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협상 '팩트시트' 내용 보니..."통상·안보협의 최종타결"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1-14 17: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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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 최종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사진=연합뉴스)

한미 무역협상이 최종 마무리됐다.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 관세율은 물론,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포함한 양국의 안보 협상도 문서로 공식화됐다.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은 14일 오전 양국 관세·안보 협상에 대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동시에 공개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팩트시트 합의 사실을 브리핑했다. 한미 정상이 지난달 29일 경주 회담에서 협상을 타결한 지 16일 만이다.

우선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내리고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산 자동차 관세도 기존 25%에서 15%로 내렸다. 의약품 관세도 15%를 초과하지 않기로 했고, 복제 의약품이나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 대한 15% 상호관세를 없애는 방침 역시 담겼다.

한국의 대미투자에 있어서는, 조선업 분야에서 1500억 달러를 투자한다. 미국이 현금 투자를 요구했던 2000억 달러와 관련해서는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소제목 아래 연간 200억 달러의 상한이 명시됐다.

팩트시트에는 "한국은 가능한 한 미화를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조달함으로써 시장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 "원화의 불규칙한 변동 등 시장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한국은 조달 금액과 시점을 조정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외화자산 운용 수익 등으로 투자금을 충당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의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에 대해 미국은 "신의를 가지고 적절히 검토한다"라고만 돼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조달 액수와 시점을 요청받을 때 반드시 이에 따라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최혜국 대우 확보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국과의 교역 규모 이상의 반도체 교역에 대한 미래의 합의에서 제공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문서화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사실상 주요 경쟁 대상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축산물 교역의 경우 쌀·쇠고기 시장 개방 방어에 성공했다. 팩트시트에는 "한국은 식품 및 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 한국이 강조한 대원칙인 '상업적 합리성'은 팩트시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향후 맺어질 MOU의 제1조에 명시될 예정이라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안보 부문에서는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과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한 미국의 지지 표명,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내용이 문서화됐다.

한국은 국방비 지출액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증액하기로 했고,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를 위해 2030년까지 25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법적요건에 맞춰 주한미군에 330억 달러 상당의 포괄적 지원도 제공하기로 했다.

핵협의그룹(NCG)을 포함한 협의 메커니즘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는 점,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내용도 문건에 담겼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변화하면서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2006년 합의된 틀을 유지하며 지속적인 주둔을 확인받았다는 점에서 한반도 안보 관련 불확실성도 한결 낮췄다는 해석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동맹 차원의 협력도 지속하겠다는 방침도 실렸다. "양 정상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도 명시돼, 이 대통령의 공약인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문제와도 관련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는 내용이 팩트시트에 기재됐다. 그 연장선에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 역시 소개됐다.

더불어 "두 정상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합의하고, 북한이 의미있는 대화로 복귀하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포함한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기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서 직접적 언급은 나오지 않았으나,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해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설명을 달아 유연성에 대한 여지를 뒀다. "양 정상이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독려했다"는 문장도 병기됐다.

원자력·조선 협력 관련 내용은 별도의 소제목으로 분류돼 비중있게 서술됐다.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핵 추진 잠수함 도입 등 역시 팩트시트에 들어갔다. 이로써 한국의 오래된 숙원인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권한이 확보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의 우라늄 농축·재처리에 대해 미 측의 공개적인 협조·지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핵 추진 잠수함의 경우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예상 밖의 공개 언급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낙을 얻어낸 바 있어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공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도 명시됐다.

팩트시트에는 핵 추진 잠수함의 건조 장소까지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위 실장은 "정상 간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다"며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더해 팩트시트에는 "한국 내에서의 잠재적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해 최대한 신속하게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 수행이 가능한 미군 전투함의 수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른바 '마스가'로 불리는 한미 조선 협력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의 군함까지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할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국내 조선업에도 활기를 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상선뿐 아니라 미 해군 함정의 건조조차 대한민국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대한민국과 미국 조선업이 함께 위대해질 수 있는 발판이 구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35년까지 적용되는 현행 원자력협력협정은 미국의 동의 하에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있다. 정부는 이 현행 협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 중 하나였던 한미 무역·통상 협상 및 안보 협의가 최종 타결됐다"며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 글자 하나 사안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어 아주 미세한 분야까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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