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반도체 관세율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미국 내 투자 규모를 300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대만과의 협상에서 관세율 인하를 대가로 TSMC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세울 것"이라며 "투자 규모는 총 3000억달러(약 416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TSMC의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설비 투자 계획을 언급한 것이다.
TSMC는 현재 미국에 총 1650억달러를 들여 6곳의 반도체 공장과 패키징 설비, 연구개발센터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투자금의 2배에 달하는 액수를 투자할 것이라고 질러버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어떤 근거로 나온 건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TSMC와 미국 정부로부터 이에 대한 자세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과의 관세 협상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TSMC의 대미 투자 확대를 선제적으로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대만에 20% 수입관세 부과를 결정했는데, 대만 정부는 아직 협상 여지가 있다고 보고 미국과 관세 인하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미국은 대만의 관세를 15%까지 낮춰주는 대신, 대미 투자 확대와 함께 TSMC와 미국 인텔이 지분을 각각 49%, 51% 투입한 미국판 TSMC인 'ASMC' 설립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주 중에 반도체 및 의약품 관련 품목별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가별 상호관세에 더해 품목별 관세까지 적용된다면 반도체를 미국에 핵심 수출품으로 두고 있는 TSMC와 대만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미국 고객사들의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고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TSMC를 자연히 핵심 타깃으로 놓을 수밖에 없다.
대만 공상시보는 결국 TSMC의 미국 투자 확대가 관세 협상에 최대 관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에서 반도체를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같은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미국에 370억달러(약 54조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테슬라와 계약을 통해 미국 내 최대 70억달러(약 9조7200억원)규모의 첨단 패키징 시설을 건설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미 투자에 나섰지만, TSMC 역시 대미 투자에 나섰음에도 그 2배에 달하는 투자를 요구받은 만큼 어떤 변동사항이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관세율, 관세 적용 방식 등 아직 공개된 내용이 없어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답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