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진화역사 바뀌나?...심해에서 산소 만드는 금속퇴적물 발견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7-23 12:32:36
  • -
  • +
  • 인쇄

빛도 들지 않는 태평양 심해에서 산소를 생성하는 다금속 덩어리들이 발견됐다. 심지어 이 덩어리들은 AA배터리 수준의 전기를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SAMS)를 주축으로 한 국제연구팀은 햇빛이 전혀 닿지 않는 태평양 해저 4km 아래에서 산소를 만들어내는 다금속 퇴적물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구상에서 생명이 처음 시작된 방식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상 산소를 생성할 수 있는 것은 빛으로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나 조류다. 그런데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심해에서 '다금속 결절(polymetallic nodule-covered)'이라고 불리는 작은 광물 퇴적물이 산소를 만드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생성된 산소는 이른바 '암흑산소'(dark oxygen)라고 불린다.

'암흑산소'를 만드는 광물 퇴적물은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에 있는 심해 평야인 클라리온-클리퍼튼 구역(CCZ)에서 발견됐다. 이곳에선 코발트, 니켈, 구리, 망간 등의 광물이 채굴될 예정이다. 산소를 내뿜는 다금속 결절은 심해에서 광물을 채굴했을 때 심해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조사하던 도중 발견됐다.

연구팀은 해저의 산소 소모율을 측정하고자 해저 챔버(benthic chamber) 장치를 사용해 많은 양의 퇴적물을 빨아들였다. 일반적으로 챔버에 갇힌 산소의 양은 생물이 호흡할 때 소모되면서 감소한다. 그런데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오히려 산소량이 증가한 것이다.

광합성이 이뤄지지 않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연구팀은 센서오류로 여기로 몇 개의 결절을 더 가져와 테스트를 반복했다. 하지만 결과는 산소량 증가였다. 이후 연구팀은 결절이 전기적 전하를 띠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SAMS의 수석 연구저자인 앤드류 스위트먼은 "결절 표면에서 AA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의 높은 전압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전하가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와 산소로 나누는 것이다. 이 화학 반응은 대략 AA 배터리의 충전량인 약 1.5볼트에서 발생한다.

니콜라스 오웬스 SAMS 국장은 이번 발견을 두고 "최근 해양과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라며 "복잡한 생명의 진화가 어떻게 시작됐을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산소는 약 30억년 전 남조류라고 불리는 고대 미생물에 의해 처음 생성됐다는 것인데 이 견해가 뒤집어질 수 있는 발견을 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그룹, 국내 김 전문기업 '성경식품' 100% 인수

삼천리그룹이 국내 대표 김 전문기업인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지도표 성경김'으로도 널리 알려

쿠팡 "자체조사 아니다...정부 지시 따른 공조 수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셀프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쿠팡이 "자체조사 아니다"면서 "정부 지시에 따른 공조수사였다"고 반박했다.쿠팡은 26일 입장

"니들이 왜 조사해?"…쿠팡 '셀프조사'에 시민 반응 '싸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이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26일 온라인 커

쿠팡 '셀프조사' 발표에 뿔난 정부...제재강도 더 세지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

기부하면 금리 'UP'...하나은행 '행운기부런 적금' 한정판매

하나은행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ESG 특화 금융상품 '행운기부런 적금'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이 적금은 하나은행과 한국맥도날드의 생활금융

현대차·기아, 탄소감축 목표 SBTi 승인...英 전기차 보조금 요건충족

현대차·기아는 지난 4일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계획에 대한

기후/환경

+

"탈탄소화 빨라졌다"…올해 에너지전환 투자규모 2.2조달러

올해 전세계 에너지전환 투자규모가 약 2조2000억달러(약 3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막대한 자금이 청정에너지로 투자되면서 전세계 탈탄소화

전자칠판부터 프라이팬까지...친환경 표시제품에 10종 추가

친환경 표시제품에 전자칠판과 프라이팬, 헤어드라이어 등 일상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10개 제품군이 추가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

2년만에 닥친 '대기의 강'...美캘리포니아 이틀간 '물폭탄'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대기의 강' 현상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날 내린 폭우로 일부 지역에 돌발홍수가 발생

[주말날씨] 전국이 '냉동고'...칼바람에 체감온도 -20℃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바람까지 거세기 불어서 체감기온이 영하 20℃까지 뚝 떨어졌다. 올들어 가장 추운 이번 한파는 27일까지 이어지겠다.2

[ESG;스코어] 경기도 31개 시군...온실가스 감축 1위는 '의왕'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경기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감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의왕시'로 나타났다

EU, 기업 해외이전 우려에 "철강·화학업종에 보조금 확대"

유럽연합(EU)이 철강, 화학 등 에너지 집약산업에 국가보조금을 확대한다.EU 집행위원회는 철강, 화학 등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국가보조금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