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북극해 해빙(바다얼음)이 예년보다 넓고 두껍게 나타나는가 하면, 북극 곳곳에 비가 내리는 모습이 관측됐다. 북극의 기후변화가 단순 감소나 증가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90일간의 북극 연구를 마치고 1일 광양항으로 돌아왔다고 밝힌 극지연구소는 "아라온호가 탐사한 태평양 해역의 해빙은 예상치 못하게 넓고 두껍게 분포됐다"며 "해류와 바람의 영향 등으로 추정되며, 북극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가 얼마나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설치해둔 수중 관측장비는 일부만 수거하고, 해저 동토층 지구물리탐사도 계획했던 해역이 얼음으로 막혀 다른 곳에서 수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홍종국 박사 연구팀은 동토층 발달이 예상되지 않았던 지역에서 지형변화 흔적과 함께 얼음층의 존재를 확인하는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위성 관측에 따르면, 올 3월까지 북극해 해빙은 역대 최소 면적을 기록하다가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해역별로 차이가 났다. 태평양 쪽 북극해에서 해빙의 계절적 감소는 더디게 나타난 반면, 같은 기간 대서양 쪽 해빙 분포 면적은 최저 수준이었다.
또 아라온호가 2022년에 처음 목격한 강우 사례가 이번 항해에서 더 자주 관찰됐다. 일부 구역에서는 비가 하루종일 내리기도 했다. 비가 자주 내리면 바다 얼음이 더 빠르게 녹을 수 있다.
10년 넘게 북극해 탐사에 참여해온 극지연구소 양은진 박사는 "해빙이 계속 줄면서 지난해에는 위도 80도에 이르러서야 해빙다운 해빙을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태평양에서 북극해로 진입하는 초입인 위도 70도에서 두꺼운 해빙을 만날 정도로 이례적이었다"고 전했다.
극지연구소는 이번 항해를 포함해 과거 현장에서 확보한 정보와 원격 관측자료,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북극해 해빙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새로운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북극항로 개척에 필수적인 안전 확보 등 실질적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북극의 변화를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과학연구를 통해 최대한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그간 축적된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무쌍한 북극 연구의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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