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잡이 허용한 일본...그러나 고래는 잡히지 않았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12-27 13:29:49
  • -
  • +
  • 인쇄
바다 수온상승으로 고래들의 행동 변화
일본의 상업포경,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


세계적으로 고래잡이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고래잡이 명맥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국제포경위원회(IWC)에 가입하면서 포경을 금지하던 일본은 2019년 IWC를 탈퇴하면서 30여년 만에 다시 이윤 목적의 고래잡이가 가능해졌다. 탈퇴 이전에도 일본은 남극에서 연구를 명분삼아 IWC 금지를 회피해 고래를 사냥했다. 일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상업적 고래잡이만이 안정적으로 저렴한 육류를 공급하고 소비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오랫동안 해왔다.

일본의 이런 주장에 패트릭 라미지 국제동물복지기금(International Fund for Animal Welfare) 홍보프로그램 협력선임이사는 "모든 증거들은 그 반대를 가리키고 있다"며 "연구를 구실로 공해에서 사냥하든, 이익을 위해 연안에서 사냥하든, 일본의 상업 포경은 경제적 패배자이며, 정부 보조금으로만 겨우 유지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일본 와다에 위치한 포경회사 가이보 호게이(Gaibo Hogei)의 요시노리 쇼지 사장은 "고래잡이 포기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70년 이상 고래 고기를 가공해온 쇼지 사장은 "세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에게 고래는 단순히 식량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왜 고래 고기를 먹으면 안되냐"며 "인간들은 항상 지역 야생동물을 잡아먹었고, 제 일은 사람들에게 현지에서 잡힌 고래 고기를 먹고 감상할 기회를 주는 것이지 아무에게도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와다는 일본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고래잡이 마을이다. 이곳의 고래잡이 종사자들은 마을의 고래잡이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고래 고기를 1년에 두 번 지역 초등학교에 제공하고 일꾼들이 흑고래를 잡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구경시킨다. 쇼지 사장은 냉동고기 및 지방질 제품을 선보이며 그 중 일부는 일본 북동부 해안으로 보내 수프로 제조하거나, 겨울 햇볕에 육포처럼 건조시켜 현지 별미로 판매하고 있다.

그렇기에 IWC 탈퇴 소식에 와다측은 상업적 고래사냥이 다시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과 400년동안 해안가 공동체를 지탱해온 식량원과의 재결합에 기뻐했다. 그러나 이는 와다를 비롯한 고래잡이 지역들 입장에서도 축하할 만한 소식이 아니었다. 현재 일본의 포경선들은 자연보호단체의 비난 외에도 어부 및 선박 노화, 기후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래의 행동 변화, 일본인들 사이에 생겨난 고래 고기를 거부하는 풍조 등 여러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와다의 고래잡이 종사자 30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4~10월 시즌동안 9마리의 고래만 잡았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쇼지 사장은 바다 수온 상승으로 고래들이 더 북쪽으로 이동했거나, 혹은 빈번해진 태풍으로 인해 마을의 포경선 두 척이 며칠동안 항구에 갇힌데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 직접적인 고래잡이 종사자는 300명이며, 2016년 기준 고래는 일본 전체 육류 소비량의 약 0.1%에 불과하다. 매년 약 4000~5000톤의 고래 고기가 일본 시장으로 들어오는데, 이는 일본 국민 1인당 사과 반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사쿠마 준코 일본 포경경제 전문가는 일본의 상업 포경이 연간 51억엔의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중단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쿠마는 "과거 일본인들은 백인들에게 저항적인 태도였기에 백인들의 고래고기 금지에도 방어적이었다"며 "하지만 요즘 포경 반대국인 호주, 영국, 미국 등에서 고래잡이가 거의 언급되지 않으면서, 일본인들은 반항할 대상이 없어져 자연히 고래 고기를 잊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쿠마는 또 "일본이 IWC를 탈퇴했을 때 어업 관계자들은 어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고래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줄어들었다"며 "일본의 고래잡이는 훨씬 더 작은 형태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미지 이사는 일본 고래잡이 마을의 미래가 생태관광 수용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그는 "고래 관광사업은 전세계 지역, 특히 과거 고래잡이를 했던 지역의 경제에 점점 더 기여하고 있다"며 "세금을 내며 고래잡이를 지속하는 것보다 고래를 보러 온 관광객들의 돈을 받는 편이 더 이득"이라고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그린패키지솔루션, LVMH GAIA와 친환경 용기 공동개발 계약

명품 브랜드 디올(Dior) 화장품이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친환경 용기를 사용하게 됐다.그린패키지솔루션은 세계적인 럭셔리그룹 LVMH의 기술혁신 지주

[ESG;스코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한 시도교육청은 달랑 '1곳'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곳은 '대전광역시교육청'이 유일했다.24일 뉴스트리는

신한카드, 개인정보 19만건 '술술'…유출사실 3년간 몰랐다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폰번호 등 19만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 직원에 의한 유출인

삼성重 사망사고에 사과…반복된 인명사고에 비판 잇따라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공식 사과와 함께 사고 선박에 대한 전면 작업중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 "속도감 있는 실행으로 판을 바꾸자"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가 "위기 속에 더 큰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도약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하면서 신년 아젠다로 5대

이재용 삼성 회장이 귀국 1주일만에 달려간 곳

주식시장에서 '11만전자'를 회복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삼성전자는 이날 이재용 회장이 경

기후/환경

+

말라가는 美 콜로라도강…식수와 전력 공급까지 '위기'

미국 서부의 핵심 수자원인 콜로라도 강의 수위가 심각하네 낮아지면서 식수공급은 물론 수력발전까지 위협받고 있다.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

[날씨] 흐리고 추운 크리스마스...눈 내리는 지역은 어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은 기온이 내려가면서 일부 지역에 눈이 내리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

루돌프가 사라지고 있다…기후변화로 북극 '순록' 급감

기후변화로 북극과 북유럽에 서식하는 순록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크리스마스의 상징 '루돌프'를 앞으로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23일(

[ESG;스코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한 시도교육청은 달랑 '1곳'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곳은 '대전광역시교육청'이 유일했다.24일 뉴스트리는

유럽 교회의 오르간 조율기록이 기후온난화 추적 데이터?

유럽의 각 교회에서 오르간을 조율할 당시 기록된 기온이 기후온난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영국 노팅엄 트렌트

AI로 도로살얼음까지 예보...정부 '4차 기후위기 대응대책' 확정

겨울철 '도로위 암살자'로 불리는 살얼음(블랙아이스)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12시간전에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취약계층이 폭염과 한파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