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개 공약 남발하더니...46년만에 개최된 물총회 '빈손'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27 15: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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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0만명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는데
물 의제 행동 실행자금 390조..논의도 안돼
▲전남 순천시 상사면에 있는 주암댐이 20일 오후 말라붙어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극심한 가뭄이 1년가량 이어지면서 광주·전남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의 저수율은 이날 21.53%까지 내려갔다. (사진=연합뉴스)


반세기만에 '유엔 물총회'가 열렸지만 '물 확보'도 안됐는데 '물 관리'를 논의하는 등 어설픈 목표로 반쪽회의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각국 정부 대표단, 과학자, 학술단체, 원주민, 청년단체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2일~24일 개최된 '2023 유엔 물총회'가 그 어떤 국제적 협약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허무하게 끝냈다. 이번 물총회는 1977년 아르헨티나 마르 델 플라타에서 열린 이후 46년만에 열린 두번째 세계총회였다.

현재 전세계는 심각한 '물 위기'를 겪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20억명이 안전하지 않은 물을 마시고 있고, 36억명이 정수되지 않은 물에 의존해 살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120만명 이상이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특히 질병에 취약한 5세 미만 어린이가 매일 700명 이상씩 설사로 사망한다. 지금 추세로 간다면 2030년에 물 수요가 물 공급을 40%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데도 '2023 유엔 물총회'는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을 합의하는데 실패했다. 이번 물총회에서는 중앙·지방정부, 비정부기구(NGO), 기업 등이 물위기 대처를 위한 자발적인 목표 700여개를 '물 행동 의제'에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행사 주최측은 이번에 마련된 '물 행동 의제'가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릴 예정인 기후총회(COP28)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이나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레임워크와 같은 국제조약으로 굳어지면서 어느 정도 강제성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 행동 의제'를 실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금액은 총 3000억달러(약 39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재원이 어떤 방식으로 마련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의 의제는 크게 물 관리격차 해소, 물 위생 투자, 물 회복력, 기후변화 대응 등 4갈래로 나뉜다. 하지만 기업형 농업, 채굴산업 등 다국적기업과 공권력이 결탁해 민간인으로부터 수원을 빼앗거나, 선진국들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진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물 관리에 앞서 당초 물 자체가 부족해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콜롬비아 마니살레스 시에 거주하는 후안 가브리엘 마르티네즈 씨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이 무장한 민병대를 동원해 지역 주민들의 식수원을 점거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번 물총회는 정부나 민간기업, 특정 거대 NGO에게만 발언권이 주어지는 매우 요식적인 행사"라고 비판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의 청년활동가 마나 오마르는 씨는 "케냐 카지아도현의 유목민들은 가뭄으로 점점 더 수원 자체를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물 행동 의제는 다양성이 결여돼 있고, 법적 구속력이 없어 어떤 책임을 물거나 이행을 요구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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