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해마, 복잡한 장소 기억하는 방식 다르다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1-19 14:50:52
  • -
  • +
  • 인쇄
KIST 세바스쳔 로열 박사, 쥐 실험 통해 확인
우리의 뇌는 지형지물이 많고 복잡한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을 기억하는 방식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세바스쳔 로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박사팀은 장소기억을 담당하는 뇌 해마의 장소세포가 바코드(bar code)처럼 빈도 코드(rate code)와 위상 코드(phase code)를 이용해 장소를 저장하고, 장소의 복잡성 등 특성에 따라 장소세포 활성화 영역과 사용전략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뇌의 해마는 공간과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 덕분에 인간은 길을 찾거나 특별한 장소를 기억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이미 밝혀졌다. 그러나 위치나 공간에 대한 장기기억을 형성하고 저장하는 장소세포가 특정 장소에서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공간실험을 진행했다. 첫번째 실험에서는 공간훈련 장치인 트레드밀의 긴 벨트에 아무 물체가 없는 구간과 작은 물체를 다수 배치한 구간을 만들고 쥐가 차례로 달리도록 했고, 두번째 실험에서는 물체들이 들어있거나 완전히 비어있는 원형 통에 쥐를 넣고 훈련했다.

▲해마 영역 세포 CA1의 빈도 및 위상 코드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트레드밀 실험 (자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공간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소영역인 'CA1'과 'CA3'에 실리콘 탐침 전극을 심어 장소에 따라 신경세포 활성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실험에서 모두 해마에는 공간·위치·물체의 상황과 환경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뇌 영역과 별개의 입력장치를 사용하는 병렬적 정보처리 메커니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체가 없는 환경의 기억은 CA1 표면층에 있는 세포 집단이 활성화되면서 신경세포 하나가 활동전위를 발생시키는 횟수인 빈도 코드(rate code)를 통해 저장된다. 반면에 물체가 풍부한 환경의 기억은 CA1 심층부 세포 집단이 활성화되면서 여러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활동전위 사이의 시간적 간격인 위상 코드(phase code)를 이용해 저장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어떤 장소의 포괄적인 위치와 공간 감각 같은 정보에는 해마 CA1 표층부 세포의 빈도 코드가, 물체의 정확한 위치 및 공간과의 관계 같은 세부 정보에는 CA1 심층부의 위상 코드가 더 많이 연관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물체를 완전히 비우거나(좌) 배치한(우) 원형의 통을 이동할 때 CA1 장소세포의 활성 정도

연구팀은 또 단순한 환경에서는 주로 CA3가 감마파를 통해 CA1 표층부 세포를 자극하고, 복잡한 환경에서는 내후각 피질 영역이 작동해 CA1 심층부 세포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세바스쳔 로열 박사는 "이번에 밝혀낸 해마의 정보처리 방식은 기억의 기초 원리를 더 심층적으로 밝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알츠하이머성 치매, 기억상실, 인지장애 같은 해마 손상 관련 뇌 질환을 치료 및 진단하는 기술과 함께 생물학적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런'(Neuron) 최신호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