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오염종식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정부간협상위원회(INC-5.2)에 등록한 석유화학업계 로비스트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가 7일(현지시간) 공개한 바에 따르면, INC-5.2에 등록한 화석연료·석유화학·플라스틱 업계 로비스트는 234명에 이른다. 이는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대표단 인원을 합친 것보다 많고, 과학자들과 원주민 대표들의 숫자를 한참 넘어선다.
234명의 로비스트 가운데 19명은 이집트, 카자흐스탄, 중국, 이란,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정부 대표단에 공식 포함돼 협약문안 작성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CIEL은 "플라스틱 생산의 99% 이상이 화석연료 기반 화학물질에서 나온다"며 "기후협상에서 수십년간 발목을 잡아온 기업들이 이번 플라스틱 협상에서 선의로 임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번 회의에 등록된 화석연료 로비스트는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INC-5에 참석했던 로비스트 220명보다 많다. 당시에도 로비스트 숫자가 EU 대표단 191명보다 많아 '역대 최다'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이를 뛰어넘었다. INC 회의 전 과정에 참석하는 화석연료 업계 관련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협약의 핵심목표인 '플라스틱 생산감축'이 약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수백명에 달하는 로비스트들의 영향 때문인지 지난 3일 내내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명문화하려는 100여개국과 생산제한을 거부하고 폐기물 관리 등 하류 대책만 강조하는 그룹이 대립했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이 속한 이 그룹의 입장에 미국도 동조하는 모습이다. 협상전 미국은 생산감축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메모를 각 국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참가자들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은 이번 회의전 환경단체·과학자들과 만나지 않고 업계 관계자들과 사전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민주당 행정부 하에서도 미국은 산업 친화적이었지만 최소한 형식적으로나마 시민사회와 접촉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가면조차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제화학협회(ICCA)는 "이번 회의에 참석한 업계 인사는 136명 뿐"이라며 "1500명이 넘는 비정부기구 참가자에 비하면 소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 대표단 합류나 비공식 행사 후원 등에서 로비스트의 영향력은 단순 수치 비교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INC-5.2 회의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2022년 푼타델에스테에서 시작된 3년간의 국제협상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지만, 업계 로비와 국가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플라스틱 생산감축' 문구는 최종 합의안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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