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의 강' 2023년 튀르키예 지진 피해 키웠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4-09 17:14:55
  • -
  • +
  • 인쇄
▲2023년 대기의 강으로 튀르키예 투트 마을에는 20시간동안 183mm의 비를 쏟아져 산사태가 발생했다. (사진=톨가 괴륌)

엄청난 양의 비를 몰고 오는 '대기의 강' 현상이 재작년 발생한 튀르키예 지진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밝혀졌다.

8일(현지시간) 톨가 괴륌(Tolga Görüm) 이스탄불공과대학 박사 연구팀은 지진이나 홍수, 산사태 등의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대기의 강' 현상으로 발생한 폭우가 어떻게 더 많은 인명피해를 일으켰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지진을 겪은 지역은 지반이 약화돼 폭우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가정하고 유럽 중기 기상예보센터의 전세계 기후데이터를 분석했다.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서부에는 지난 2023년 2월 6일 규모 7.8과 7.5의 두 차례의 강력한 지진이 9시간 간격으로 강타하면서 5만9000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다음달인 3월 14~15일 홍해에서 발원한 '대기의 강'이 튀르키예 남부의 타우루스 산맥에 도달했고, 산맥 경사면을 따라 상향 기류가 형성돼 엄청난 폭우를 쏟아부었다. 20년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튀르키예 투트(Tut) 마을은 20시간동안 183mm의 비가 퍼부었다.

이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 기온이 올라가면서 녹은 눈이 토양에 스며들면서 지반이 약해진 상태였다. 연구팀은 흔들림의 강도, 지형의 가파른 정도, 경사면의 위치 등을 분석해, 투트 지역에서 산허리의 전단강도(힘을 받았을 때 미끄러짐에 저항하는 토양과 암석의 능력)가 52~77% 약화됐다고 추정했다.

약해질대로 약해진 지반에 '대기의 강'으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0명 이상이 사망했다. 산사태와 홍수 등이 발생하면서 지진 피해복구도 차질을 빚었다. 연구팀은 지진이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나 가을에 발생했다면 복구기간이 '대기의 강' 시기와 겹치지 않아 산사태 위험도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재해가 동시다발 발생하는 경우가 앞으로 더 잦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구팀은 40년간의 기후변화로 인해 튀르키예 대기의 강 빈도와 강도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추세는 튀르키예를 넘어 전세계 다른 지진 지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괴륌 박사는 "미국 태평양 연안에서는 대기의 강이 흐르는 빈도와 규모가 튀르키예보다 훨씬 높다"며 "특히 남부 캘리포니아주는 지질학적으로 튀르키예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이 유사점은 재난에 취약한 지역사회가 대비 계획을 수립하는 데 튀르키예의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시사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대기 및 지진 위험을 반영한 위험 예측 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뮤니케이션 어스 앤 인바이어런먼트 학술지(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먹이로 착각하고 '꿀꺽'...바닷새·거북, 소량의 플라스틱에도 폐사

생각보다 적은 양의 플라스틱만으로도 다양한 해양생물이 죽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미국 해양보호단체 '오션 컨저번시'(Ocean Conservancy) 연구팀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