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자체 69% '얼치기' 탄소계획...벼락감축이거나 눈속임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5 14: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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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연구소, 226개 기초지자체 보고서 분석
'2030 NDC'가 40%감축인데 지자체 평균 25.3%
(자료=녹색전환연구소)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국가가 정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40% 이상의 목표를 수립한 곳은 23곳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기초지자체의 고작 8%에 불과한 비중으로, 국가가 정한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 이행이 사실상 지역에서 막혀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가 5일 발간한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탄소중립기본계획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6개 기초지자체의 2030년 평균 감축목표는 25.3%에 불과했다. 국가는 40% 감축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는데 기초지자체들은 이보다 14.7%포인트 낮은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지역 차원에서 탄소감축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은 2021년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법정 계획이다. 정부는 2023년 국가 단위 계획을 먼저 마련했다. 이어 2024년에 광역지자체, 2025년에는 기초지자체가 각각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대다수 지자체들은 국가 감축목표에 훨씬 못미치는 보수적인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실질적인 노력없이 목표연도인 2030년에 감축 부담을 몰아넣는 비현실적인 경로를 설정하거나, 산림같은 흡수원을 활용한 통계적 착시에 의존하는 등 전반적으로 계획이 부실하게 설계된 점이 발견됐다.

화석연료를 줄이는 경로없이 산림흡수량을 늘리거나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착시를 일으키는 목표를 설정한 곳도 있다. 충남 보령시의 감축목표는 138.3%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충남 당진시, 경기 동두천시, 서울 강동구, 경기 과천시 등도 상위권이다. 그러나 이 지역들은 건물·수송 부문의 구조적 감축보다 재생에너지 확대나 연료전지 등 전환 사업의 효과가 감축량에 크게 반영된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보령시는 외연도·호도·녹도 인근 해상에 추진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계획이 감축량 산정에 반영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식이 수치상 감축목표를 끌어올릴 수 있으나, 실제 생활 부문에서의 화석연료 사용감소와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감축목표가 한자릿수이거나 아예 없는 기초지자체들도 있다. 하위권에 속해있는 강원 고성군과 강원 인제군은 농축산·수송·폐기물 부문에서 배출 증가를 전제로 한 계획을 세웠다. 총배출량 기준 감축목표가 한 자릿수이거나 사실상 감축이 없는 수준이다. 경북 봉화군, 경북 영양군, 충북 제천시 등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지역들의 2030년 감축목표는 대체로 10% 미만 수준이다.

감축 시기를 뒤로 미루는 '후반 집중형' 탄소중립기본계획도 많았다. 2025년~2029년 연평균 감축률이 2.2%에 머물다가, 목표 연도인 2030년에 감축률을 9.3%로 높이는 비현실적인 계획이 담겨있다. 현 세대의 책임을 미래로 미루는 이같은 계획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정량적 감축목표와 정성적 정책수단을 합산해 226개 기초지자체의 탄소중립기본계획을 평가해보니, 최상위 A등급을 받은 기초지자체는 11곳(4.8%)에 그쳤다. 반면, 탄소중립기본계획 전면 재설계가 필요한 D등급은 87곳(38.5%)에 달했다. 그 사이에 해당하는 B등급은 56곳(24.8%), C등급은 72곳(31.9%)으로 나타났다.

A등급은 감축목표 수준과 정책실행 수단이 높은 편으로 총점 65점 이상이고, B등급은 감축목표 또는 정책실행계획 중 최소 하나가 비교적 높게 제시된 경우로 45~65점 사이다. C등급은 감축목표나 정책계획이 일부 제시돼 있지만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곳으로 25~45점 사이다. D등급은 모두 미흡한 곳으로 25점 미만이다.

아울러 특정 사업에 감축량을 과다하게 배정하는 경향도 포착됐다. 예컨대 일부 지자체는 친환경 보일러 보급만으로 온실가스 수백만톤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또 재원이나 집행 계획이 불분명한 사업에 감축효과를 집중적으로 반영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는 감축목표와 수단간의 정합성이 떨어지고, 계획의 정교함과 신뢰도가 낮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초지자체들의 부실한 탄소중립기본계획을 개선하려면 우선 착시를 제거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를 위해 총배출량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또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을 건물 에너지전환으로 산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각 지자체는 오는 5월까지 정부에 탄소중립기본계획 추진성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 기초지자체의 첫 이행 실적 점검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226개 기초지자체가 제출한 탄소중립기본계획은 작성 양식과 항목 구성, 용어 사용이 지자체마다 상이해 계획간 비교와 종합분석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 상당수 계획은 엑셀 등 구조화된 데이터 형태로 관리되지 않았다. 동일한 정책·사업을 지칭하는 용어조차 통일되지 않아 기초적인 데이터 정제 작업에만 약 8개월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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