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굶어죽은 구미 3세 여아...사라진 또다른 아이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4-01 09: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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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 모두 '외조모가 친모'
사라진 아이 행방묘연...수사 난항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피의자 A씨 검찰 송치 (출처=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오후 3시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반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자신을 '외할머니'라고 밝힌 A씨(48). 딸 B씨(22)와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살던 A씨는 집주인으로부터 "B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라는 얘기를 듣고 딸 집을 찾았다. 그곳엔 집나간 '엄마' B씨를 기다리다 죽은 아이의 시신만 있었다.

A씨는 주변에서 상자를 구해 아이의 시신을 담아 옮기려 시도하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A씨는 "시신을 옮기려 했지만 바람 소리가 무서워서 돌아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A씨는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렸고, 남편이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초기만 해도 B씨가 홀로 아이를 키우다 "전남편과의 아이라 보기싫다"는 이유로 3세 아이를 빈집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하지만 사건발생 한달 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유전자 검사에서 외할머니 A씨가 사실은 숨진 아이의 '친모'였고 엄마 B씨는 '언니'로 밝혀졌다. 

중요한 것은 B씨도 분명히 임신했고 출산을 했다. 그럼 B씨가 낳은 아이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단순 아동학대 사건인 줄만 알았던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미궁에 빠지고 있다.


◇"아이 바꿔치기"vs"출산 사실없다"

경찰은 A씨가 B씨의 출산 3~4일 전에 먼저 아이를 낳은 뒤 두 신생아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정 근거는 '혈액형'과 '끊어진 발찌'였다.

B씨가 낳은 아이는 병원기록상 A형이었다. 하지만 앞서 국과수는 B씨 혈액형이 BB형, B씨 전남편은  AB형이기 때문에 병원기록상 A형 신생아가 태어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혈액형 검사는 아이가 태어난지 48시간 이후 이뤄지는데 경찰은 이 이틀새 아이가 바뀌었다고 본 것이다. 

이어 B씨의 휴대폰에서 발견된 한 장의 사진. 그 사진 속에는 아이의 발목에 있어야 할 발찌가 아이의 머리맡에 놓여있다. 산부인과에서는 신생아에게 인적사항이 담긴 발찌를 부착하는데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발찌를 분리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혈액형도 발찌도 의문이 남는다. 신생아의 경우 항원력이 약해 혈액형 검사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숨진 아이가 A형이였는지도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발찌에 대해서도 가족들은 출산을 기념하기 위해 발찌를 머리맡에 두고 찍은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임신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A씨 남편도 "아내가 임신했는데 자신이 어떻게 모를 수 있겠냐"며 펄쩍 뛰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A씨가 두 딸을 제왕절개로 출산했기 때문에 3년전 세번째 아기를 낳았다고 하더라도 자연분만이 어렵다"고 보도하자, 가족들은 "제왕절개로 낳았다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바꿔치기했다면 사라진 아이는 어디로?

이번 사건을 푸는 열쇠는 A씨의 임신·출산 사실을 입증하고, 숨진 아이의 친부를 찾는 것 그리고 사라진 아이를 찾는 것에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숨진 아이의 친모가 A씨라는 것을 가리키는 유전자 검사뿐이다. 99.999% 신뢰성을 인정받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무려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유전자 검사에서 '친모는 A씨'라고 지목하고 있다. 이어 대검 검사에서도 A씨가 친모로 밝혀지면서 오차 확률은 '0'이 됐다.

또 경찰은 A씨가 '셀프 출산'과 '출산 준비' 등을 검색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A씨 가족들은 생산직이라 개인PC가 없고, 휴대폰도 최근 교체해 경찰이 어디서 그런 내용을 확인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찰은 A씨 가족들의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산부인과 170여곳을 압수수색했지만 A씨의 산부인과 진료기록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법조계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미제사건'으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는 A씨가 아이를 빼돌렸다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 이에 경찰은 '사라진 아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 A씨의 주변 지인의 제보나 사소한 정황까지 놓칠 수 없는 형편이다.

현행법상 경찰 송치 후 20일 이내에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기한이 4월 5일까지다. 결국 검찰은 A씨에 대해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유기 미수혐의로 기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성년자 약취 혐의는 사라진 여아를 대상으로, 사체유기 미수는 숨진 여아를 대상으로 한 범죄행위다.

A씨가 사라진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진짜 출산을 한 것일까? 사건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점점 엉키고 있다. 경찰은 검찰 송치 후에도 아이찾기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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