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40도 넘었다...유럽 '폭염+산불' 겹악재와 사투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1 15: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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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숲 앞에 선 소방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랑디라스 인근에 발생한 산불이 숲을 불태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프랑스 지롱드 지역 소방대 제공)


유럽 일대가 몇 주째 폭염과 산불로 펄펄 끓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이 사상 최초로 최고기온 40도를 넘겼다. 이날 영국 기상청은 잉글랜드 남동부 서리(Surrey)의 찰우드(Charlwood) 기온이 39.1도, 히드로(Heathrow) 공항 기온이 40.2도, 링컨셔(Lincolnshire)에 위치한 코닝스비 영국공군기지 기온이 40.3도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8일 밤 영국 웨스트요크셔주(West Yorkshire) 에밀리무어(Emley Moor)에서는 최저기온이 25.9도를 찍으면서 1990년 브라이튼(Brighton)의 23.9도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런던 남부 최저기온은 25.8도에 달했다.

이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일부 학교는 수요일까지 휴교했다. 13년 전 새로 단장한 런던 대법원은 무더위와 에어컨 고장으로 화요일 방문객의 출입을 통제했다. 또 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영국 남동부 가정들은 세탁기를 끄는 등 물을 절약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영국 스코틀랜드는 기온이 34.8도까지 상승하면서 병원에서는 수술일정을 줄이고 IT서버실에 냉각 장치를 설치했다. 또 폭염으로 철도 전선, 선로 및 신호시스템이 손상돼 20일 아침 영국 전역에서 수십 대의 열차가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전문가들은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이어지는 무더위로 인해 약 1000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했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피해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기록된 한여름 폭염 사망률의 평균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영국 전역에 산불까지 퍼지면서 19일 런던소방당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고 밝혔다. 사디크 칸(Sadiq Khan) 런던시장은 이날 12건 이상의 화재가 동시 발생하면서 소방당국에 2600여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고 밝혔다.

이중 3건의 화재가 런던 인근지역에서 발생해 웨닝턴(Wennington), 옥스브리지(Uxbridge) 및 에리스(Erith)의 초원, 농장, 주택 및 차고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300명의 소방관이 배치되고 대피가 실시됐으며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이스트런던, 레스터셔 초원 등지에서도 산불이 건물을 파괴하고 땅을 집어삼켰다. 이스트런던 업민스터(Upminster)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해 30명의 소방대원이 동원됐으며 웨스트미들랜즈주(West Midland)에서는 브롬스그로브(Bromsgrove) 인근 리키힐스컨트리파크(Lickey Hills country park)에서 소방관들이 불길을 진압했다.

칸 런던시장은 시민들에게 마른 잔디가 있는 공공장소에서 바베큐를 하지 말고 유리병을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태양열에 유리병이 가열되면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또한 폭염 및 산불로 수천 헥타르의 땅이 파괴됐다.

18일 프랑스국립기상청은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Brittany)의 생브리외(Saint-Brieuc)는 이전 기록인 38.1도를 깨고 39.5C를 기록했으며 서부도시 낭트(Nantes)는 1949년 기록된 40.3도를 넘은 42도를 기록했다. 프랑스 서부에 위치한 항만도시 브레스트(Brest)는 39.3도까지 오르면서 2002년 35.1도의 기록을 깼다. 프랑스 당국은 브르타뉴를 포함해 15개 도에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이는 7월 평균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프랑스 남서부 지역에서는 두 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소방관들은 근 일주일간 극심한 더위 속에서 산불 진압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 중 지롱드(Gironde)산불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모래언덕이자 여름 관광명소인 두네 뒤 필라트(Dune du Pilat) 인근 소나무숲 1만4000헥타르를 파괴했다.

18일 지롱드산불로 지역기온이 4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되었으며 연기가 주택가까지 불면서 8000명이 예방 차원에서 대피했다. 약 3만2000명의 관광객 및 거주자가 프랑스에서 대피해야 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긴급 대피소로 옮겨졌다. 현장에 나간 데이비드 브루너(David Brunner) 소방관은 "30년간 산불진압을 해오면서 이런 산불은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프랑스 보르도(Bordeaux) 검찰은 18일 저녁 지롱드산불 방화 용의자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지난 주 폭염으로 최소 4명이 사망했으며 스페인 전역에서 수십 건의 산불이 발생해 약 3만 헥타르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스페인 북서부 사모라(Zamora)에서 69세의 양치기가 산불로 사망했으며 일요일에는 같은 지역에서 소방관이 사망했다. 월요일 마드리드(Madrid)에서는 50대 직장인이 열사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당국은 약 20건의 산불이 남쪽에서 북서쪽 최북단 갈리시아(Galicia)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이 불로 약 4500헥타르의 토지가 소실되었다고 보고했다.

포르투갈은 지난주 기온이 47도까지 치솟았으며 산불로 1만2000~1만5000헥타르의 토지가 불타고 2명이 사망, 60명이 부상을 입었다. 포르투갈기상연구소(IPMA)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온은 떨어졌지만 산불 위험이 여전히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차량 285대와 항공기 14대를 동원한 1000여명의 소방대원들이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9건의 산불과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18일 기준 네덜란드 남부 웨스트도르프(Westdorpe)의 기온은 35.4도에 달했으며 벨기에도 40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아일랜드에서는 수도 더블린이 1887년 이래 최고기온인 33도를 기록했다.

EU집행위원회 연구원들은 EU 영토의 거의 절반(46%)이 심각한 가뭄에 노출됐다고 경고했다. 영국 농부들은 가뭄이 동물사료 공급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톰 브래드쇼 영국농민연대(National Farmers Union) 부회장은 "강우 부족으로 겨울사료용 목초 재배에 타격을 입어 축산농가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전문가들은 폭염 및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으면서 기후위기가 예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폭염이 예측보다 더 빠르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이 적어도 향후 30년간 생명과 생계에 미칠 위험 전조라고 하며,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더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에서만 해도 지난 10년간 연평균 약 2000명이 폭염으로 사망했으며 직장, 학교, 여행에 광범위한 지장을 초래했다. 나이젤 아넬(Nigel Arnell) 영국 레딩대학 기후과학교수는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050년대까지 2~3년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지구기온이 금세기 말까지 2도 이상 오르면 그 빈도가 더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탄소감축 및 건물 개선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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