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기저귀'로 지은 집...온실가스·폐기물 저감 '일석이조'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5-24 15:54:24
  • -
  • +
  • 인쇄
플라스틱 오염 주범 건축자재로
고갈위기 모래 기저귀로 8% 대체
▲연구팀이 '기저귀 콘크리트'로 지은 모델하우스(사진=네이처/Muhammad Arief Irfan)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일회용 기저귀를 건축자재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본 기타큐슈시립대학교 환경건축공학대학원 바트 드완커 교수 연구팀은 기저귀 폐기물이 36㎡ 크기 단층집에 쓰이는 콘크리트와 회반죽의 모래를 8%가량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집을 지으며 실험을 진행했다. 염화나트륨으로 세척하고 건조시킨 기저귀를 잘게 분쇄해 각기 다른 비중으로 섞었다. 기저귀 함량에 따른 강도 차이를 측정하기 위해 총 6종을 시범 건축자재로 사용했다.

그 결과, 단층집의 기둥과 보는 콘크리트 모래의 27%를 기저귀로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칸막이벽은 회반죽을 만들기 위한 모래의 40%를 기저귀로 대체할 수 있었다. 또 기저귀 폐기물에는 흡수성이 높은 고분자 섬유가 들어있어 적정 비중이 섞이면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여 균열을 방지하는 자가회복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자재 내 기저귀 비중이 높을수록 압축강도가 떨어져 힘을 가장 많이 받는 바닥재의 경우 모래 대체율이 9%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차량 2.5대 주차공간 크기의 36㎡ 규모의 단층집을 기준으로 주택의 안정성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전체 혼합재 용량의 8%를 기저귀로 대체할 수 있었다. 이때 쓰인 일회용 기저귀 폐기물을 매립지 면적으로 보면 1.7㎥ 크기다.

일회용 기저귀는 대표적인 생활쓰레기로 플라스틱 오염의 주범이다. 매년 1670억개의 일회용 기저귀가 생산되면서 2485억배럴의 원유가 소비되고 있다. 대부분 소각·매립되는 기저귀 폐기물 가운데 384억톤의 기저귀가 고형폐기물로 매립장에 쌓이고 있다. 매립장에 쌓인 일회용 기저귀에서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최대 84배 강력한 메탄이 새어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저귀 폐기물을 활용한 건축자재가 상용화될 경우 환경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실험이 진행된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구성장률이 높아 주택수요가 늘고 있고, 매년 신생아도 늘면서 버려지는 일회용 기저귀 폐기물은 60억개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저비용에 환경부담이 적은 '기저귀 콘크리트'가 각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같은 시도는 최근 부족한 모래 수급에 시달리는 건축업계의 부담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모래는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자원이다. 입자가 너무 고운 사막 모래는 건축자재로 적합하지 않아 매년 500억톤의 모래를 강바닥이나 호수에서 긁어모으고 있다. 이로 인한 생태피해는 물론 모래 자체도 거의 고갈되면서 모래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름세다. 인구증가로 모래 수요는 2060년 45% 늘어난다는 전망치도 나오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물가 상승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논문의 주요저자인 시스완티 주라이다 박사과정 연구원은 "비용절감의 핵심은 수요지역 내에서 수급 가능한 자재에 있다"면서도 "다만 이같은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지자체에서 기저귀 폐기물을 더 쉽게 분쇄하고, 세척할 수 있는 특수장비와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지난 1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출판그룹의 온라인 오픈 액세스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