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풍력발전단지에서 발생한 화재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한달전 엿가락처럼 휘어지면서 파손사고가 발생했던 풍력발전기에서 이번에는 불이 나고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노후 풍력설비의 안전관리 문제와 작업 환경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속에서 풍력발전 설비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안전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소방당국은 24일 오전부터 화재가 발생한 풍력발전기 진화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불이 난 지점이 지상 약 80m 높이의 고공인데다, 발전기 내부에 남아있는 기름이 계속 타면서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고가 사다리차를 동원했지만 강한 바람으로 물이 정확히 닿지 않았다. 발전기 잔해에서 연기가 계속 올라오고 있어 소방대원들의 진입도 쉽지않다. 이에 당국은 풍력발전기 주변 잔불 정리에 집중하는 한편 진화를 위한 헬기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지난 23일 오후 1시 11분경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 19호기에서 발생했다. 당시 발전기 상단에서 정비작업을 하던 근로자 3명이 지상 출입구와 추락한 블레이드(날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외주 유지·보수업체 소속으로,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균열을 점검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붙은 발전기 날개 일부가 떨어지면서 주변 야산으로 불이 번졌지만, 소방당국이 헬기 15대와 장비 50여대, 인력 140여명을 투입해 진화했다. 다만 발전기 자체 화재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중대재해수사팀은 시공·정비업체 등 관계자 전반을 대상으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관리 책임 구조를 확인하고 있다. 다만 발전기 철거 이전에는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이 어려워 수사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후 풍력발전기의 안전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고가 난 설비는 2004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설계수명 20년을 훌쩍 넘긴 구형 발전기로, 내부에 승강 설비가 없어 작업자들이 사다리를 이용해 약 80m 높이까지 이동해야 하는 구조다. 단지 내 다른 풍력발전기 24기도 2005년 준공된 구형 발전기다.
이같은 구조에서는 화재 등 비상상황 발생시 신속한 탈출이 어려울 수 있다. 실제 일부 시민단체는 구형 풍력발전기에는 외부 탈출 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작업자 안전이 취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덕의 풍력단지는 지난달에도 발전기 블레이드 파손과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던 곳이어서 관리 부실 논란이 더욱 커졌다. 지난달 2일에는 가동 중이던 풍력발전기 21호기의 블레이드가 파손되면서 타워구조물(기둥)이 꺾이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가 재가동을 앞두고 점검 중 이번 화재가 발생했다.
풍력발전기 사고는 최근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남 양산, 강원 평창, 경북 영천 등에서도 화재가 잇따르면서 노후 설비 전반에 대한 안전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기후에너지 정책 당국과 전기안전공사, 환경청 등이 현장에 투입돼 사고 수습과 원인 파악을 진행 중이며, 전국 노후 풍력발전기와 동일 제조사 설비를 대상으로 긴급 점검이 실시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며,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기술 지원과 현장 점검 강화를 지시했다. 사망자 부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발전설비 정비 과정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영덕군은 해당 풍력발전기를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지난달 사고 후 2기는 이미 철거됐으며, 남은 22기의 발전기도 모두 철거할 것을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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