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청정에너지 먹구름?..."IRA 손보기 힘들어 전환 계속될 것"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1-07 14:43:22
  • -
  • +
  • 인쇄
지지층·금융권·석유업계 "IRA 폐지 원치 않아"
트럼프 스스로 에너지안보·온쇼어링 이점 인식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선거 당일 밤 행사에서 멜라니아 트럼프 전 미국 영부인과 손잡고 지지자들에게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트럼프 재집권과 함께 청정에너지 산업에 불황이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잠시 주춤할 뿐 청정에너지 전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6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은 것으로 나오면서 청정에너지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대표 태양광 ETF인 맥글로벌태양광에너지지수는 10%, 전세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가장 큰 넥스트라에너지 주가는 6.2% 하락했다. 글로벌 풍력업체 오스테드와 베스타스는 14%가량 하락했다.

이는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공언한 트럼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IRA는 지난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청정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등에 3900억달러(약 545조원)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트럼프는 IRA를 '신종 녹색 사기'로 규정하며 아직 집행되지 않은 IRA 예산을 모두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IRA를 완전히 폐지해 청정에너지 산업을 돌이키기엔 이미 상당량 IRA 보조금이 집행된 상황이다. 미국 내 기업들이 선언한 청정에너지 투자금액만 2650억원(약 370조원)에 달하고, 340만명의 미국 시민들이 에너지효율 관련, 25만명은 전기차 관련 세금공제를 받았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행된 IRA 지원금의 80%는 공화당 지역구에 투입됐고, 가장 많은 IRA 투자를 받은 10개 지역구 가운데 9개가 공화당 우세 지역이라는 분석이다.

IRA 폐지는 미국의 은행들도 원하지 않는 조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조세감면 혜택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개발하는 신규업체들이 초기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하는데,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주요 은행들이 신규업체들에 돈을 빌려주면서 벌어가는 수익이 매년 수십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더럼대학교에서 녹색전환 관련 지정학을 연구하는 새라 커누스 박사는 "재생에너지 세액공제는 의도한 바와는 달리 뒷문으로 월가의 조세회피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IRA는 트럼프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는 부분도 있다. 청정에너지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제조업 온쇼어링·리쇼어링 2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릴 수 있어서다. 이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트럼프 스스로 해상풍력을 늘리기도 했다. 미국 해상풍력업체 연합회인 오션틱네트워크의 리즈 버독 회장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역사적인 정치적 복귀를 축하한다"며 "8년전 첫 트럼프 행정부는 미 재무부에 4억5600만달러의 수익을 안겨준 3건의 연방 임대 판매를 통해 해상풍력 산업을 위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다"면서 "업계는 이를 기반으로 해상풍력 공급망을 구축해 텍사스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는 IRA 폐지 명분으로 화석연료 산업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화석연료 업계는 되레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30년 전세계 석유수요가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은 석유와 가스 생산량 1위로 과잉생산하고 있어 더 이상의 보조금으로는 업계로서 큰 이득을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IRA를 통해 지원받는 3700억달러(약 517조원) 규모 친환경 세금감면을 활용해 수소나 탄소포집 기술에 대한 투자자금의 상당량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환경연구소장 마크 마슬린은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화석연료를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 친환경산업의 강력한 성장과 단순한 경제논리는 화석연료가 에너지원으로써 사용이 중단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며 "트럼프가 전환을 늦추고 다른 나라들이 행동을 미루도록 할 수는 있지만, 화석연료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명확하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COP30] 하루 늦게 나온 '합의문'...화석연료 빠진 '반쪽짜리'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최종 합의문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이 빠져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고있다.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