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중금속 범벅' 제강슬래그 13만톤 반입..."침출수에 붕어넣자 10분만에 죽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7-29 12: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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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가 도로포장에 세아베스틸 슬래그 반입
제강슬래그에서 나온 백탁수 심각한 환경오염
군산시민행동 "제강슬래그 즉각 걷어내라" 촉구
▲세아베스틸에 쌓여 있던 제강슬래그(좌)를 새만금에 반입하는 모습 (사진=최병성)


미꾸라지와 붕어가 10분만에 죽어버릴만큼 중금속 성분이 가득한 제강슬래그가 새만금에 13만톤이 넘게 반입됐다. 이 제강슬래그는 군산시가 '새만금 육상태양광 2구역 사업부지내 차량 진·출입로 도로공사'를 위해 지난 4월 29일부터 세아베스틸로부터 무상으로 공급받기 시작한 것이다.

29일 바다지키기 군산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폭로하며 "군산시와 세아베스틸은 제강슬래그가 친환경 제품으로 중금속이 없다며 현재도 계속 슬래그를 새만금에 반입하는 무모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반입된 제강슬래그를 즉각 걷어내라"고 강력 촉구했다.

군산시민행동은 "제강슬래그에 유해물질이 가득함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기정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추고 친환경 제품으로 둔갑시킨 군산시와 세아베스틸 그리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새만금개발청과 전라북도와 전북환경관리청은 그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제강슬래그 분석했더니 '유해물질 범벅'

세아베스틸은 특수강을 만드는 곳이다. 특수강은 제조과정에서 망간과 크롬, 바나듐, 몰리브덴 등의 유해물질이 첨가되고, 여기서 나오는 찌꺼기가 슬래그다. 세아베스틸이 지난 2018년 공개한 '화학물질배출량·이동량'에 따르면, 세아베스틸이 대기와 폐수에 배출하는 유해화학물질은 망간, 알루미늄, 황, 크롬, 바나듐, 니켈, 코발트 등이라고 돼 있다.

특수강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찌꺼기인 슬래그에서도 망간, 크롬, 니켈, 등의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군산시민행동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6월 15일 합동조사에서 새만금에 반입된 제강슬래그를 채취해 분석을 의뢰한 결과, 한국세라믹기술원에서는 망간(Mn) 6만3200ppm과 4만6700ppm 크롬(Cr) 8700ppm과 7900ppm이 검출됐다. 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는 망간 4만9500ppm, 3만8900ppm, 크롬 8110ppm, 2870ppm이 검출됐다.

망간(Mn)은 파킨슨증후군, 태아 및 생식능력에 손상을 유발하며 호흡 순환기계 이상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다. 특히 뇌손상을 가져오며, 근육의 경직, 운동 장해, 만성 간질환 등을 유발한다. 바나듐(V)은 독성물질로, 세아베스틸 제강슬래그에서 600~700ppm나 검출됐다. 계속 흡입하면 폐렴과 신장 장해뿐 아니라 유산 및 태아기형 등이 발생한다. 제강슬래그에는 2만2200ppm의 알류미늄이 함유된 것으로 나오는데, 알루미늄은 수용성이어서 물을 통해 배출될 경우에 수생생물에 독성이 된다.

'제강슬래그 잔골재 사용 모르타르의 역학적 특성에 대한 고찰'에 따르면, 제강슬래그에는 크롬(Cr) 0.21%(2100ppm), 망간(Mn) 4.40%(4만4000ppm), 바나듐(V) 0.61%(6100) 등이 함유돼 있다. 이는 세아베스틸의 제강슬래그 유해성분과 거의 유사하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세아베스틸 분석 항목에 빠진 산화알루미늄 2.22%(2만2200ppm)뿐 아니라 급성 독성이 아주 강한 탈륨(Ti) 1.22% 등도 함유돼 있다. 탈륨(Ti)은 합금에 사용되는 물질로, 위장출혈과 구토, 설사, 환각, 경련, 수족의 덜림, 시각과 청각 장해 등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다. 

▲세아베스틸 제강슬래그 함량분석 결과


◇ 물고기 10분만에 죽는 백탁수 발생

군산시민행동은 "세아베스틸은 슬래그에 다량의 중금속과 유해물질들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감추고 중금속 몇 가지 용출검사 자료로 안전하다고 전북도민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군산시는 세아베스틸 야적장과 새만금육상태양광 2구역의 도로 기층재로 사용된 제강슬래그를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결과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새만금 반입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이에 군산시민행동은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의 시험결과는 수은, 카드뮴, 비소 등 8가지 중금속을 폐기물공정시험법으로 용출검사를 한 것"이라며 "이 항목들은 앞서 중금속 함량검사에서 보듯 대부분 불검출된 것들"이라고 밝혔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제강슬래그가 물과 접촉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제강슬래그를 퍼부은 새만금 현장에선 하얀 백탁수가 발생하고 있다. 백탁수가 발생하는 이유는 제철 과정에 석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제강슬래그에는 산화칼슘(Cao)이 무려 40.30%이 함유돼 있는데 이 산화칼슘이 물을 만나면 강알칼리가 되어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군산시민행동 회원들이 지난 7월20일 세아베스틸의 제강슬래그에서 발생한 백탁수에 미꾸라지와 붕어를 넣자 10여분만에 모두 껍질이 하얗게 벗겨지며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새만금에 반입된 제강슬래그에서 발생한 백탁수에 붕어와 미꾸라지를 넣자 10분만에 껍질이 벗겨지며 죽었다. 

비슷한 경우가 지난 2009년 경기도 시화호에서 발생했다. 당시 철새 1000마리가 떼죽음 당했다. 이는 수자원공사가 시화호 갯벌 위에 멀티테크노단지를 건설하는 과정에 매립토로 폐콘크리트를 잘게 부순 순환골재를 사용하면서 강알칼리 침출수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시화호에서 미꾸라지와 숭어 등의 실험에서 세아베스틸 제강슬래그처럼 물고기 껍질이 줄줄 벗겨지며 10여분 만에 모두 죽어갔다. 이 사건으로 환경부는 물이 있는 곳에 순환골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군산시민행동은 "새만금은 그동안 수질개선을 위해 4조원 넘게 투입했지만 여전히 녹색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질개선을 위해 그렇게 혈세를 퍼부었는데 수질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제강슬래그를 반입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환경부는 '저지대와 연약지반'에 제강슬래그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시·도지사가 별도로 인정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해놨지만 시공사가 당초 승인된 재생골재 대신 재강슬래그로 임의변경했다는 것이다. 군산시민행동은 "이는 엄연히 승인사항 위반인데 아무런 조치도 없이 재반입을 승인해준 경위를 파악해 관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군산시민행동은 "공유수면 점 사용조건에 의해 20년 후에는 제강슬래그를 전량 반출시키고 원상복구하게 돼 있다"면서 "20년뒤 제강슬래그을 반출하면서 들어가는 막대한 폐기물 처리비용을 군산시민 혈세로 처리할 수 없으니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산시민행동은 "군산시와 세아베스틸은 전북도민에게 사과하고 새만금 태양광단지에 반입된 제강슬래그를 모두 걷어내고 관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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