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꾸는 것같다"...벼랑끝 내몰린 헬스장 종사자들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9: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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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운영자들 형평성 어긋난 방역정책에 집단반발
하루아침에 백수된 직원들 알바로 전전하며 생계유지
"택배 상하차 일자리라도 구했으니 다행이죠. 요즘은 이런 자리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예요."

서울 강북구의 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던 A씨(32)는 요즘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한 대형 물류센터에서 일한다. 한때 매주 수업이 꽉 차 있던 유명 트레이너였던 그는 밤새 상자를 내리고 올리는 고된 작업을 끝내고 아침 7시에 퇴근한다. A씨는 "하루빨리 코로나 악몽이 끝나고 내 일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지=모션엘리먼트)

지난해 12월 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헬스장들은 말그대로 '초토화'돼 있다. 헬스장은 영업제한업종에 해당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되면 무조건 문을 닫아야 한다. 당초 1월 3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이달 17일까지 2주가 더 연장된 상태.

무려 41일동안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게 된 헬스장들은 학원 영업을 일부 허용해준 것을 들어 '형평성'을 문제삼으며 정부의 방역조치에 반기를 들고 있다. '과태료를 물더라도 영업하겠다'고 나서는 헬스장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집단반발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서울 압구정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C씨는 "한달 임대료만 4000만원인데 정부 지원금은 달랑 300만원이 전부"라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심정으로 정부에 반기를 드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 하루아침에 '백수'된 헬스장 직원들

헬스장이 문을 닫으면서 종사자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무급이라도 휴직처리가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군소 헬스장들은 운영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을 대부분 내보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이 단기 아르바이트 시장에 몰리면서 이제는 '알바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물류센터 관계자는 "택배 상하차는 힘든 알바로 알려져 있어서 주말이나 야간근무자를 구하기 힘들었다"면서 "그런데 최근에는 구인공고를 매일 올려고 매일 수십명씩 지원하고 있으니 코로나19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확실히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레이너 B씨도 지난달 일하던 헬스장이 문을 닫은 후 인력사무소를 전전하고 있다. 오전 4시30분에 일어나 추위에 떨며 인력사무소 앞에 줄을 선다는 B씨는 허탕을 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B씨는 "헬스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직원들이 요즘 택배 상하차나 택배기사, 청소, 현수막 설치 등 안하는 일이 없다"면서 "한꺼번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알바 구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결국 B씨는 '쿠팡 플렉스'(택배 배송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도 녹록지 않았다. 인원이 너무 많이 몰려 택배 단가가 너무 떨어진 탓이다. 현재 택배 단가는 최저 650원이다. 사람들이 몰리기전 2000원 수준보다 50% 이상 떨어졌다.

하지만 B씨는 "쿠팡 플렉스 지원자가 너무 많아져서 주문따내기도 힘들다"고 했다. 이어 그는 "주문을 따낸다고 해도 캠프(창고)에서 물건을 받는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배송할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데 정해진 배송 시간을 초과하게 되면 패널티를 물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하루하루 초조하다는 B씨는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일을 관둘 수도 없다.


◇ 뿔난 헬스장 운영자들 집단반발

헬스장 운영자들의 상황도 심각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대표 C씨는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면서 "정말 악몽을 꾸는 것 같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C씨는 지난해 1월 헬스장을 리모델링해서 오픈한지 한달도 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매달 적자가 쌓여 현재 빚더미에 앉아있다.

C씨는 "헬스장 임대료만 매달 4000만원이 나간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고 있지만 버티는게 버티는게 아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3차 재난지원금 300만원을 받아봐야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면서 "정말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내 최대 헬스장 운영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헬관모(헬스장관장모임)에는 "학원이나 헬스장이나 모여서 운동하는 건 같은데 왜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되느냐"며 "항의 표시로 영업을 강행하겠다"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그 이유는 태권도, 발레 등 학원으로 등록된 소규모 체육시설은 동시간대 교습인원이 9명 이하면 영업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이에 헬스장 운영자들은 같은 실내체육시설인데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방역정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헬스장 문을 다시 여는 단체행동인 '오픈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필라테스센터를 운영하는 D씨도 '오픈시위'에 동참했다. D씨는 SNS계정에 "제발 막무가내로 운영정지하라 마십시오!"라며 "식당은 띄어앉기, 결혼식은 인원제한 등 구체적인 제한조치를 내려주면서 왜 하필 실내체육시설만 영업금지냐"고 되물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E씨 역시 '오픈시위'에 동참하며 "작년 3월에 대출까지 받아 근근히 버텨왔지만 정부의 불합리한 영업금지 지침으로 인해 이제는 너무 힘들다"면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지침뿐"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방역당국은 일단 정책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설간 형평성 문제가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는 방법으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서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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