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북극...땅다람쥐 짝짓기까지 방해한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5-26 13:43:28
  • -
  • +
  • 인쇄

기후변화가 북극 땅다람쥐의 번식주기에 영향을 미쳐 생태계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알래스카대학교 페어뱅크스캠퍼스(University of Alaska Fairbanks) 연구진은 북극에 살고 있는 땅다람쥐에 대한 25년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년동안 암컷이 동면에서 더 일찍 깨어나는 반면 수컷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땅다람쥐의 이같은 동면의 불일치는 찍짓기 성공률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고, 종국에는 개체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우려했다.

북극 땅다람쥐는 알래스카 지방에 사는 작은 설치류다. 이들은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겨우내 동면을 취하다 봄에 깨어나 짝짓기를 한다. 일반적으로 수컷 땅다람쥐는 짝짓기를 준비하기 위해 암컷보다 먼저 동면에서 깨어난다. 수컷들은 겨우내 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이를 회복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암컷 땅다람쥐가 일찍 동면에서 깨어나면서 불균형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25년간 199마리의 야생 다람쥐 개체의 복부 및 피부 온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암컷은 동면이 끝나고 매년 깨어나는 시기가 빨라졌다. 반면 수컷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들은 "암컷 다람쥐 입장에서는 더 이른 시기에 께어나면 지방을 많이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봄에 더 빨리 뿌리와 새싹, 열매 및 씨앗을 찾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땅다람쥐가 짝짓기 할 수 있는 날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연구진들은 "수컷은 동면 패턴변화가 없는 반면 암컷만 최대 10일 일찍 깨어난다"며 "수컷이 동면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수컷과 암컷이 데이트할 수 있는 날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늑대와 독수리 등 북극 포식자들에게 땅다람쥐는 좋은 먹잇감이다. 따라서 일찍 일어난 암컷 땅다람쥐는 그만큼 잡아먹힐 위험도 커진다. 수컷 땅다람쥐가 뒤늦게 깨어났는데 정작 암컷 땅다람쥐는 대부분 먹히고 없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연구진들은 이 원인으로 북극 온난화를 꼽았다. 연구진들은 "북극 토양이 이전만큼 차갑지 않아 암컷 땅다람쥐는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수석저자인 헬렌 치무라(Helen Chmura) 미국 농무부 산림청 연구원은 "데이터에 따르면 땅다람쥐가 동면하는 활성층은 점점 가을에 늦게 얼고, 한겨울에도 춥지 않으며, 봄에 약간 일찍 녹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m 깊이의 토양이 얼어붙는 시간이 약 10일 정도 단축되는 이러한 변화는 불과 25년동안에 발생했으며, 이는 상당히 빠른 속도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이는 기후변화가 종의 생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이같은 현상이 다른 종에서도 반복된다면 이는 전반적인 생태 불균형과 개체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의 공저자인 로렌 벅(Loren Buck) 노던 아리조나대학(Northern Arizona University) 생물학 교수는 "25년간 진행된 이 연구에서 마침내 암컷과 수컷 다람쥐의 동면기간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암컷 다람쥐의 조기 기상은 생태계의 먹이 그물망 전체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한카드, 개인정보 19만건 '술술'…유출사실 3년간 몰랐다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폰번호 등 19만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 직원에 의한 유출인

삼성重 사망사고에 사과…반복된 인명사고에 비판 잇따라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공식 사과와 함께 사고 선박에 대한 전면 작업중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 "속도감 있는 실행으로 판을 바꾸자"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가 "위기 속에 더 큰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도약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하면서 신년 아젠다로 5대

이재용 삼성 회장이 귀국 1주일만에 달려간 곳

주식시장에서 '11만전자'를 회복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삼성전자는 이날 이재용 회장이 경

오리온 3세 경영 본격화...담서원 1년만에 부사장 승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씨가 입사 4년 5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승계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오리온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美 쿠팡 주주가 집단소송 제기..."정보유출 공시의무 위반"

3000만명이 넘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상대로 미국의 주주가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에는 쿠팡 소비자가 거의 없기에

기후/환경

+

유럽 교회의 오르간 조율기록이 기후온난화 추적 데이터?

유럽의 각 교회에서 오르간을 조율할 당시 기록된 기온이 기후온난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영국 노팅엄 트렌트

AI로 도로살얼음까지 예보...정부 '4차 기후위기 대응대책' 확정

겨울철 '도로위 암살자'로 불리는 살얼음(블랙아이스)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12시간전에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취약계층이 폭염과 한파로

그린란드 쓰나미 원인 밝혀졌다…"해저지진 아닌 빙하붕괴"

그린란드에서 발생한 대규모 쓰나미가 해저 지진 때문이 아니라 빙하 붕괴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22일(현지시간) 스페인 환경&

美트리는 전기료 천만원...英트리는 재생에너지 전력

영국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전력부문에서 역대 가장 낮은 탄소배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20일(현지시간) 가디언이 영국 전력망 운영을 분석한

기후부, 에너지시스템 AI전환 추진…'기후·에너지 DX·AX 전담반' 출범

정부가 에너지시스템 분야의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

기후부, 환경 연구개발 현장 중심 전환…탄소중립·순환경제 기술 발굴

환경 연구개발이 산업 현장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3차 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