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최적화만으로 에너지효율 10% 개선..."건물 탄소중립 '커미셔닝' 필수"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1-08 19:30:36
  • -
  • +
  • 인쇄
환경·경제적 이점 뚜렷...미국·일본 이미 활성화
韓 제도 미비 "준공 뒤 운영단계 초점 맞춰야"
▲8일 서울시 서소문청사에서 '제8회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 전문가 포럼: 커미셔닝 국내 기술개발 및 인프라 확산 방안' 포럼이 열렸다. ⓒnewstree


건물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건물의 기획, 설계, 시공뿐 아니라 운영단계에서도 에너지 성능을 지속적으로 검증해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커미셔닝'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서울시 주최로 열린 '제8회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 전문가 포럼: 커미셔닝 국내 기술개발 및 인프라 확산 방안' 포럼에서 TVS디자인 박태준 이사는 "건물의 탄소중립을 효과적으로 촉진하려면 사용단계 배출에 집중해야 하고, '커미셔닝'은 이를 달성하는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커미셔닝'은 냉난방, 공조, 조명 등 건물의 설비가 최적의 효율로 운영되도록 체계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대형 선박을 '취역'(Commission)시킬 때 시운전을 실시하고, 성능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점검 및 보수를 하는 것에서 따온 개념으로, 환경적·경제적 이점이 커 미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 활성화된 개념이다.

실제로 노후건물이 많은 미국 뉴욕시는 시행령을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커미셔닝'을 장려하고 있다. 뉴욕시의 '지방법률 97'은 특정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에너지 모델링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물이 노후화될 때까지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추후 리모델링했을 때 얼마를 줄일 수 있는지 제출하지 않으면 신규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하고 있다.

건물이 준공된 뒤 운영 단계에서도 에너지 소비분석을 수행해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고, 개선해야 한다. 제공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뉴욕시는 2024~ 2030년 탄소배출량을 7만8000대 내연기관차를 줄이는 것과 맞먹는 36만톤 줄이고, 1억7500만달러의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녹색일자리도 1000개 창출한다는 목표다.

일본에서도 2010년부터 '커미셔닝'이 활성화돼 건물 부문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저감해나가고 있다. 일례로 2010년 교토역사가 노후화로 성능이 현저히 저하되면서 교토시 단독건물 온실가스 배출량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에 교토시는 2016년까지 총사업비 73억엔을 들여 단계별로 '커미셔닝'을 도입했고, 그 결과 에너지 소비를 60%를 절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커미셔닝' 과정에서 단순 기기점검을 통해 노후화돼 효율이 떨어지는 기기를 파악해 교체한 비용만 40억엔으로, 성능 개선을 위해 새롭게 투입된 장비의 비용은 33억엔에 불과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커미셔닝에 든 비용은 33억엔으로, 커미셔닝 이후 연간 에너지 비용이 6억엔씩 절감된 것으로 보면 비용회수에는 5.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탄소중립과 연계돼 국내에서도 '커미셔닝'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건물부문에서 32.8%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커미셔닝'을 도입하면 건물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절감할 수 있어 NDC 건물부문 목표의 상당량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제도적 기반이 미비해 '커미셔닝'이 활성화되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과학대학교 김진호 교수는 "미국은 준공 후에도 7~8년간 지속적인 커미셔닝을 통해 에너지 절감 실적에 따라 부동산세 세제혜택을 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준공단계에서 설비성능에 대한 혜택이 있을 뿐 그 뒤로는 혜택도 없을 뿐더러 에너지 효율을 증명할 의무도 없다"고 밝혔다.

강원대학교 임종연 교수는 "규격이 맞지 않는 시공오류가 추후에 발견되거나, 같은 설비도 작동 방식에 따라 효율이 달라질 수 있어 '커미셔닝'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신축 건물도 짓고나서 운영단계에서 온실가스가 증가할 수 있어 최초 설계가 아닌 실제 에너지 절감이 됐느냐에 초점을 두고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 판교·방배 사옥 경찰 압수수색…서버폐기로 증거은닉 의혹

해킹사고 처리과정에서 서버를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T가 압수수색을 당했다.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

셀트리온, 美에 1.4조 韓에 4조원 투자..."4Q 실적 턴어라운드"

일라이 릴리로부터 미국 공장을 인수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한 셀트리온은 의약품에 대한 미국 관세리스크를 털어내고

한국ESG기준원, ESG평가 'A+등급' 20곳...올해도 S등급 'O'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 신한지주와 현대백화점, 현대로템 등 20개 기업이 한국ESG기준원에서 주관하는 '2025 ESG 평가'에서 통합등급 'A+'를 획득했다. 이

CJ제일제당 '빨대없는 스토어' 캠페인...대체소재로 PHA 제안

CJ제일제당이 자원순환사회연대(NGO), CJ푸드빌과 함께 일회용 석유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한 '빨대없는 스토어 만들기(Be Straw Free)' 캠페인을

호텔신라, 친환경 운영체계 구축 나선다

호텔신라의 모든 호텔 브랜드가 친환경 호텔로 도약한다.호텔신라는 글로벌 친환경 인증기관인 '환경교육재단(FEE; Foundation for Environmental Education)'과 업

KT 새 대표이사 후보군 33명...본격 심사 착수

KT의 대표이사 후보 공개모집이 마감되면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이 33명으로 확정됐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16일 진행한 대표이사 후보

기후/환경

+

[COP30]"BTS에 영감받아"...K팝 팬들도 '탈탄소화' 촉구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는 브라질 벨렝에서 케이팝(K-팝) 팬들이 '문화 분야의 탈탄소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K-팝

내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1700톤 쓰레기 어디로?

내년부터 수도권 지역에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행됨에 따라, 소각장 설비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경기도와 서울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예기치 못

[COP30] 산림지키는 기후총회에...농업 로비스트 300명 활동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300명이 넘는 농업 로비스트가 몰리자, 원주민과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COP30] AI는 기후위기 해결사? 새로운 위협?

인공지능(AI) 기술이 기후대응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시에 막대한 전기수요를 발생시켜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18일(현

섬에서 새로 발견된 미기록 곤충 55.5% '열대·아열대성'

국내 섬 지역에서 발견된 미기록종 곤충 가운데 약 절반이 열대·아열대성 곤충인 것으로 나타났다.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농촌 기후대응 직불금' 도입되나...기후보험 대상 확대

기후변화로 인해 농작물을 재배하기 적합한 지역이 바뀌는 경우나 기후변화 대응 품종을 도입할 때 직불금을 주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정부는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