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금융배출량 2710만톤...기후리스크 대응해라"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4-22 11:42:08
  • -
  • +
  • 인쇄
시민사회 연대체 '국민연금기후행동' 공식출범
"기후 없는 미래, 연금도 의미 없다" 한 목소리
▲시민사회 연대체 '국민연금기후행동' 출범 기자회견 장면 (사진=국민연금기후행동)

'탈석탄'을 선언한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탈석탄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한 시민단체가 결성됐다. 

경남환경운동연합·기후솔루션·빅웨이브·인천환경운동연합·충남환경운동연합·환경운동연합·60+기후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이날 오전 11시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기후행동'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국민연금기후행동'은 국민연금이 지난 2021년 '탈석탄'을 선언했음에도 지난 3년간 관련 정책 발표는 전무한 상태에서 오히려 석탄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시민사회가 "우리의 노후는 미래의 기후에서 시작된다"며 국민연금의 책임있는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연대체로 결성됐다.

단체는 "국민연금이 석탄산업 외에도 고탄소 업종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명확한 전환 계획을 마련하지 않는 등 체계적인 기후리스크 관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도 기후관련 주주활동은 현저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후즈굿의 공동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기업 312곳에서 발생한 금융배출량(투자·대출 등 금융활동을 통해 간접 기여한 배출량)은 약 2710만톤(CO₂eq·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약 4%에 달한다. 

이에 국민연금기후행동은 국민연금이 '2040년 포트폴리오 넷제로 달성'을 포함한 책임있는 투자전략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 설립된 국민연금이 기후위기를 외면한 채 미래를 위협하는 투자에 나설 경우, 이는 기금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며 장기 수익성 확보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의 첫 발언자로 나선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황보은영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한국전력의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해 석탄발전 유지를 지원하고, 포스코홀딩스·현대제철 등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최상위 기업들에도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환경단체 우르게발트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화석연료 투자액은 현재 약 51조원에 달한다. 황보은영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2023년 '기후변화'를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했지만, 단 한 곳도 중점관리 기업으로 지정하지 않는 등 껍데기뿐인 제도에 머물고 있다"며 "기후위기를 방치하는 관행이 지속될 경우 국민연금의 수익성은 갉아먹히고 국민의 노후는 불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남환경운동연합 조순형 탈석탄팀장은 "충남도민들은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황·질소산화물·초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건강 피해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본인도 모르게 '석탄발전 투자자'가 되는 현실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기후솔루션과 핀란드의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 이후 별다른 후속정책을 내놓지 않은 2021~2022년동안 석탄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약 1970명이 사망에 이르렀으며, 이 중 10% 이상인 220건은 국민연금의 석탄투자에 의한 피해라는 분석을 발표한 바 있다. 

청년기후단체 '빅웨이브'의 도유라 활동가는 "태어났을 때부터 기후위기 속에서 살아온 첫 세대"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적 사회안전망으로, 그 '국민'에는 당연히 청년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달 성실히 납부하는 보험료가,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데 쓰이고 있다"며 "청년세대의 불신과 불안을 해소하려면 국민연금은 미래 지향적인 투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년 기후단체 '60+기후행동'의 강남식 운영위원 역시 "기후위기라는 암울한 미래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청년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없어,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책임을 통감하며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강 운영위원은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로 취약계층 노인이 목숨을 잃는 등, 기후위기는 노년세대의 안전·복지·생명에도 치명적인 문제"라며 "기후재앙을 증폭시키고 연금 고갈을 앞당기는 화석연료 투자는 청년과 노년 모두의 노후와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만큼, 국민연금은 즉각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기후행동은 국민연금 및 제21대 대선을 준비하는 각 후보를 상대로 △2030년까지 모든 석탄 투자를 철회하고 2035년까지 여타 화석연료 투자도 모두 중단할 것 △기후변화 관련 중점관리 기업의 선정 기준을 공개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것 △2040년까지 금융배출량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단계적인 로드맵을 조속히 발표할 것 △주요 공약에 국민연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목표와 전략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반기후 투자를 이어가는 국민연금이 역설적으로 기후위기로 인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됐다. 퍼포먼스에서는 국민연금을 상징하는 건물과 지폐 모형이 담긴 수조에 물을 붓고, 그 결과 건물은 잠기고 지폐는 물에 녹아 사라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