 핵심광물 수입규모는 2020년 기준 10억6000만달러로, 일본의 11억3000만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수입규모는 4억8000만달러, 독일은 1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2차전지 주요생산국들은 중국산 의존도가 높게 나타났다. 수입액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중국 수입의존도는 58.7%로 가장 높았으며, 일본 41%, 독일 14.6%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차전지 핵심광물의 38.3%를 칠레에서 수입했다.
대한상의는 "중국, 미국 등 핵심광물 부존량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가들과 2차전지 글로벌 시장에서 다투는 것은 큰 핸디캡을 안고 경기에 임하는 것과 같다"며 "한국경제의 차세대 먹거리로 자리한 2차전지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특정국에 대한 지나친 수입의존도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정국가의 수입의존도가 높으면 공급망이 취약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할 경우에 이달말 발표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하위 규정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을 비롯해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핵심광물을 수입하는 비중은 평균 15%로, 내년부터 적용되는 미국 IRA 보조금 요건인 40%에 훨씬 못미치는 실정이다. 일본 28.4%, 중국 25.1%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에서 수입하는 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 비중은 고작 0.03%에 그치고 있다. 황산망간·황산코발트 비중은 2.6%, 산화리튬․수산화리튬 비중은 15.2% 정도다. 그나마 미국과 FTA가 체결돼 있는 칠레에서 89.3%의 탄산리튬을 수입하는 덕분에 평균이 15%로 올라간 것이다. 탄산리튬을 제외한 7개 품목의 총 수입액 중 미국 또는 미국 FTA 체결국 비중은 10.1%로 단기간에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보고서는 "최근 첨단산업분야에서 자국우선주의가 심화되고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같은 공급망 위기요인이 가중되고 있어 2차전지 핵심광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미국의 IRA 시행과 EU의 핵심원자재법 입법 논의 등은 핵심광물을 대부분 수입하는 우리나라 2차전지 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에 비해 중국 등 다른 경쟁국들은 광물 부존량과 조달상황이 우리나라보다 우위에 있어 상대적으로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에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핵심광물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는 2차전지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핵심광물의 지나친 특정국 의존도가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정부는 외교력을 결집해 공급망 위험을 분산시키는 한편, 기업은 코발트프리 배터리 등 희소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원천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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