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돌탑쌓기...맹꽁이 숨쉴 곳 사라진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4 16:28:22
  • -
  • +
  • 인쇄
피부호흡하는 양서류에게 필수인 그늘...돌 옮기면 없어져
▲금오름 분화구 내 돌탑.(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 금오름 탐방객 사이에서 유행하는 돌탑쌓기로 분화구의 돌들이 마구 옮겨지면서 맹꽁이 등 양서류가 햇볕을 피할 그늘이 줄고 있다.

지난달 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금오름 내 양서류 서식지 보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금오름이 최근 사진 명소로 주목받으면서 인파가 몰려 오름 훼손이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탐방객들이 금오름 정상 분화구의 습지 주변에 쌓은 돌탑으로 인해 양서류의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단체는 지적했다.

탐방객들이 습지 주변에 널려있는 돌들을 주워 무심코 쌓은 돌탑이 양서류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돌탑을 쌓는 데 쓰는 돌들은 양서류에게 꼭 필요한 그늘을 준다. 피부호흡을 하는 양서류는 피부가 항상 촉촉해야 숨을 쉴 수 있어 물과 가까운 곳이나 숲이 우거진 곳에 산다. 하지만 금오름 분화구에는 나무와 수풀이 거의 없어 이곳에 서식하는 양서류에게는 화산송이(화산석)가 유일한 그늘이다.

탐방객들이 돌탑을 쌓으려 이 돌들을 옮겨버리면 양서류가 머물 그늘이 사라져 호흡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제주도롱뇽은 번식을 시작했지만 알 또한 햇빛을 피할 곳이 없다.(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금오름은 산 정상부에 52m 가량 깊이의 분화구가 형성된 화산체로, '금악담'이라 불리는 화구호 습지를 지닌 오름이다. 이곳은 우마를 방목했던 곳으로 유기물이 풍부해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를 비롯해 제주도롱뇽, 큰산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가 서식하는 곳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최근 이곳에서 맹꽁이 330여개체와 10만여개의 맹꽁이알이 확인되기도 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그동안 탐방객 급증에 따른 금오름 훼손 문제가 지적됐지만 제주도는 금오름이 사유지여서 오름 관리를 강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맹꽁이 등 법정보호종을 비롯한 생태계가 더이상 위협받지 않도록 행정 당국이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적했다.

단체는 오름 분화구에 만들어진 돌탑들을 허물어 원상 복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내표지판 설치를 제안했다. 또 금오름 분화구 습지 보전방안을 수립하고 다른 오름 분화구의 보전관리 방안도 점검할 것을 요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