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 "의무화vs자율화"...플라스틱 제품 설계기준 놓고 '입장차'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7 15:09:54
  • -
  • +
  • 인쇄
▲6일(현지시간) 제1실무협의그룹에서 발언중인 브라질의 공동의장 마리아 안젤리카 이케다 (자료=IISD)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유엔 정부간협상위원회(INC-5.2)에 참석하고 있는 각 국이 국제협약 초안에 들어갈 플라스틱 제품설계 조항(Article 5)을 놓고 가장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재사용과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아티클5'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제1실무협의그룹(Contact Group 1)에서는 재사용 시스템 구축과 제품정보 공개 여부, 세부 설계기준의 법적 구속력 등에서 각기 다른 우선순위를 제시하면서 의견차를 드러냈다.  

1그룹 회의에서 영국과 칠레 등 10여개국은 가장 구체적인 수정안을 담은 공동제안문을 마련했다. 또 브라질은 독자적으로 유연한 이행방안을 강조한 제안문을 마련했다. 1그룹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정식 제안문이 아닌 비공식 참고문서(non-paper)를 제시해 중재적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러시아는 강제성없는 조항이 담긴 제안문을 마련했다.

영국과 칠레 등 10여개국이 마련한 공동제안문은 '플라스틱 재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해서 순환경제 전환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재사용 시스템의 설계 도입을 조문에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한마디로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부품이나 소재가 재사용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이 국가들은 공동제안문을 통해 앞으로 진행될 회의에서 제품별 설계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비구속적 가이드라인도 함께 마련하자고 했다. 제안문 예시 문단에는 포장재 기준으로 내구성, 시스템간 호환성, 비용 접근성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유연한 이행방식을 강조한 브라질은 제안문에서 "설계기준 도입은 재정 메커니즘의 실효성을 검토한 이후에 가능하다"는 단서가 붙었고, 기술중립성과 원자재간 차별금지 원칙도 명시됐다. 설계기준을 국제의무로 강제하는 대신, 국가별 상황에 맞춰 자율도입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중재적 입장을 취하며 참고문서를 낸 우리나라는 페트병을 중심으로 한 설계개선 사례, 소비자 정보 제공방식, 재사용 촉진 설계 요소 등을 제시하며, "부속서는 법적의무가 아니라 산업계에 투자 시그널을 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할 것이냐를 놓고도 각국은 의견 차이를 보였다. 영국·칠레의 공동제안문은 설계조항에 사용·수리·폐기·재활용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 걸쳐 정보 제공을 포함했지만, 일부 국가는 '정보제공 주체와 비용분담 체계가 불분명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러시아는 설계개선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조문을 단순화하고 기존 초안을 보완하자는 입장이다. 러시아의 제안문은 '기술이전 보장'과 '무역장벽 방지' 조항 등 환경협약에서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중립적 표현이 주를 이뤘다.

부속서와 가이드라인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시각차도 협상의 핵심쟁점 중 하나였다. 일부 국가는 구속력 있는 기준으로 설계를 규율하자고 주장한 반면 다른 국가는 산업 혼란과 이행 부담을 우려하며 권고 수준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제품설계 조항은 단일 조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생산·유통·소비·폐기까지 플라스틱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를 관통하는 핵심 규정으로 평가된다. 회의에 참여중인 당사국들은 조문 문구의 강제력과 유연성, 재정 연계 방식 등을 놓고 계속 조율을 이어갈 예정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강수량 600㎜·풍속 220㎞ '괴물태풍'...'갈매기'에 베트남 쑥대밭

태풍 '갈매기'가 필리핀에서 최소 323명의 사망·실종자를 내고 베트남까지 휩쓸고 있다.7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 통신과 관영 베트남

기후변화로 사하라 사막 초원되나?…"21세기말 강수량 75% 는다"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하라 사막 강수량이 2100년에는 2배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일리노이 시카고대학(UIC) 연구팀이 21세

"NDC 60%는 실현 가능...50~53%는 탄소중립과 불일치"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가운데 60% 감축안만이 2050년 탄소중립과 정합하며 실현 가능한 경로라는 분석이 나왔다.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중국 에너지 전환 속도내지만..탄소배출 정점 더 늦어져

중국의 탄소배출 정점이 당초 예상했던 2030년 이전보다 늦은 2030년대 초반에 찍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6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국제 에너지&

HSBC, 석유·가스 감축 '속도조절'…'2050 탄소중립' 그대로

HSBC가 석유·가스 등 고배출 산업에 대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완화하고,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장기 목표만 유지하기로 했다.6일(현지시간) HSBC는 공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