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따뜻해진 담수...美 뇌먹는 아메바 '기승'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9-22 14:57:40
  • -
  • +
  • 인쇄
파울러자유아메바, 기후변화로 서식지 확장
▲일명 '뇌 먹는 아메바'라고 불리는 파울러자유아메바 (사진=CDC)

기후변화로 담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미국 일부지역에서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아메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명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이 아메바는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라는 희귀한 원생 생물이다. 이 아메바는 코를 통해 몸에 침투한 다음, 뇌로 이동해 조직을 파괴하면서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을 일으킨다.

21일(현지시간)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은 2012년~2021년 사이 31건만 보고됐을 정도로 드물지만 1962년~2020년 보고된 감염자 151명 중 4명만 생존했을 정도로 치사율이 매우 높다.

이 아메바는 30도~46도 사이의 따뜻한 담수에서 서식한다. 따라 물의 기온이 높을수록 번식이 활발해진다. 미국에서는 이 아메바의 서식범위가 대개 남부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북쪽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2021년 한 연구에 따르면 감염률은 변하지 않았지만 아메바가 남부에서 중서부 지역까지 이동해 미네소타주 북부에서도 발견됐다.

올 8월 네브래스카주에서 한 아이가 사망하면서 이 아메바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직전 7월에는 아이오와주의 한 호수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근기상관측소에 따르면 사망자가 아메바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7월 4일 즈음에는 이틀 연속 35도 안팎의 고온을 기록했다.

찰스 거바(Charles Gerba) 미국 애리조나대학 미생물학자는 "대부분의 피해는 18세 미만의 남성에게서 발생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린 남자아이들은 병원체가 서식할 위험이 있는 호수나 강 등에서 놀 가능성이 높아 그만큼 병원체에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윤 셴(Yun Shen) 미국 캘리포니아리버사이드대학 환경공학자는 "따뜻한 온도는 파울러자유아메바와 같은 병원체를 번식시키고 사람들이 야외 호수 등에 들어가도록 유도해 더욱 위험할 수 있다"며 "기후변화로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따뜻한 날씨와 함께 병원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기온뿐만 아니라 홍수, 가뭄 등 기후변화로 악화되는 기상이변 또한 병원균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셴 박사에 따르면 가뭄지역에서는 병원체가 수역에 집중돼 인간이 수역과 접촉할 때 병원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홍수가 난 경우 물이 인간에게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환경 내 병원체를 신속히 검출할 수단이 없어 병원체의 정확한 분포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더욱 이상한 점은 매년 따뜻한 민물에 입수하는 수억 명의 사람 중 아메바에 감염되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규제기준을 지정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거바 박사는 자연담수에서 수영을 할 때 지킬 몇 가지 주의사항을 권고했다. 따뜻한 민물에서는 물이 코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를 물 속에 넣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어린이의 경우 수영용 노즈클립을 착용하는 것도 좋다. 진흙과 토양도 감염돼 있을 수 있어 전문가들은 물 속 바닥이나 퇴적물을 파지 않을 것을 권했다.

거바 박사는 "물의 표면온도가 오르면서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 판교·방배 사옥 경찰 압수수색…서버폐기로 증거은닉 의혹

해킹사고 처리과정에서 서버를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T가 압수수색을 당했다.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

셀트리온, 美에 1.4조 韓에 4조원 투자..."4Q 실적 턴어라운드"

일라이 릴리로부터 미국 공장을 인수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한 셀트리온은 의약품에 대한 미국 관세리스크를 털어내고

한국ESG기준원, ESG평가 'A+등급' 20곳...올해도 S등급 'O'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 신한지주와 현대백화점, 현대로템 등 20개 기업이 한국ESG기준원에서 주관하는 '2025 ESG 평가'에서 통합등급 'A+'를 획득했다. 이

CJ제일제당 '빨대없는 스토어' 캠페인...대체소재로 PHA 제안

CJ제일제당이 자원순환사회연대(NGO), CJ푸드빌과 함께 일회용 석유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한 '빨대없는 스토어 만들기(Be Straw Free)' 캠페인을

호텔신라, 친환경 운영체계 구축 나선다

호텔신라의 모든 호텔 브랜드가 친환경 호텔로 도약한다.호텔신라는 글로벌 친환경 인증기관인 '환경교육재단(FEE; Foundation for Environmental Education)'과 업

KT 새 대표이사 후보군 33명...본격 심사 착수

KT의 대표이사 후보 공개모집이 마감되면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이 33명으로 확정됐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16일 진행한 대표이사 후보

기후/환경

+

[COP30]"BTS에 영감받아"...K팝 팬들도 '탈탄소화' 촉구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는 브라질 벨렝에서 케이팝(K-팝) 팬들이 '문화 분야의 탈탄소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K-팝

내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1700톤 쓰레기 어디로?

내년부터 수도권 지역에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행됨에 따라, 소각장 설비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경기도와 서울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예기치 못

[COP30] 산림지키는 기후총회에...농업 로비스트 300명 활동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300명이 넘는 농업 로비스트가 몰리자, 원주민과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COP30] AI는 기후위기 해결사? 새로운 위협?

인공지능(AI) 기술이 기후대응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시에 막대한 전기수요를 발생시켜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18일(현

섬에서 새로 발견된 미기록 곤충 55.5% '열대·아열대성'

국내 섬 지역에서 발견된 미기록종 곤충 가운데 약 절반이 열대·아열대성 곤충인 것으로 나타났다.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농촌 기후대응 직불금' 도입되나...기후보험 대상 확대

기후변화로 인해 농작물을 재배하기 적합한 지역이 바뀌는 경우나 기후변화 대응 품종을 도입할 때 직불금을 주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정부는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