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아 땅 사놓고 신도시 지정...'막나가는' LH 임직원들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3-03 10:52:30
  • -
  • +
  • 인쇄
사전 매입한 토지 100억대...필지 쪼개기까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국토부 전수조사 착수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LH 임직원 사전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전 해당지역에서 투기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업무에서 즉각 배제됐다. 신규 택지 확보와 보상 업무를 총괄하는 공공기관인 LH의 직원들이 공모해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에 국무총리까지 나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즉각 광명 시흥지구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 투기 정황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LH직원 10여명이 지난달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광명·시흥 신도시 내 토지 2만3000여㎡(약 7000평)를 신도시 지정전에 사들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민변이 제보를 받고 해당지역의 토지대장을 분석한 결과,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모두 10필지를 100억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발표 직후 LH는 14명 중 12명은 현직이고, 2명은 전직으로 확인됐다며 12명은 즉각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투기 의혹을 받는 전·현직 직원 대부분은 LH의 서울·경기지역본부 소속으로 이들 중에는 신규 택지 토지보상 업무 담당 부서 소속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신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한 농지(전답)로,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토지 매입 대금 100억원가량 가운데 약 58억원은 금융기관 대출로 마련한 것으로 추정됐다.

여러 정황을 볼 때 개발 정보와 토지 보상 업무에 밝은 LH 직원들이 금융기관에서 상당액을 대출받아 투기 목적으로 신도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땅을 무더기로 사전 매입한 의혹이 있다는 게 민변 등의 주장이다.

참여연대·민변 관계자는 "LH 내부 보상 규정을 보면 1000㎡를 가진 지분권자는 대토 보상기준에 들어간다. 일부 필지는 사자마자 '쪼개기'를 했는데 (지분권자들이) 1000㎡ 이상씩을 갖게 하는 등 보상 방식을 알고 행동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들인 농지에서는 신도시 지정 직후 대대적인 나무 심기가 벌어진 정황도 포착됐다. 보상액을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행위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참여연대·민변은 이날 제기한 의혹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보를 받아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필지를 조사해 나온 의혹이 이 정도라면, 더 큰 규모의 투기와 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광명, 시흥만 그러겠냐며 투기 의혹 전수조사 대상을 광명·시흥 신도시에 국한하지 말고 6개 3기 신도시 전체로 넓혀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한 시기(2019년 4월∼2020년 12월)가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들이 토지를 매입한 기간과 상당 부분 겹쳐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전날 변 장관이 국토부 산하 기관장들과 신년회 자리에서 LH 임직원의 사전투기 의혹을 언급하면서 청렴도 제고를 당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비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차, 올해 청년 7200명 신규 채용...내년엔 1만명 확대 검토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총 72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18일 밝혔다. 내년에는 청년 채용 규모를 1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현대차그룹의 청년

롯데카드, 해킹으로 297만명 정보 털렸다...카드번호, CVC까지 유출

롯데카드 해킹 사고 피해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롯데카드는 피해 고객 전원에게 전액 보상을 하겠다는 방침이

삼성전자, 5년간 6만명 신규채용...'반도체·바이오·AI' 중심

삼성전자가 성장사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으로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매년 1만2000명씩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기업 보고, 6개월로 바꾸자"...트럼프 주장에 美 또 '술렁'

미국 상장기업의 보고서가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장기업의

카카오, 지역 AI생태계 조성 위해 5년간 '500억원' 푼다

카카오그룹이 앞으로 5년간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 인공지능(AI) 생태계 육성에 투자한다고 18일 밝혔다. 카카오그룹은 지역 AI 육성을 위한 거점

[ESG;NOW] 올해 RE100 100% 목표 LG엔솔 '절반의 성공'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

기후/환경

+

가뭄이거나 폭우거나...온난화로 지구기후 갈수록 '극과극'

전 지구적으로 기후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글로벌 수자원 현황 2024' 보고서를 통해 수개월째 비가

"재생에너지 188조 필요한데…정책금융 투자액은 여전히 안갯속"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에 188조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 대부분은 재생에너지보다 화

지역 1인당 교통 배출량, 서울의 2배…"무상버스가 대안"

비수도권 교통 배출량이 서울의 2배에 달하면서 '무상버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녹색전환연구소가 18일 발표한 보고서 '작은 도시의 교통 혁명,

'2035 NDC' 60% 넘어설까...환경부, 7차례 토론회 연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설정하기 위한 대국민 논의가 시작된다.환경부는 오는 19일부터 내달 14일까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뜨거워지는 한반도...2100년 폭염일수 9배 늘어난다

한반도 기온이 매년 상승하고 있어 2100년에 이르면 여름철 극한강우 영향지역이 37%로 확대되고 강수량도 12.6%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또 폭염일수도 지

국민 61.7%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60% 넘어야"

우리나라 국민의 61.7%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6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왔다.기후솔루션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200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