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열대식물 개화시기 '들쭉날쭉'...먹이사슬에 '균열'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2-27 15: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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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식물 아마란스 (사진=위키백과)

기후위기로 열대지역 식물들의 개화시기가 수십 일에서 수개월까지 들쭉날쭉하고 있다. 꽃이 피는 시점이 앞당겨지거나 늦춰지면서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대학 볼더캠퍼스 연구팀은 열대식물의 평균 개화시기가 10년당 약 2일씩 변화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1794년~2024년까지 200여년에 걸쳐 수집된 박물관 표본 8000여개를 분석해 브라질, 에콰도르, 가나, 태국 등 열대 지역 33개 식물종의 개화시기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브라질의 아마란스 나무는 1950년대보다 약 80일 늦게 꽃이 피고, 가나의 클로탈라리아(Crotalaria retusa)는 1950~1990년대 사이 개화 시기가 17일 앞당겨졌다.

문제는 개화 시기 변화가 단순히 꽃이 피는 날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팀은 개화가 과일을 먹고 씨앗을 퍼뜨리는 동물, 수분을 매개하는 곤충·조류의 활동 시기와 엇갈릴 경우 먹이사슬 전반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특정 꽃이 철새의 수분에 의존하는데, 꽃이 피는 시기와 철새의 체류시기가 맞지 않으면 식물은 수분을 받지 못하고, 새 역시 꿀을 얻지 못한다.

연구를 이끈 스카일러 그레이브스 연구원은 "생태계는 매우 섬세한 상호작용의 그물망이며, 특히 생태계의 기반인 식물이 엇박자를 내면 전 층위에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식물들에 의존하는 영장류 등 일부 동물은 이미 멸종 위험에 처해있다.

같은 지역에서도 개화 시기가 앞당겨진 종과 늦춰진 종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는 개화를 유도하는 기후신호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종은 낮 최고기온에, 다른 종은 밤 최저기온에 반응한다.

기후변화가 이 신호를 강화하거나 앞당기면 개화가 빨라지고, 반대로 신호를 지연시키면 개화가 늦춰진다. 또 이러한 변화가 온대·아한대·고산·사막 식물에서 관찰된 것과도 유사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지구 면적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열대지역은 매년 신종 식물만 180여종씩 발견될 만큼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동시에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각지대다.

그레이브스 연구원은 "그동안 열대는 연중 기온 변동 폭이 작아 개화시기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이 있었지만, 이는 틀렸다"며 "지구상 어느 곳도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영국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의 엠마 부시 박사는 "열대 생태계가 계절에 받는 영향은 오랫동안 과소평가돼 왔다"며 "식물, 곤충, 동물이 서로 엇갈리면 모두가 손해를 보고, 결국 인간에게도 이익이 되는 생물다양성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말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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