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 무색하게 번지는 산불...기후변화가 가져온 '환경 재앙'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6-04 0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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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불씨가 된 '극한 가뭄'
'자연기반해법'으로 재발 방지해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산불 발생 사흘째인 2일 오후 군용 헬기가 화재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헬기 주변으로 산림이 불에 타 시커멓게 그을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3월 역대 최악의 '강릉-동해 산불'이 발생한지 불과 석달만에 밀양 등 경남지역에서도 잇딴 대규모 산불로 축구장 1060개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6월 5일 '환경의 날'이 무색해질 정도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 산 41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3일 오전 10시 현재 72시간만에 주불이 겨우 잡혔다. 축구장 1060여개 면적에 해당하는 763헥타르(㏊)의 숲이 이미 다 타버린 후였다. 다행히 인명과 시설피해는 없었다.

이번 산불로  '산불 3단계'와 산불국가위기경보 '심각'이 발령됐다. 산불 3단계는 피해추정면적 100~3000㏊ 미만, 평균 풍속 11m/s 이상, 진화 시간 24~48시간일 때 발령된다.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는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대형산불로 확산될 개연성이 높다고 인정될 때 발령된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 200대, 지상 진화인력 8412명을 투입했다. 산불진화 헬기는 산불 규모 대비 최고 수준인 하루 57대가 동원됐다.

정확한 산불 원인은 규명중이지만, 산림청은 '극심한 가뭄'을 진화를 더디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밀양군 부북면 산불은 산림청이 산불통계를 시작한 1986년 이래 가장 늦은 시기에 발생한 산불이다. 통상 녹음이 푸르른 5월로 접어들면 산불은 거의 발생하지 않으나 이번엔 6월까지 산불이 발생한 것이다. 50년만의 겨울 가뭄에 이어, 봄 가뭄까지 겹치면서 나무들은 불씨를 더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국가기후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올 5월은 예년보다 고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최근 10년동안 강수일수가 가장 적었고, 강수량은 지난해의 40분의 1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발생한 산불 건수는 586회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산불 건수인 480.9회를 한참 웃돌았다. 문제는 밀양 산불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5월들어 비가 예보된 날에 비가 온 적이 거의 없어 땅은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노르웨이 환경단체 그리드-아렌달은 지난 2월 '산불처럼 번지다-이례적인 산불 위협의 증가 보고서'에서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화재가 2030년까지 최대 14%, 2050년 3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산불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지난 2일(현지시간)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루마니아, 노르웨이 출신 200여명의 소방대원과 물자를 그리스에 배치시켰다. 2021년 8월 30년만에 몰아닥친 열파현상으로 그리스에서 하루평균 65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런 산불로 그리스의 숲은 총 12만㏊가 사라졌다. 워낙 피해규모가 크다보니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산불 방지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 산림청도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앞으로 대형 산불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산불대응체계도 개편할 예정이다. 현재 초기대응과 1·2·3단계로 편성된 산불대응체계에 최고단계로 '초대형 산불'을 추가할 계획이다. '초대형 산불'은 피해면적이 여의도의 3~4배 수준인 1000㏊ 이상일 경우로 규정하는 것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당장 피해규모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발방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불 피해지역을 복원하고, 산불에 강한 튼튼한 산림을 조성하려면 '자연기반해법'이 중요하다. 불탄 숲을 그대로 둬서 죽어 쓰러진 나무들이 비옥한 양분으로 축적되도록 하고, 뿌리가 살아있는 나무와 새로 싹을 틔운 나무들이 자라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자연기반해법으로 40년 정도의 숲이 탄소저장기능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불과 3년이다. 비옥한 양분을 기반으로 나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대부분의 탄소는 토양과 뿌리에 저장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산불피해목을 베어내는 방식으로 복원을 진행하다 보니 산림 스스로의 회복력을 파괴하고, 산사태나 홍수같은 2차 피해를 유발한다. 게다가 더욱 빠른 탄소 방출환경이 조성되면서 산불의 근본 원인인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을 낳는 것이다.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는 현행 산불피해 복원 관행에 대해 "숲이 멀리 뛰기 위해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데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형국"이라며 "산불피해목의 모두베기 벌목은 민간발전소의 부족한 땔감을 세금으로 보전해주기 위한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산불복원은 반드시 자연기반해법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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