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주' 낙인찍힌 방산업계...러시아 전쟁으로 ESG 문턱 '기웃'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3-07 15:01:09
  • -
  • +
  • 인쇄
방산 보이콧 하더니...EU "안보없이 지속가능성 없다"
스웨덴 SEB 입장선회...일부 펀드 방위산업 투자 허용


폭탄, 총기, 전투기 등을 제조하며 각종 환경·인권문제를 불러일으킨 탓에 '죄악주'로 낙인찍혔던 방산업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기업' 문턱에 발을 들였다.

나탈리 야레스코(Natalie Jaresko) 우크라이나 재무부 장관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세계 경제계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무의 일환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며 "법률과 국제인권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강력한 민주주의 방위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모든 사업들의 수익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없이는 지속가능성도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방산업계의 저조한 ESG 성과를 이유로 돈줄을 조이던 자산운용사들이 방침을 달리하는 눈치다. 지난해 7월 유럽연합(EU)은 녹색산업 분류체계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논의를 '소셜 택소노미'(Social Taxonomy) 논의로 확장시키면서 방산업계를 담배·도박 등을 다루는 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죄악주'로 분류했다.

이 때문에 투자금이 회수되면서 방산업체들은 자금조달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일례로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 KLP는 핵무장과 연관이 있는 영국 방산업체 밥콕과 롤스로이스 등에 대한 1억4700만달러(약 18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EU 투자자들의 63.6%가 '논란이 많은 무기'를 투자대상으로부터 제외시켰고, 45.7%는 '모든 무기'를 제외시켰다. 담배회사의 투자금 회수 비율은 49.1%였다.

하지만 지난 2일 스웨덴 금융그룹 SEB는 방산업체를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2021년 입장을 철회했다. SEB는 이날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가 민주주의, 자유, 지역안정, 인권을 지키는 데 있어 핵심으로 보고 있다"며 자사가 운용하는 일부 펀드의 방위산업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투자가 허용된 펀드상품이 SEB가 운용하는 100여개 펀드 가운데 6개에 불과하다며 투자자들의 방침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그간 금융지원대상에서 방위산업을 완전히 제외시켜버리겠다는 원칙이 깨져버렸다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 자산부문에서 2번째로 큰 지주회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서 "ESG 투자자들이 방산업체를 소외시키면서 자금난이 점증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지속가능투자는 자유 없이 불가능하다'는 인식 하에 관련 펀드 운용사들이 조리개 구멍을 넓혀 방위산업에 대한 의미를 재정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금융 서비스 기업 씨티그룹의 분석가 찰스 아미티지(Charles Armitage)와 새뮤얼 버지스(Samuel Burgess)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고, 국제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제어력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무기제조업체들이 ESG 분류체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FT는 "ESG 투자자들이 방산업체를 거부하던 과거와 화해하지 않으면 2022년 주식시장의 기회 가운데 하나를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현대이지웰, 글로벌ESG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 인증획득

현대이지웰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을 인증하는 '브론즈' 메달을 받았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기후/환경

+

규제에 꽉 막혔던 '영농형 태양광' 숨통 트이나

인구소멸과 에너지전환 해법으로 제시됐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혔던 영농형 태양광이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영

방글라데시, 폭염에 年 17억달러 손실…"국제 재정지원 시급"

방글라데시가 폭염으로 연간 17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세계은행(World Bank)이 16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북극 '오존 파괴의 비밀' 풀었다...얼음 속 '브롬 가스'가 단서

얼음이 얼 때 발생하는 브롬가스가 북극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밝혀졌다.극지연구소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

'가뭄에 단비' 내리는 강릉...저수율 16.7%로 상승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최악의 사태는 피해간 강릉에 또 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일 오전 6시 기준 16.7%로 전일보다 0.1%포인트(p) 높아졌다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