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지구]폐수 정화했는데 왜 병균이?…미세플라스틱 속에 숨었다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11-07 14:41:38
  • -
  • +
  • 인쇄

한번 생산되면 사라지는데 500년 이상 걸리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 참혹하다. 대기와 토양, 강과 바다. 심지어 남극과 심해에서도 플라스틱 조각들이 발견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 지구를 뒤덮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제적인 플라스틱 규제가 마련되려는 시점을 맞아, 플라스틱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보고 아울러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기업을 연속기획 '플라스틱 지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폐수 속 병원균들이 미세플라스틱 속으로 숨어 폐수 처리 과정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 생명과학대학의 잉군 룬드 비쵸 박사가 이끄는 수의학부 연구팀은 기존 폐수 정화 처리로는 물속 미세플라스틱에 숨어 있는 여러 병원균을 죽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공개했다.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과 폐기량이 증가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생산·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5㎜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하수를 통해 수질·해양 오염을 일으키며 먹이사슬을 통해 다시 인체 내부로 유입될 수 있다.

그런데 한 선행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에 형성되는 미생물 군집 '플라스틱스피어'(plasticsphere)에 병원균이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플라스틱스피어 속 병원균은 끈적한 미생물 생물막에 의해 폐수 처리 과정에도 제거되지 않아 보건과 환경에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폐수 속 플라스틱스피어에 있는 유전체를 분석해 병원균 군집의 다양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 고밀도 폴리에틸렌프로필렌(HDPE) 등 일상 생활에 흔히 쓰이는 세 종류를 선정했다.

연구 결과, 처리 과정을 거친 폐수 속 플라스틱스피어에서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 대장균, 노로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식품 매개 병원성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또 연구팀은 처리 전 폐수와 처리 폐수 양쪽에서 폐렴균인 클렙시엘라 뉴모니아와 아시네토박터를 증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폐수 속에 있던 균을 처리 후에도 증식시킬 수 있었다"며 "플라스틱스피어가 병원균을 폐수 처리 과정으로부터 보호하고 이후 서식처로 작용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공개하면서 폐수 처리와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폐수 속 플라스틱스피어가 병원균 서식 및 확산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스피어가 병원균 확산에 환경, 보건이나 물 재사용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폐수 속 미세플라스틱과 병원균을 제거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현대이지웰, 글로벌ESG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 인증획득

현대이지웰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을 인증하는 '브론즈' 메달을 받았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기후/환경

+

규제에 꽉 막혔던 '영농형 태양광' 숨통 트이나

인구소멸과 에너지전환 해법으로 제시됐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혔던 영농형 태양광이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영

방글라데시, 폭염에 年 17억달러 손실…"국제 재정지원 시급"

방글라데시가 폭염으로 연간 17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세계은행(World Bank)이 16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북극 '오존 파괴의 비밀' 풀었다...얼음 속 '브롬 가스'가 단서

얼음이 얼 때 발생하는 브롬가스가 북극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밝혀졌다.극지연구소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

'가뭄에 단비' 내리는 강릉...저수율 16.7%로 상승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최악의 사태는 피해간 강릉에 또 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일 오전 6시 기준 16.7%로 전일보다 0.1%포인트(p) 높아졌다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