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싹쓸이' 고소득 국가들 백신관광으로 '돈벌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2 07: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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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겸 백신접종 '백시케이션' 상품 출시
고소득 국가는 백신 71%..저소득국은 '3%'


못사는 나라들은 백신 보유량이 3%에 그치는 반면, 잘사는 나라들은 백신이 남아돌아 관광상품까지 만들어 '돈벌이'를 하고 있어 코로나19 백신이 또다른 사회 불평등을 낳고 있다.

미국 뉴욕주 보건당국은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시 관광객 대상 백신접종 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발맞춰 태국의 여행사 '유니타이트립'은 미국 백신관광 상품을 내놨다. 행선지는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 등이며, 존슨앤존슨 백신과 화이자 백신을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2400~6400달러(약 300~700만원)선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여행사 '월드 비지터'는 러시아에 머무르며 스푸트니크V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하는 관광상품을 출시했다. 오스트리아 여행사 '임프라이젠'도 3000~4000유로(약 400~500만원)선에서 코로나 예방접종과 숙박·관광이 포함한 올인클루시브 여행패키지를 예약받고 있다.

이처럼 최근 백신이 남아도는 북미·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백신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돈만 내면 백신 접종과 관광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이른바 '백시케이션'(Vaxication:백신+베케이션 합성어)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백신관광 여행사들은 유통기한이 있는 백신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지역사회 경제를 살린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 국가들이 '백신관광'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확보하고 있는 백신 물량이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미국 듀크대학교 조사결과에 따르면 7일 기준 전세계 백신 생산량은 91억회분에 달했다. 이는 인류 전체가 맞아도 충분한 백신의 양이다. 그런데 몇몇 고소득 국가들은 이 가운데 65억회분이나 차지하고 있다보니, 저소득 국가들에게 돌아갈 백신이 거의 없는 상태다. 앞으로 생산될 백신들도 고소득 국가들이 이미 예약해놓은 물량이 대부분이다.  

▲국가 소득별 백신 분량 확보 숫자 (출처=미국 듀크대학교)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신 불평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전세계 '백신 불평등' 현황을 두고 "파멸적인 도덕적 실패"로 요약했다.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테워드로스 총장은 "전세계 인구의 47%를 차지하는 저소득층과 중하위 소득계층이 전세계 백신의 17%만 받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백신을 확보한 국가 내에서도 불평등은 커지고 있다. 백신관광을 위해 타국으로 비행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은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한 사람이나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생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흑인, 히스패닉,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백인에 비해 코로나19 사망률이 높다. 또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백인 접종률이 흑인 접종률에 비해 2~3배 높게 나타난다.

미국 생명윤리분야 최고 권위자인 아서 캐플란 뉴욕대 그로스만의과대학 교수는 "외국인들이 들어와 미국인을 위한 백신 접종 분량을 차지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백신 '부스터샷'(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 접종)이 필요할지 모르는 상황에 당장 백신이 충분하다고 아무나 줄세워 맞추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날을 세웠다. 캐플란 교수는 "내년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전염병연구정책센터 마이클 오스터홀름 소장은 "저소득 국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속 퍼지도록 둔다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고, 매번 사례마다 백신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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