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돈줄'이 말라간다...ESG 역행에 소비자도 외면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9-16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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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엽의 시선] '넷제로' 노력없이 사회문제 야기
소비자 외면에 매출급감…현금전환주기 크게 늘어
▲불가리스 사태 이후 대국민 사과를 하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연합뉴스)


한때 우량기업으로 손꼽히던 남양유업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남양유업은 지난 2012년 매출이 1조4000억원을 육박했다. 2013년초 주가는 1주당 110만원에 달했다. '아인슈타인' '3.4우유' '불가리스'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유제품업계 2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작년 매출액은 9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작년 상반기보다 줄었다. 주가는 2020년 25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올들어 매각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주가는 매각이 불투명해지면서 다시 50만원대 아래에서 머무르는 수준이다. 

앞으로 이 회사의 미래가 더 암울한 이유는 구매리스트에서 '남양유업' 제품을 지운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무시하고 오너리스크까지 있는 회사에 대해 이제 소비자들은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 환경은 '빵점'...사회·지배구조는 '마이너스'

우선 남양유업은 '넷제로' 활동이 '전무'하다. 홈페이지를 보면 공장에 신재생보일러를 사용하고, 제품 패키지에 수성잉크 사용, 사업장 인근 청소 캠페인 등 단편적인 활동에 불과하다. 언제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없고, 탄소배출량이 얼마인지도 공개하지 않았으니 매년 얼마씩 줄여가고 있다는 내용도 없다. ESG 이전부터 대세가 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역시 한번도 발간한 적이 없다. 위에 말한 활동들이 단순히 '그린워싱'으로 의심가는 대목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지수를 보면 남양유업의 환경부문 지표는 'C'다. 경쟁사인 매일유업과 빙그레가 'B+'인 것을 감안하면 동종업계에서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회사인 셈이다.

게다가 사회와 지배구조 부문에서 남양유업은 '낙제점'이다. 2010년 이후 남양유업만큼 사회적 물의를 많이 일으킨 회사도 찾기 힘들다. 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가 두 부분에서 'B'와 'B+'를 받았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다.

인체에 무해한 '카제인나트륨'을 마치 나쁜 물질로 호도해 경쟁사 제품을 깎아내리는 마케팅(2010년)은 애교 수준이다. 2013년에는 재고를 대리점으로 밀어내고 그 과정에서 대리점주에게 폭언 등 갑질 행위를 일삼은 것이 폭로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을 돌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2019년에는 창업주 외손녀가 마약투여로 논란을 빚었다. 이어 같은해에는 회사 차원에서 경쟁사인 매일유업에 대해 악성댓글 공격을 벌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최근 홍원식 회장의 지시였음을 인정해 약식기소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대상으로 상상하기도 힘든 거짓마케팅을 벌였다. 임상도 하지않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좋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로 인해 8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맞았다. 오너인 홍 회장은 이를 책임진다면서 경영권에서 물러나고 회사를 매각하겠다며 한앤컴퍼니와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만이었다. 홍 회장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매각협상에 임하지 않았다. 매각을 위한 임시주총에는 참석하지 않더니, 이후 별도의 임시주총을 소집해 한앤컴퍼니쪽에서 요구한 이사진은 선임하지 않았다. 눈물의 매각 선언이 거짓이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육아휴직을 낸 여성팀장에 대해 인사보복을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경쟁사 비방, 오너 일가의 범법행위, 거짓마케팅, 직원과 협력사에 대한 갑질 등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다. 심지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회사 매각조차도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쇼'였을 가능성이 없지않다는 지적이다.


◇ 경영지표 '악화'...현금전환주기 매일유업 '2배'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의 경우 오너리스크만 해소되면 우량한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홍 회장이 매각하겠다고 한 다음 주가가 급등한 것 역시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양유업이 보여주는 '경영지표'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우선 기본적인 실적만 놓고 봐도 매출액은 감소하는 추세이고, 6분기 연속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경우 매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고 있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실적 이외에 기업평가지표 중 현금전환주기(CCC)라는 것이 있다. 기업이 원재료를 구입해 제품을 제조한 뒤 매각해 현금이 들어오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CCC가 짧을수록 운전자본 소요액이 감소하고 차입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2020년 기준으로 남양유업의 CCC를 계산해보면 126일이다. 원재료를 구입하는 대금을 지출하고, 구입한 원자재로 제품을 생산·판매해서 돈을 벌기까지 126일이 걸린다는 뜻이다. 경쟁사들을 보면 매일유업의 CCC는 63일, 빙그레는 24일이다. 남양유업은 매일유업의 2배, 빙그레의 5배 정도 길다. 그만큼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역시 앞서 말한 ESG 역행에 따른 소비자 외면과 무관하지 않다. 소비자들의 불매 등으로 매출이 줄고 재고가 늘면서 CCC가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남양유업 매출액이 가장 컸던 2012년 CCC는 71일이다. 이후 경영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CCC는 55일 증가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남양유업은 상장사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과 소통이 없다"며 "게다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 회사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소비자들은 과거 '카제인나트륨' 때와는 달리 더 현명해졌고, 더 의미있는 소비를 추구한다"며 "ESG를 무시한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 이탈, 이에 따른 경영지표 악화는 'ESG 경영'이 왜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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