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방화복'의 무한변신...119레오 "폐섬유, 자원순환으로 해결하는데 일조"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7-16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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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 '119레오'
방화복 업사이클 넘어 리사이클링 도전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일상생활 속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혁신리더를 선발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편집자주]

▲이승우 119레오 대표는 "업사이클링을 넘어 리사이클링으로 방화복 자원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newstree

화염 속에서 소방관을 보호해주는 '방화복'으로 업사이클 제품을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119레오'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방화복으로 가방 등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지 7년이 넘었다. 이제는 제법 알려지기 시작해서 여러 백화점 팝업스토어에도 진출해 있다.

그런데 119레오는 어쩌다 '방화복'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게 됐을까? 이승우(31) 119레오 대표는 "방화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 소방관의 투병생활을 알게 되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다가 방화복 업사이클링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지금은 업사이클링을 뛰어넘어 방화복을 원사로 되돌리는 리사이클링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화복은 '아라미드'라는 첨단소재로 제작되기 때문에 내화성, 내열성, 내구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강도도 철보다 5배 강하다. 이런 특수기능을 갖춘 방화복이지만 3년정도 사용하고 나면 폐기해야 한다. 이렇게 폐기처분되는 방화복은 1년에 약 2만벌에 이른다. 이승우 대표는 "아라미드는 매우 고가의 소재"라며 "워낙 첨단소재이다보니 가방 등으로 제작했을 때 내구성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119레오는 현재 자체 디자인 및 브랜드 협업을 통해 120여종의 제품을 온라인 매장과 팝업스토어에서 판매중이며, 수익의 50%를 암 투병 소방관 등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누적 기부액은 1억5000만원이 넘었고, 최근에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소방관을 지원하거나 소방견을 후원하는 등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한 가방 (사진=119레오)


◇ 폐방화복 업사이클링에 나선 이유

'119레오'의 탄생은 지난 2014년 혈관육종암으로 투병하던 부산119구조대 소속 고(故) 김범석 소방관의 사연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김범석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 염화비닐 등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때 발병할 가능성이 큰 희귀병을 앓다 숨졌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무수행 중 병에 걸렸다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거부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승우 대표는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소방관들의 현실을 알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동아리 몇몇 학우들과 함께 '방화복 업사이클링'을 테마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펀딩으로 모은 자금은 4200만원. 이 돈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개발했다. 수익금은 전액 고 김범석 소방관 유족들에게 기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 돈을 받지 않았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소방관들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했다. 꼬박 1년이 걸려 개발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사장시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승우 대표는 2018년 '119레오'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방화복 업사이클 사업에 뛰어들었다. 소방관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리고 이들의 권리보장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119레오의 'REO'는 'Rescue Each Other'의 줄임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는 뜻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주는 소방관을 이번에는 우리가 지키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방화복 소재인 '아라미드'는 염색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119레오에서 제작한 업사이클링 제품의 색상은 모두 황토색이다. 폐방화복을 세탁한 원단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방화복으로 업사이클링한 제품은 70여종에 이른다. 이승우 대표는 "아라미드는 불에도 잘 타지 않고 내구성이 강하기 때문에 주로 가방이나 지갑으로 만든다"면서 "방화복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가방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119레오는 지난 7년동안 각 지방소방서에서 약 17톤(t)의 폐방화복을 수거했다. 수거한 폐방화복은 인천과 안산 자활센터에서 세탁·분해한다. 이곳에 고용된 고령자와 장애인 그리고 취약계층 청년들이 일일이 손으로 폐방화복을 해체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방화복 특유의 발수 기능과 방검 특징 때문에 잘 뜯기지도 않아 사람이 일일이 해체해서 업사이클링용 원단을 분리해야 한다"면서 "업사이클을 통해 자원을 재사용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공헌 의미도 크다"고 강조했다.

▲방화복에서 추출한 아라미드 단섬유와 이 단섬유로 만든 재생원사 ⓒnewstree


◇ '폐방화복'으로 재생원사 '아라미다스' 개발

사업을 이어가면서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 업사이클링을 통한 탄소감축 등의 효과를 보며, 이승우 대표는 또다른 목표를 세웠다.

이 대표는 "한해 쏟아지는 폐방화복은 약 70톤에 이른다"면서 "지금의 119레오 업사이클링 운영방식으로는 매년 쏟아지는 폐방화복을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리사이클링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사이클링 제품도 결국 소비자를 거치고 나면 폐기되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119레오는 국내 처음으로 방화복을 '아라미드' 단섬유로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재생아라미드의 이름은 '아라미다스'다. 방화복을 물리적 방식으로 재생원료로 만드는 것은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 자활센터에서 수작업으로 일일이 방화복을 해체한 다음, 해체한 섬유를 분리장치에 넣고 단섬유 형태의 아라미드를 추출해야 한다. 이 단섬유를 꼬아서 만들면 아라미드 재생원사가 되는 것이다.

재생원사인 '아라미다스'는 1㎏당 약 1만6200원의 환경비용 감소효과가 있으며, 무엇보다 신재 아라미드에 비해 가격이 40% 저렴하다. 재생원사인 탓에 1000℃ 고열까지 견디는 방화복으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방열작업복이나 군복, 파일럿수트 등을 만드는 원단으로 손색이 없다고 한다. 이승우 대표는 "아라미드 소재는 폴리계열 합성섬유보다 100배 비싸다"면서 "재생원사를 사용해서 특수복을 제작하면 이 비용을 최대 4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19레오는 이미 지난해 재생 아라미드 생산의 이론 검증을 완료하고, 올 9~10월 가동을 목표로 현재 안산에 월 1톤 양산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이승우 대표는 "아라미드가 워낙 특수한 소재다보니 동일한 원사별로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2026년까지 아라미다스 공급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승우 대표는 "폐섬유는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지만 재생섬유로 순환되는 비율은 너무 낮다"면서 "119레오는 비록 아라미드 소재의 리사이클링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폐섬유로 인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방화복뿐 아니라 특수작업복과 군복·파일럿수트 등으로 리사이클링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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