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기간 '공매도 거래액 2.6조'...금융당국 불법행위 알고도 '쉬쉬'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9:41:20
  • -
  • +
  • 인쇄
공매도 금지 제외된 시장조성자들이 불법 공매도 자행
불법무차입 공매도에 업틱룰 위반까지...피해는 개미몫

'2조6000억원' 지난해 3월 16일부터 12월말까지 국내 증시의 공매도 거래대금이다. 해당 기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증시 하락 우려로 공매도가 금지된 기간이다. 그럼에도 2조원이 넘는 공매도 거래가 발생했다.

지난해 3월 16일, 금융당국은 6개월 기한으로 주식시장 공매도를 금지했다. 코로나19 악재로 하염없이 추락하는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였다. 이후 당국은 금지기간을 올 3월15일까지 6개월 더 연장했다. 그러나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과 정치권에서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하자, 공매도를 재개하려고 했던 금융당국은 한발 물러선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3일 오후 임시 금융위 회의를 열어 공매도 금지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1일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가 시작된 지난해 3월 16일부터 12월말까지 공매도 거래금액은 모두 2조6000억원이었다. 금지 첫날 거래액은 4408억원에 달했다. 공매도가 금지됐는데도 공매도 거래가 버젓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는 공매도 금지 조치에 '시장조성자'를 예외로 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성자는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체결하고, 매수·매도 지정가호가를 유동성이 필요한 상품에 제출해 투자자들의 원활한 거래 체결을 돕는 역할을 한다. 현재 842개의 상장주식과 206개 파생상품에 대해 국내외 22개 증권사가 시장조성자로 지정돼 있다. 

이 시장조성자들은 공매도 금지기간에도 공매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공매도를 했던 것이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없는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 시장조성자들이 불법 공매도를 자행했다는 사실이다. 시장조성자들의 불법 공매도 행위가 드러나자 개인투자자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시장조성자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가 22개 전체 시장조성자의 3년6개월간(2017년 1월~2020년 6월) 거래내역을 점검한 결과, 일부 위반 사례가 드러나 제재 및 재발방지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위법에 대한 구체적인 기관이나 사례 그리고 조치 내용 등에 대해서는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발표로) 드러난 시장조성자들의 불법 공매도 행위를 사실상 은폐·축소하고 있다"며 22개 시장조성자 중 3개가 각각 20일·8일·1일에 걸쳐 불법공매도를 했다가 적발됐다"며 한국거래소 감리 결과를 자체 확인해 공개했다. 박 의원은 "금융위는 이번 조사결과의 공매도 수량과 종목 등 구체적 내용을 밝히는 일을 보안을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다"며 "어느 종목에 대해 몇 회에 걸쳐 어느 정도 규모의 불법행위가 저질러졌는지 모른다면 어느 투자자가 어떻게 피해를 입었는지 그 내용을 알 수 없고, 결국 피해는 개미투자자들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조성자들의 불법 행위는 주로 '무차입 공매도'로 예상된다. 무차입 공매도는 해당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일단 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현행법상 불법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기관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횡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실제로 골드만삭스 사태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추측이 어느 정도 사실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시장조성자 제도의 문제로 꼽히는 것은 '업틱룰' 예외조항이다. 업틱룰은 공매도를 할 때 직전 체결가격 이하로 매도주문을 내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다. 공매도 세력이 시세를 하향조종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조성자는 업틱룰 예외를 인정받아 왔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시장조성자라는 허울뿐인 명분으로 각종 혜택을 받아 공매도로 수익을 늘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이나 거래소에서도 공매도 개선책을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연초 간담회에서 "시장조성자의 업틱룰 예외조항을 없애는 방안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에는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를 적발하는 실시간 감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금융위 등 당국도 공매도 제도 개선책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나 정치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이같은 행보에 불신하고 있다. 불법공매도는 사전에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공매도 재개전 반드시 100% 전산화한 무결점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을 도입하고 1개월 주기가 아닌 매일 실시간으로 불법을 적발해야 한다"며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공매도 금지는 1년간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용진 의원도 "증권사 스스로 불법공매도를 확인하는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며 "기본적으로 지금 수준에서는 공매도 금지기간을 연장해야 하고, 금융시장의 공정함이 바로 서도록 구체적인 (제도개선) 계획과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가 3일 임시회의에서 어떤 개선책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4월 6일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은 무차입 공매도 행위가 적발되면 징역형 또는 벌금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처벌수위가 강화된다. 금융위는 또 개인 대주 통합시스템 개발 등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ESG공시 로드맵, 정책 일관성 흔들려...전면 재검토해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을 놓고 국회와 기후·ESG 싱크탱크가 "글로벌 기준에 뒤처질 뿐 아니라 정부 정책과도 충돌한다"며 전면

[ESG;스코어] 롯데칠성·CJ제일제당 '재생용기' 적용 1·2위...꼴찌는?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재생 플라스틱 전환율이 기업의 원가구조를 좌우하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ESG 대응차원에서 시작됐던

서울시, 1000명 넘는 행사 '폐기물 감량계획' 의무화 추진

서울시가 하루 1000명 이상 참여하는 행사에 대해 폐기물 감량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서울시는 25개 자치구가 대규모 행사

'생산적 금융' 물꼬 틔우는 시중은행들…투자전략은 '각양각색'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124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계획을 제시하면서,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이나 가계대출이 아닌 산업과 기업의

'카카오 AI 돛' 출범…"2030년까지 100개 AI 혁신기업 육성"

카카오그룹이 4대 과학기술원과 손잡고 지역 인공지능(AI) 인재와 혁신기업 육성 추진기구인 '카카오 AI 돛'을 설립한다. 카카오는 2030년까지 5년간 500억

포스코 '사고다발 기업' 오명 벗나...올들어 중대재해 'O건'

지난해 6명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포스코가 올해 들어 단 한 건의 산업재해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포스코는 올

기후/환경

+

폭염과 폭우·가뭄이 '동시에'...2025년 한반도 이상기후 더 심해져

2025년은 산업화 이전대비 기온이 1.44℃ 상승한 역대 가장 더웠던 해 3위를 기록한만큼 우리나라도 6월부터 시작된 폭염이 10월까지 이어지는 등 역대급

'빌 게이츠·제프 베이조스' 전용기 기후피해 유발 1·2위...일론 머스크는?

전용기 이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피해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인물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인 것으로 드러났다.미국 스탠포

美 36년간 내뿜은 온실가스 1경5000조 피해유발...한국 기후손실액은?

1990년 이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전세계가 약 10조달러(약 1경5000조원)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피해는 미국뿐 아니라

서부는 41℃ 폭염, 동부는 눈폭풍…美대륙 '극과 극' 이상기후

미국 서부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는데 동부는 폭우·폭설·한파가 동시에 나타나는 '극과극' 이상기후가 일어나고 있다. 서부의 이상고온

바닥 드러나는 댐과 하천들...평년 밑도는 강수에 봄 가뭄 '비상'

예년보다 비가 턱없이 적게 내리면서 봄철 가뭄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도서지역과 서해안, 경남 등 지리적 특성상 외부 수자원 의존도가 높은

"EU, 탄소중립 목표 완화해야"...합의해놓고 뒷말하는 獨 장관

지난해 온실가스를 겨우 0.1% 감축한 독일이 유럽연합(EU)을 향해 탄소중립 목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 연방경제에너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