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력가격 전쟁에도 '안정세'...재생에너지가 '완충 역할'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9 1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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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모션엘리먼츠)

이란-미국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재생에너지를 확대한 유럽은 상대적으로 전력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고 있다.

최근 유럽 전력가격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같은 급등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러우 전쟁 당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줄면서 전력가격이 최대 3~5배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현재는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차이는 전력구조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최근 약 40% 중반 수준까지 올라왔다. 2021년 약 37% 수준이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쟁 이후 빠르게 확대되며 2023년 약 43%, 2024년에는 약 44% 수준까지 늘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크게 늘면서 전력 생산 구조 자체가 바뀐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연료비 영향도 줄었다. 과거에는 가스 발전이 전력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늘어나면서 가스 발전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 그 결과 가스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전력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냈고, 그 결과 가격 안정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약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국제 연료 가격이 상승할 경우 전력요금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 발전량이 줄어들 경우 가스 발전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면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전력망과 저장 기술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재생에너지는 생산 시점과 수요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보완할 송전망과 에너지 저장장치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유럽 각국은 대규모 송전망 확충과 배터리 저장 설비 구축을 병행하며 전력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전환이라고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되면, 전력가격은 과거처럼 화석연료 가격에 직접적으로 연동되지 않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는 이제 단순한 탄소 감축 수단을 넘어 전력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 속에서도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일정 부분 흡수하는 '완충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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