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끼리 말다툼? 과연 가능?...그래서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9:18:04
  • -
  • +
  • 인쇄
임해창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현재 기술로는..."
▲ 두 로봇이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출처='삘리삘리'(bilibili)화면 캡처)


"너 나한테 좀 부드럽게 말할 순 없어?"
"난 충분히 부드러운 것 같은데?"

"너 너의 그 나불대는 입 좀 봐"
"너 나 아주 잡아먹겠다?"

"사과는 이미 늦었어. 잘 가"
"너 아직도 화났어? 돌아서 나 좀 봐봐"
"싫어"
"네 마음대로 해. 진짜 짜증 난다."

목소리만 언뜻 들으면 연인끼리 싸우는 것 같다. 그런데 어라, 사람이 아니라 로봇끼리 싸우고 있다. 중국 장시 난창의 한 도서관에서 로봇끼리 말다툼하는 장면이 중국 SNS에서 큰 화제다. 이 영상은 현재 중국 영상플랫폼 '삘리삘리'(bilibili)에서 조회 수 60만을 넘었다. 

이 로봇들의 역할은 도서관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도서관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연인처럼 다투는 로봇 영상을 본 네티즌은 '웃겨 죽겠다.' '저게 진짜면 웃긴 게 아니라 무서울 정도'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영상을 본 한국 네티즌들은 '로봇 산업이 상당히 발전했다' 면서 '우리나라의 로봇 기술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로봇끼리 다투는 장면은 사람이 연출한 것일까? 아니면 로봇기술의 진화된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일까. 이 영상을 본 상당수의 사람은 '사람이 원격조정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 네티즌은 "내가 아는 형도 3일 동안 모니터실에서 원격조정한 적이 있다"면서 "뒤에서 누가 원격조정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다른 네티즌도 "진짜 믿냐? 현재 AI의 대화 기술은 이 정도까지 발전하지 못했다"며 원격조정 의혹을 제기했다.

로봇이 인간처럼 말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연어 처리(NLP)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NLP란 컴퓨터가 인간의 말인 자연어를 분석하는 기술로, AI 주요 연구 분야이다. 

그래서 뉴스;트리가 NLP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봤다. 로봇끼리 싸우는 장면이 설정인지, 아니면 현재 기술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이에 대해 임해창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명예교수이자 엔씨소프트 NLP 자문 교수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음성 대화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임 교수는 "로봇이 상대의 말에 화를 내기 위해서는 사람이 대화할 때처럼 상대의 감정 및 의도, 대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아직 멀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의 음성대화 시스템(SDS) 구성은 이러하다. 사람의 음성이 인식되면 인식된 텍스트를 분석한다. 형태소 분석, 통사 분석, 의미 분석, 화용 분석 등을 거치는데 이것이 자연어처리 과정이다. 도출된 결과를 토대로 그 발화에 적합한 응답 문장을 만들고, 음성합성을 통해 스피커로 내보낸다.

▲IT 기업과 학계에서 NLP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임해창 교수

그렇다면 현재 음성대화시스템 수준은 어느 정도까지 왔을까.

'시리'나 '빅스비'를 향해 "오늘 날씨 알려줘"라고 말하면 "오늘 날씨는~~"이라고 답하는 것이 정형화된 포맷에 맞춰 응답하도록 미리 설정돼 있기에 가능하다는 얘기다. 질문의 유형을 미리 설정해서, 그에 맞춰 적절한 답변을 내보내도록 하는 식이다.

임 교수는 "현재 음성인식과 대화 시스템의 처리속도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딥러닝을 이용하여 데이터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딥러닝은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수많은 데이터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구분하는 기술이다. 

아울러, AI 연구자들은 '멀티 모달'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멀티 모달'은 텍스트와 음성 그리고 영상 등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임 교수는 "멀티 모달로 사람의 표정을 인식하여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면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기술이 발달하면 머지않아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로봇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로봇끼리 싸움도 현실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박유민 기자 youmeaningful@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kt ds, 취약계층 500가구에 '김장나눔' 봉사활동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화원종합복지관에서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kt ds 임직

폐철에서 고급철 회수...현대제철, 철스크랩 설비에 1700억 투자

현대제철이 고품질 철스크랩 확보를 위해 2032년까지 1700억원을 투자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철스크랩 가공설비인 '슈레더(Shredder)' 설비도입 등

美서 쿠팡 '집단소송'...승소시 3300만 피해자 전원에 배상책임

쿠팡을 상대로 국내에서 단체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소송의 나라' 미국에서도 쿠팡을 대상으로 한 집단소송이 제기된다.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승소

SK이노, 독자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국제학술지 등재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성과가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화학공학

KCC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11년 연속 수상

KCC가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제조 부문 우수보고서로 선정되며 11년 연속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대한민국 지속

기후/환경

+

'인스타 명소' 아이슬란드 꽃밭...알고보니 생태계 파괴 외래종

사진 명소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의 꽃밭이 사실은 토착종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인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물순환 촉진구역' 4곳 지정한다...기후부, 지자체 대상 후보지 공모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물순환 촉진구역 공모'가 처음으로 실시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023년 10월 24일 제정된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韓가전제품 유럽수출 '비상'...EU, 가전·부품도 탄소세 '만지작'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원자재 중심에서 가전·부품 등 완제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공기좋던 美 워싱턴D.C 올겨울 대기오염 최악...원인은?

공기질이 깨끗한 도시로 알려졌던 올겨울들어 미국의 워싱턴 D.C.가 질병을 유발할 정도로 공기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대기오염 분석업

필터없이 초미세먼지 99.9% 제거하는 공기청정 장치 개발

필터없이 나노 물방울로 초미세먼지를 99.9% 제거하고 스스로 물까지 공급하는 공기청정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