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자연 공멸' 피하려면…"경제가치로만 접근해선 안 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7-13 08:00:03
  • -
  • +
  • 인쇄
IPBES 보고서 "단기 경제성과 위주 가치평가 지양해야"
지식·건강·문화 등 삶의 질 높이는 자연의 다양한 가치

자연은 인류에게 의식주는 물론 수많은 경제 가치를 제공하는 원천이다. 하지만 현재 자연은 전체 생물종의 10분의 1 이상이 멸종위기에 몰리는 등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같은 '생물다양성 손실은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자연을 '단기적 경제 가치'를 얻는 수단이 아닌 지켜서 장기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는 형태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오는 12월 캐나다 몬트리올 개최 예정인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 2부 회의를 앞두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자연 및 자연의 기여가 갖는 다양한 가치에 대한 방법론적 접근'을 공개했다. IPBES는 전세계 전문가와 각국의 대표가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위기를 평가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2년 설립된 정부 간 협의체다.

이번 보고서는 4년간 전세계 82명의 과학자들이 1만3000여건의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IPBES는 자연에 대한 단기 경제성과 위주의 가치평가가 인류로 하여금 자연을 과도하게 착취하도록 했고, 대표적으로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지표만 배불릴 뿐 전반적인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어 더 다양한 평가기준을 도입해 자연의 진정한 가치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IPBES에 따르면 세계 인구 5분의 1이 야생식물을 주요 식품이나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또 전세계적으로 24억명이 땔나무를 조리에 활용하고 있고, 수산업 종사자 1억2000만여명 가운데 90%가 야생물고기를 직접 건져 올리는 소규모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종합하면 전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식물, 동물, 해조류, 버섯류 등으로부터 직접적인 이익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산림벌채와 남획 등으로 2000년 이후 매년 650만헥타아르(㏊)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고, 800만종 이상의 동·식물 가운데 100만종 이상이 인간활동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IPBES는 당장 단기적으로 기업을 위한 물질적 재원으로서의 자연의 가치 외에 자연을 지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경제가치를 고려해 향후 각국의 정책 방향이 '지구 스튜어드십', '녹색경제', '탈성장', '자연보호' 등의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또 '자연으로부터', '자연과 함께',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서' 등 4가지 관점을 제시하며 경제적 가치 외에도 지식체계를 확대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축적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가치, 자연 환경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안정감·소속감에서 비롯하는 정신건강과 신체건강 등 생체물리학적 가치 등을 소개했다.

이번 평가보고서의 공동저자 파트리시아 발바네라 교수는 "다양한 종류의 가치는 다양한 종류의 방법과 지표로 측정할 수 있다. 일례로 경제적 혜택과 일자리를 늘려주는 개발사업을 자연의 도구적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생물다양성의 감소,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중요한 연관이 있는 유적의 파괴 등 자연과의 관계적 가치의 관점에서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IPBES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이처럼 자연보호, 삶의 질, 사회정의 등 경제적 가치 이외의 자연의 가치에 대한 연구 및 평가 건수가 10% 늘었다. 평가 방식도 50여가지에 이르지만, 가치평가 연구 중 실제 정책결정에 반영된 경우는 5%에 불과했다. 주주들의 투자결정 자문을 위해 쓰인 가치평가 연구는 2%에 불과했다.

아나 마리아 에르난데스 살가르 IPBES 의장은 "생물다양성이 파괴되고 있고, 자연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 어느때보다도 빠르게 평가절하되고 있다"며 "이는 대체로 각국의 경제적·정치적 방향이 다양한 자연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성가전' 전기료 공짜거나 할인...삼성전자 대상국가 확대

영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절전을 넘어 전기요금 할인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최대 규

[ESG;스코어]서울 25개 자치구...탄소감축 1위는 '성동구' 꼴찌는?

서울 성동구가 지난해 온실가스를 2370톤 줄이며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감축 성과를 기록한 반면, 강남구는 388톤을 감축하는데 그치면서 꼴찌

대·중견 상장사 58.3% '협력사 ESG평가 계약시 반영'

국내 상장 대·중견기업 58.3%는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의 ESG 평가결과를 계약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가 올 3분기까지

KGC인삼공사, 가족친화·여가친화 '인증획득'

KGC인삼공사는 성평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인증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여가친화인증을 획득했다고 15일 밝혔다.가족친화인증제도는 일

LS전선, 美에 영구자석 공장 세운다..."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LS전선이 미국 내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Chesapeake)시에 투자 후보지를 선정하고 사업타당성을

한국거래소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 1년 연장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가 1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정부의 녹색채권 활성화 정책 지원을 위해 '한

기후/환경

+

전기·물 없는 용인에 '초대형 반도체 국가산단'?..."승인 중단해야"

반도체 국가산단이 들어설 예정인 용인에 전기도 물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시민단체들은 "이대로 건설이 추진된다

기후부,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전기요금 별도 신설

정부가 탄소배출 없는 차세대 냉난방 시스템 '히트펌프'를 2035년까지 350만대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518만톤 감축이 기대된다. 또 히트펌

[날씨] 중부지방 또 '비'...포근한 기온에 '미세먼지' 극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당분간 포근한 날씨로 인해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겠다. 16일에는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

[ESG;스코어]서울 25개 자치구...탄소감축 1위는 '성동구' 꼴찌는?

서울 성동구가 지난해 온실가스를 2370톤 줄이며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감축 성과를 기록한 반면, 강남구는 388톤을 감축하는데 그치면서 꼴찌

탄소 흡수해주는 조간대…훼손되면 '탄소배출원'으로 둔갑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 하구 생태계는 탄소흡수 역할을 하는 지대지만 환경이 훼손되면 기후변화에 훨씬 취약해져 탄소배출원으로 탈바꿈할 수

파리협약 10년...전세계 재생에너지 15% 성장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증가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