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정 늘린다더니...英 개도국 기후 지원금 20% '싹뚝'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6 16: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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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기후위기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대해 지원금을 20% 이상 삭감한다고 5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해온 기존 입장과 정반대다.

이날 영국 재무부는 향후 5년간 기후재정 지원 규모를 90억파운드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향후 3년간 연간 20억 파운드 수준으로 집행된 뒤, 2029~2031년에는 연간 15억파운드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지난 5년간 집행된 116억파운드에서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2021년 예산 합의 당시와 비교해 실질적인 지출 여력이 약 40% 줄어든 셈이다.

불과 1년전 영국은 2035년까지 개도국에 지원하는 기후재정을 연간 30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번에 영국이 발을 빼면서 기후재정의 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무·영연방·개발부(FCDO) 내부에서는 2010년 이후 네 번째인 국제기후재정(ICF4) 계획을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예산은 해외원조 예산에서 나오며,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0.3%로 축소됐다. 영국은 2021년까지 0.7%를 유지해 왔으나, 이후 단계적으로 삭감됐다.

이와 함께 기존 해외 교육·보건 사업을 기후재정에 넣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일부 관계자들은 최빈국 지원금의 최대 30%를 기후재정으로 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기후위기 대응과의 연관성은 미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억파운드 규모의 자연보전 예산 역시 유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면서, 삭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양보호를 위해 조성된 '블루 플래닛 펀드' 등 대표 사업은 유지되겠지만, 예산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후재정 삭감이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영국의 국익에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사탓 삼파다 기후재단의 하르지트 싱 공동설립자는 "영국은 기후리더를 자처하면서 재정공약에서는 후퇴하고 있다"며 "이는 남반구 지역사회에 영국의 약속은 공허하다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보전 인터내셔널 영국의 조너선 홀 대표도 "자연보호에 실패하면 식량 가격과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기후예산의 최소 3분의 1은 자연 보호에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의 기후재정 집행은 브렉시트 이후 투명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U의 보고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서 '기후 재정'이라는 명칭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당국은 "영국은 국제 기후재정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으며, 올해 회계연도 말까지 116억 파운드 집행 목표를 달성할 예정"이라며 "모든 지출이 최대 효과를 내도록 접근 방식을 현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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