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높아진 지구...뉴욕기후주간 화두는 'VCM과 원전'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0-08 16: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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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뉴욕기후주간을 앞두고 뉴욕 브루클린 대교에서 환경운동가들이 시위에 나선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전세계가 전례없는 수준의 더위를 기록했던 올해 열린 '뉴욕기후주간'에서는 빨라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실용주의'가 강조되면서 자발적 탄소시장(VCM)과 원자력발전이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해진만큼 민간부문에서 속도감있게 탄소저감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두된 것이다.

RE100 주관사인 더클라이밋그룹이 2009년부터 주최하고 있는 '뉴욕기후주간'은 매년 9월 마지막주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와 맞물려 세계 최대 민간 기후행사로 개최되고 있다. 올해 행사인 '2024 뉴욕기후주간'은 지난달 29일 개막해 8일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올해는 600여개 온오프라인 행사에 10만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뉴욕기후주간의 캐치프레이즈는 '때가 됐다'(It's Time)다.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1년간 전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대비 1.64℃ 높았다. 역대 어떤 시점의 12개월 기간 평균기온 중에서도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전세계가 약속했던 '1.5℃ 목표' 달성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다.

이에 기후위기 대응을 실제로 이행하는 민간부문의 역할이 뉴욕기후주간에서 강조됐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1만여개 기업에 대한 탄소배출량이 일반 대중에 공개되는 등 보고체계를 비롯한 규제틀은 성숙해지고 있지만, 결국 관건은 이행주체인 민간부문이 속도감 있게 탄소저감을 이뤄내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뉴욕기후주간에서는 이행주체인 민간부문의 참여를 끌어낼 방안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 '자발적 탄소시장(VCM)' 잠재력 재조명

올해 뉴욕기후주간의 핵심은 '자발적 탄소시장'(VCM)이었다. 주최측은 아예 지난달 25일 하루를 'VCM 데이'로 정하고 기후대응에 있어 VCM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짚었다. VCM은 국제조약이나 정부규제에 따른 감축의무가 없는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탄소감축 사업을 벌이고, 감축한 탄소를 거래하는 시장이다.

VCM을 구심점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활성화되면 민간에서의 탄소중립 노력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고, 기술개발을 위한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1년 VCM 거래규모는 20억달러(약 2조6950억원)까지 늘었지만, 탄소배출권의 탄소상쇄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년 연속 거래량이 7억2300만달러(약 974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이날 전문가들은 "VCM이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여전히 주효하다"고 평가했다. VCM 신뢰성 제고를 목적으로 출범한 민간기구 VCMI의 마크 켄버 전무이사는 "VCM은 민간 행동, 특히 개발도상국의 신흥시장에서 배출량 감축과 제거를 위해 중요한 재원을 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MSCI 헨리 페르난데스 회장은 "VCM이 기후위기 해결책의 일부가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VCM은 활력을 얻을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뉴욕기후주간 개막 이틀전인 지난달 20일 탄소크레딧 파생상품 상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탄소크레딧에 대한 신뢰도를 미 국무부가 보장하는 금융플랫폼 에너지트랜지션엑셀러레이터(ETA)에 메타, 넷플릭스 등 20여개 빅테크 기업이 지지의사를 밝혔다. 같은날 아마존, 바이엘, 보스턴컨설팅그룹, 캡제미니, H&M, 월마트 등 6개 기업은 1억8000만달러(약 2429억원) 규모 탄소크레딧 구매를 결정했다.

◇2℃ 제한도 불확실...다시 힘받는 원전

이번 뉴욕기후주간에서는 핵폐기물 문제로 뒤켠에 물러나 있던 원자력발전이 다시 논의의 장으로 이끌려 나오게 됐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는커녕 2℃ 이내로도 제한하기 어려워지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상승한 에너지가격, AI로 인한 에너지수요 폭증으로 수단을 가릴 상황이 아니게 되면서 '실용주의'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뉴욕기후주간 행사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스, BNP파리마,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14개 금융기관은 2030년까지 원자력에너지 설비용량을 3배 확대시키는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선언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이 선언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22개국이 서명한 바 있다.

이밖에도 지난달 24일 더클라이밋그룹은 이번 기후주간 행사에서 구글, 아스트라제네카, 보다폰 등이 창립 회원사로 참여한 '24/7 무탄소이니셔티브 연합'을 출범시켰다. 원전을 비롯해 무탄소 그리드망을 구축해 24시간 연중무휴 100% 무탄소 전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단체로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지구건강검진' 진행...생물다양성 화두

지난달 23일에는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가 뉴욕기후주간에서 '지구건강검진'을 진행하면서 생물다양성이 화두에 올랐다. 당장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고 해도 기후변화가 일정기간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탄소저감뿐 아니라 앞으로 야기될 생태적 영향도 최소화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PIK에 따르면 전세계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지구위험한계선'은 생물다양성 손실, 해양산성화, 토지 변화, 담수 변화, 오존지수, 대기오염, 부영양화, 기후변화, 화학물질 오염 등 9개다. 이 가운데 해양산성화·대기질·오존층 변화를 제외한 6개 지표가 한계치를 넘은 상태다. 이에 따라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특정기간 기후위기 영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안전지대'를 파악하고, 생태영향을 최소화해 자원을 유지할 해법을 도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구건강검진' 연구에 참여한 일본 도쿄대학 부총장 이시이 나오코 박사는 "민간기업이 자연에 투자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파괴에 따른 리스크를 식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자연자본을 지키면서 탄소흡수도 병행하는, 즉 리스크를 투자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자연기반해법이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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