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버려진 페트병으로 약을?...타이레놀 성분으로 전환 성공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4 11:10:08
  • -
  • +
  • 인쇄
▲플라스틱 쓰레기를 약이나 다른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그림 (자료=Nature Chemistry)

매년 3억5000만톤 넘게 버려지는 플라스틱병으로 해열진통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생수병이나 포장재로 쓰인 폐플라스틱이 고온과 고압없이 대장균 발효만으로 타이레놀 성분으로 바뀌는 기술이 개발됐다.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음료병으로 흔히 사용되는 페트(PET)에서 얻은 테레프탈산(TPA)을 유전자 조작 대장균으로 발효해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핵심은 세균 내부에서 자연에는 없는 화학반응 '로센 재배열(Lossen rearrangement)'을 실현한 점이다. 기존에는 유기합성 실험실에서만 가능한 반응이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인산염이 촉매 역할을 해 박테리아 안에서도 반응이 일어났다.

연구팀은 페트병에서 테레프탈산을 추출하고, 이를 특수한 하이드록사메이트 화합물로 전환했다. 이 기질은 대장균 세포 내에서 파라아미노벤조산(PABA)으로 바뀌고, 여기에 추가적인 대사 과정을 통해 24시간 이내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완성된다.

이 전환 반응은 실온에서 진행됐고, 고비용 장비나 고온 공정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사실상 탄소배출이 없는 생물 기반 업사이클링"이라고 표현했다. 수율은 92%에 달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버려지는 플라스틱병이 약 공장의 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은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해열·진통제 성분으로, 연간 수요가 수십억정에 이른다. 연구진은 "페트병이 단지 재활용이 아니라 치료제로도 탈바꿈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싱가포르국립대 매튜 욱 장 교수는 "합성화학과 생물공학은 원래 분리된 영역이었지만, 이번 연구는 그 경계를 무너뜨렸다"며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유용한 화합물로 바꾸는 시대가 왔다"고 평가했다.

향후 과제는 공정 최적화와 산업적 규모 확장이다. 연구진은 "생분해 효소와의 결합, 페트 자동분해 기술과의 연계 등을 통해 실제 공장 적용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가 된다면,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으로 감기약을 만든다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에 6월 23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대주·ESG경영개발원, ESG 컨설팅·공시 '협력'

대주회계법인과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ESRS·ISSB 등 국제공시 표준 기반 통합 컨설팅 서비스 공동개발에 나선다.양사는 14일 ESG 전략·공시&mi

JYP, 美 타임지 '지속가능 성장기업' 세계 1위

JYP엔터테인먼트가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 최고의 지속가능 성장기업' 세계 1위에 올랐다.JYP는 미국 주간지 타임과 독일 시장분석기업 스태티스타가

우리은행, 1500억 녹색채권 발행…녹색금융 지원 확대

우리은행이 15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친환경 분야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우리은행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

"페트병 모아 사육곰 구한다"...수퍼빈, 곰 구출 프로젝트 동참

AI 기후테크기업 수퍼빈이 이달 1일 녹색연합과 함께 사육곰 구출프로젝트 '곰 이삿짐센터'를 시작하며, 전국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자원순환형 기

아름다운가게, 돌봄 공백에 놓은 아동·청소년 돕는다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가 재단법인 서울시복지재단, 사단법인 피스모모와 함께 13일 협약식을 갖고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연결 및 지원사업-함께

LG CNS 'LG ESG 인텔리전스' ASOCIO 어워드 ESG 수상

LG CNS가 자체 개발한 ESG 데이터 플랫폼 'LG ESG 인텔리전스'로 국제적 권위가 있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정보산업기구(ASOCIO) 어워드에서 'ESG 부문'을

기후/환경

+

조류도감 덮친 남대서양 '비상'...코끼리물범 절반 '떼죽음''

남대서양의 코끼리물범 절반 이상이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남극조사단(British Antarctic Survey,BAS)은 "현지 조사 결과,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대형

[COP30] 성별의 정의 둘러싼 논쟁에...여성 지원계획 좌초 위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채택될 '젠더 행동계획'을 앞두고 일부 국가가 '젠더' 정의에 이견을 제기하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태양광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연료로?...'인공 광촉매' 개발

태양광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촉매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인수일 에너지공학과 교수연구팀

[주말날씨] 맑고 온화한 가을...17일부터 기온 '뚝'

이번 주말은 대체로 맑고 온화한 늦가을 날씨를 보이겠다. 당분간 내륙·산지를 중심으로 아침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내륙을 중심으로 일교

5년내 화석연료 종말?...IEA "재생에너지로 공급체계 대전환 궤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공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5년 내에 화석연료 시대가 사실상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12일(현지시간) 국

[COP30] 年 1.3조달러 누가 낼건데?...기후재원 논의 본격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연간 1조3000억달러 기후대응 재원(NCQG)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를 놓고 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