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가 '정상'이라던 초르노빌, 방사능 오염 심각했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1 1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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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라던 IAEA 원전 부흥위해 피해규모 축소
강으로 유입된 '플루토늄'...시민들 식수원도 오염
▲그린피스 초르노빌 현지 조사 팀이 접근 제한 구역에서 토양 내 방사능 물질의 종류를 조사하는 모습 (사진=그린피스)


러시아군이 지난 2월부터 한달간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초르노빌(체르노빌의 우크라이나 발음 표기) 원전 일대의 방사능 피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달 17~19일 3일간 방사능 오염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한 초르노빌 접근 제한구역 현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초청으로 시작된 이 조사는 지난 4월 "초르노빌 주변의 방사선 상황은 정상적이다"고 밝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시작됐다.

조사지역은 1986년 원전 사고로 가동 중단된 초르노빌 원전 반경 30km의 접근 제한구역으로, 현재까지도 치사량의 수십배에 다다르는 방사선량을 내뿜고 있다. 러시아군은 초르노빌 원전 점령 당시 접근 제한구역에 대형 지하참호와 방공호를 구축했고, 현장에 주둔했던 600여명의 군인 가운데 상당수가 고농도 방사능에 피폭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지난 4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초르노빌 접근 제한구역 내 방사능 수치는 전쟁 이전의 '정상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IAEA 보고서는 제한구역 일대의 전반적인 토양샘플이 아닌 러시아군이 주둔한 참호의 토양만을 채취해 단순 수치만을 공개하고 있다. 또 구체적인 분석결과나 조사결과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 러시아군 주둔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 확산 문제를 검증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들이 초르노빌 접근 제한구역에서 조사하는 모습. 드론과 지상용 방사선량 측정기로 미리 고농도 방사선 지점을 확인한 후, 원거리에서 해당 지점의 세슘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실제로 그린피스가 초르노빌 내 러시아 군이 구축한 진지의 토양을 분석한 결과 IAEA가 같은 장소의 수치를 발표한 3개월 전에 비해 최소 3배 높은 2.5µSv(시간 당 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량이 확인됐다. 또 해당 지역의 토양 샘플에서 kg 당 최대 4만5000Bq(베크렐), 최소 500Bq의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볼 때 러시아군이 고농도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상대적으로 오염이 적은 지역으로 이동하며 방사성 물질이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러시아 군 진지와 진지에서 남쪽으로 600미터 떨어진 지역을 그린피스 자체 제작 UAV 드론으로 확인한 결과, 각각 250~270CPS (Count per Second, 대지에서 방출되는 감마선량 단위)와 8000 CPS의 감마선량이 확인됐다. 600m 거리를 두고 방사선량이 무려 40배나 차이나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지역이 아닌 핵 폐기물이 있는 곳과 거의 차이가 없는 수치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 대상 지역을 선정하기 위해, 맥킨지 인텔리전스 서비스(Mckenzie Intelligence Service, 지리·기후 정보 전문 기업)를 통해 확보한 위성 영상 정보를 토대로 초르노빌 접근 제한구역에 남겨진 다수의 러시아 군 진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러시아 군이 철수할 당시 대부분 지역에 대량의 지뢰를 매설해 접근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현지 지역의 방사능 및 화재 위험을 관리하는 과학자와 소방관들의 생명도 위험에 처해있다. 또 러시아군이 방사선 측정 도구와 소방 장비들을 파괴하거나 약탈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초르노빌 접근 제한구역의 오염 변화를 정상적으로 관리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성 영상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 군은 극도로 오염된 붉은 숲 지역에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토양 속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대기로 확산됐을 것으로 그린피스는 추정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식수원과 연결되는 주변 강의 방사능 오염도 우려된다. 확산된 방사성 물질에는 인체에 유입될 경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플루토늄·아메리슘과 같은 알파 방사선 핵종들이 포함돼 있다.

▲방사선 조사를 마친 그린피스 초르노빌 현지 조사 팀이 후 대인 지뢰가 없고 방사능 준위가 낮은 곳에서 방호복 탈복 전 오염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얀 반데푸타 그린피스 벨기에 수석 방사선 방호 전문가는 "곳곳에 설치된 대인 지뢰로 인해 조사팀이 조사를 진행한 곳은 극히 제한적이다. 러시아군이 군사 활동을 펼친 전체 지역을 조사하면, 방사성 물질의 확산으로 인한 피해 정도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IAEA는 협소한 지역에서 극히 적은 조사 샘플만 조사해 러시아군에 의한 초르노빌 피해가 없다고 전 세계에 공표했다. 그러나 우리의 조사 결과, 초르노빌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조사에 참여한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IAEA는 원전 사업의 부흥을 위해 초르노빌 방사능 수치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 아주 협소한 지역에서 적은 양의 토양만 조사해놓고 '문제 없다'고 한 것이다. IAEA는 거짓말을 하고있다"며 "특히 현재 IAEA 사무차장 미카일 추다코브는 1995년부터 러시아 국영원자력기업 로사톰(Rosatom, 전 세계 1위 원자력 기업으로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신규 원전 건설 추진) 등에서 근무한 만큼, 공정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로 확보한 샘플의 정밀 분석을 진행해 별도의 보고서를 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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