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도 독립영화에서 시작...韓 독립영화 생태계 조성하겠다"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8:49:15
  • -
  • +
  • 인쇄
[인터뷰] 이지연 인디그라운드 총괄 매니저

이지연 인디그라운드 총괄 매니저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온라인 독립영화관' 개관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독립영화관' 상영 공모전에 접수된 작품만 814편. 한달여 기간동안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장편 20편, 단편 50편, 총 70편의 독립영화들이 곧 관객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 모든 준비를 인디그라운드에서 하고 있다.

그래서 바쁘다는 이지연 매니저는 "인디그라운드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올 8월 28일 출범한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라고 소개하며 "인디그라운드는 지금까지 각자 생존을 도모하며 산발적으로 움직였던 독립영화들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연 인디그라운드 총괄 매니저


사실 독립영화 유통배급을 지원한 조직은 인디그라운드가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가 이 역할을 맡았지만 지난 2011년 2월 문을 닫으면서 국내에서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조직은 명맥이 끊어졌다. 

이지연 매니저는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국내에서는 독립영화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면서 "거기에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예산마저 삭감되면서 한국의 독립영화 산업은 지난 10년간 암흑기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10년의 공백기동안 독립영화 산업은 각자 살아남기 위해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고.

지원시스템이 버젓이 존재했던 10년전, 독립영화 산업은 당당히 세상으로 걸어나오며 '1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지원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이제 '1만 관객'을 모으기도 힘든 지경이 됐다. 독립영화를 틀어줄 상영관이 제대로 없으니, 잘 만든 독립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날 기회조차 사라졌던 것이다.

"사실 창작자와 관객 사이에 유통, 배급사, 활동가, 상영가, 기획자 등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말한 이지연 매니저는 앞으로 인디그라운드를 통해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된 '독립영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지원조직이 없던 10년동안 이들은 각개전투를 하며 각자 생존했지만 이제 인디그라운드에서 이들을 연결해주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극장과 커뮤니티시네마,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인디그라운드는 이미 '넥스트 링크'라는 사업을 통해 독립영화 감독들과 배급사를 연결하는 장을 마련했다. 후속으로 내년 3월부터 '퍼스트 링크'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퍼스트 링크'는 독립영화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유통이나 배급 등에 대한 과정을 교육해주는 사업이다.

이지연 매니저는 "한국의 독립영화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영향력이 확장될 수 있도록 인디그라운드가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이 최근 5개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휩쓰는 등 한국 독립영화는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디그라운드는 앞으로 해외에 배급된 한국의 독립영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한편 해외 유통배급사들도 파악해나갈 예정이다.

해외에서 한국 독립영화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비해 국내에서는 독립영화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이 매니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독립영화에 대해 '정치적'이고 '무겁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는 독립영화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이를 비판하기 위해 독립영화 장르가 생겼고, 정권은 이런 독립영화들을 상영하지 못하도록 막아오면서 한국 독립영화 산업은 굴절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지연 매니저는 "물론 사회의 민감한 문제들을 다루는 독립영화들도 있지만 요즈음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독립영화들이 많다"며 "독립영화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없애는 것도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여름의 판타지아'와 같은 독립영화는 여행을 주제로 로맨스를 담아냈고, 사춘기 소녀의 시각을 담아낸 '벌새'는 기존 상업영화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실험적이고 재밌는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지연 매니저는 "인디그라운드는 독립영화 생태계를 조성하는 소통의 장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영화의 가치는 결국 다양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영화는 넓은 스펙트럼의 다양한 주제들을 담고 있다"며 "개인의 삶부터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다루면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에 독립영화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도 출발점은 독립영화였다. 봉 감독은 독립영화를 제작하면서 감독으로서 기량과 실력을 다졌던 것이다. 이에 자극받은 유능한 젊은 감독들은 줄줄이 독립영화에 뛰어들면서 한국의 독립영화 산업은 현재 엄청난 에너지가 응축돼 있는 상태다. 이 응축된 에너지가 독립영화 '제2전성기'를 활짝 열어갈 것으로 본다는 이 매니저는 "독립영화는 새롭고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면서 "인디그라운드를 통해 독립영화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인디그라운드의 '온라인 독립영화관'(www.indieground.kr)에서 상영하는 70여편의 작품들은 이르면 12월말, 늦어도 1월초에 만나볼 수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채굴에 인도네시아 환경 '와르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초토화되고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국제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알래스카, 사상 첫 폭염주의보…"놀랍게도 기후변화 때문 아냐"

미국 알래스카주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경보 체계에 따라 처음으

'기후정부' 출범했는데...광역지자체 '무늬만 탄소중립' 수두룩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