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뉴엘리트 시대'...학력보다 '학습력'이 중요하다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1-10-04 13: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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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학력 중심 올드엘리트 시대는 저물고
4C 역량 갖춘 뉴엘리트가 미래 주도할 것
▲ 10월 3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에서 2022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캠퍼스를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능이 코앞에 다가왔다. 대학 진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 시험을 앞두고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초긴장이다. 관련 기관들도 안전과 시험 관리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학생들의 수학능력(修學能力)을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측정할 수 없지만 여전히 수능 고사는 공적으로 인증되는 객관적 지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수능이 언제까지 존속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아무리 교육정책이 크게 바뀌어도 상당히 오랫동안 수능제도가 지속되리라 예상한다. 그 이유는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 때문이다. 대학에 자율성을 주거나 다양한 입시의 통로를 만들면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국민들 대다수는 판단한다. 서구의 사립대학교들처럼 대학의 자율에 입시를 맡겨버린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 기울어지고 온갖 편법과 부정이 판을 치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학벌과 학력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던 학력사회는 이미 종언을 고했다는 점이다. 트렌드 연구자들과 미래학자들은 '학력사회'에서 '학습력사회'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명문대학과 특정 전공의 엘리트들이 사회의 주류를 차지해온 그간의 흐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명문대 '학력'이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고 한 직장에 헌신하면 평생이 보장되는 종신고용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지식정보 사회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지니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신속하게 익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학습력이 보다 중요하게 되었다고 한다.

화제의 저서 <뉴엘리트>의 저자 엘표트르 펠릭스 그지바치는 이제 '올드(old) 엘리트 시대는 저물고 뉴(new) 엘리트 시대가 도래했다'고 역설한다. 전통적인 농경사회나 상품 생산과 소비로 연결된 고전적 시장 사회에서 세상의 모든 사람이 결합되는 초연결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올드엘리트의 가치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 좋은 대학을 나와야 성공한다 △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이 되면 인생이 탄탄대로가 된다 △ 팀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 △ 고급 승용차와 명품 시계가 나의 성공을 증명해준다 △ 주어진 미션과 계획을 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성실함이다 △ 규칙을 잘 따른다 △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올드엘리트 마인드가 우리 사회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대조적으로 뉴엘리트적 사고를 하는 이들은 전혀 다른 가치와 행동 패턴을 지닌다. △ 자녀가 14세에 창업한다면 지지해준다 △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 자신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위해 헌신한다 △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 △ 항상 새로운 배움으로 자신을 성장시킨다 △ 기존의 룰(rule)을 따르기보다 새로운 흐름을 창조하고 새로운 원칙을 만든다 △ 다양한 커뮤니티에 참여한다. 이런 뉴엘리트의 특징은 학습력, 창조성, 변화 적응력, 이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학벌중심 사회이다. 엘리트 중심주의가 여전히 판을 친다. 이는 이미 닥쳐온 변화의 흐름을 냉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징후가 아닐 수 없다. 기저에서 일어나고 있는 도도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낡은 과거의 습속과 관성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초래될 노동과 직업과 산업 영역에서 일어날 변화는 실로 가공스럽다. 대기업 사원이 되거나 고위공무원 혹은 법조인 대열에 올라섰다고 해서, 이제 그것이 10년 후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30년 이내에 대부분의 전문직종이 사라지거나 비전문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자신이 좋은 학력의 엘리트 코스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서 장래가 죄다 막혀버렸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한 영역에서든 창조성과 전문성을 지니고, 또 새로운 것을 학습해내는 역량이 있다면 자신의 삶을 얼마든지 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을 4C로 표현한다; 창의력(Creativity), 의사소통(Communication),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업(Collaboration). 이 4가지 역량과 감각을 지닌 융합적 인재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열어가고 사회를 선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교육현장에서의 변화가 크게 일어나고 있고, 창의적인 수업방식과 학교공동체 만들기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입시는 절대적인 전능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이전부터 공부 기계가 될 것을 강요받게 되고, 중학생만 되면 입시 공부의 트랙 위에서 전력 질주해야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최대의 종교는 대학교다. 학력은 마치 신처럼 숭배된다. 이 터무니없는 질서와 신화는 가히 불가항력적이어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을 마구 몰고 간다. 하지만 그 신화가 근저에서부터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학습력 사회가 도래했다. 학력은 더 이상 취업이나 산업현장에서 보증수표가 되지 못한다. 지혜로운 교사와 부모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사회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다른 사람과 능동적으로 소통하고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하고 안내할 것이다. 비단 학생들만이 아니다. 성인들도 학습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기민하게 습득하고 자신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특히 도래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타인과 공익을 위해 헌신하고 이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더 잘 생존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와 윤리적 덕목조차 함께 학습해야 한다. 학습력 사회, 우리의 삶의 태도와 공부의 방향을 안내하는 소중한 키워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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