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삼풍백화점과 인천대교의 교훈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2-09-23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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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부실하고 불법·편법 반복되면 결국 붕괴
타인들과 성과를 향유할 수 있는 활동 숭고해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10분경. 퇴근길에 나는 당시 삼풍백화점 모서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교대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잠시 머물러 한숨을 돌리며 책을 펼쳤다. 더운 날씨였다. 무심코 화단을 보았는데 화단 콘크리트 경계석이 바닥에서 10cm 정도 벌어져 있었다. '이런 고급 백화점이 화단 관리를 형편없이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교대역에 가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 내리자마자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는 긴급속보가 들렸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5시55분, 핑크빛으로 빛나던 삼풍백화점이 와르르 무너졌다. 사망 502명, 부상 940명, 실종 6명의 초대형 참사였다. 온국민이 놀라고 애태우고 슬퍼했다. 국가적 재난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치스러운 사건이 됐다. 삼풍백화점이 왜 무너졌나? 부실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붕괴 조짐을 알면서도 매출이 아까워 이를 숨기는데 급급했다. 공법도 부실했을 뿐 아니라 불법 개조도 일삼았다. 특히 건물 옥상에 에어컨과 저수탱크를 과도하게 밀집시켜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무너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부실공사는 필연적으로 붕괴로 이어진다. 불법이 누적되면 파괴적 참사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 피해는 무죄한 사람들이 그대로 당하게 된다.

우리 삶의 기초와 공법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내 삶'의 집은 얼마나 견고한 기초 위에 세워져 있으며 정의와 사랑이라는 기둥으로 잘 떠받치고 있을까? 불법과 편법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손해다. 언젠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되돌릴 수 없는 추락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경영학이나 조직관리 이론에서는 이러한 사례들과 공통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불법과 편법을 제거하는 것이 든든한 조직을 세우는 초석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업들이 윤리경영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하고, 지배구조의 혁신을 비롯한 ESG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비영리단체나 시민단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비독점적인 지배구조와 열린 리더십, 그리고 정직하고 투명한 재정관리가 필수적이다.

몇 년 전 신년 첫날, 어느 노부부를 모시고 인천대교를 거쳐 영종도를 갔다. 인천대교는 길이 12.4km, 왕복 5차선의 바다 위에 펼쳐진 고속도로다.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이고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긴 다리다. 인천대교는 바다 위에 세워져 있다. 삼풍백화점 100개보다 더 큰 공사다. 대형버스, 수천 수만 대 차량이 동시에 올라서도 흔들림이 없다. 기초가 든든하고 견고하게 지어졌기 때문이다. 바다 위에 기초를 올릴 순 없으므로 바닷속 암반에 대형 파일을 630개나 박아넣었다.

그리고 바람의 저항을 완화시키기 위해 다리를 곡선형으로 만들었다. 지진도 견디도록 내진설계를 했고 중앙에 높이 238m의 사장교 주탑을 만들어 긴 철근으로 다리들을 이어 다리를 보다 견고하게 했다. 인천대교가 그렇게 든든히 만들어진 것은 단지 토목기술이 발달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의 대형 참사를 교훈 삼아 '안전'이라는 가치를 보다 소중히 여기게 됐고, 우리 사회의 안전진단 기준이 높아지고 감리를 보다 철저히 했기 때문이다.

사촌동생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거주할 때 흑해 주변의 한 도시를 방문했다. 도시가 푸르고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한다. 모든 도로의 너비가 50~100m에 이르렀고 10차선이 넘는 자동차 도로들뿐이었다. 길가에는 높이 50m가 넘는 아름드리 가로수가 정연하게 푸른 에너지를 뿜어내며 서있었다. 사촌은 도시 전체가 숲으로 이뤄진 거대한 공원같았다고 했다. 놀라운 것은 그 도시를 설계하고 건설한 것은 자동차가 보급되기 이전이라는 것이다. 당시 그 도시의 시장이 도로를 넓게 만들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때는 마차를 타던 시대였다. 한 세기 이전에 수십 대의 마차가 동시에 달리는 넓은 도로를 계획한 것이다. 먼저 푸른 숲의 도시를 꿈꾸며 작은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100년 후를 바라보며 심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도시는 푸른 숲의 전원도시가 됐고, 자동차가 급증해도 도로나 공간이 훼손되지 않고 그 푸름과 정취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며 전진할까? 온통 개발과 투자와 단기적인 급성장에 혈안이 돼 있다. 여러 정책들이나 도시개발이 먼 미래를 내다보기보다 당장의 정치적 이익과 단기적 과시 효과에 집중돼 있다. 정부와 정당만이 아니다. 개인이나 단체,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로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심고 직접 수확해 그 성과를 누릴 수 있는 농사만 지으려 한다. 내가 뿌리는 씨앗이 꽃을 피워 다른 사람이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심는 종자가 열매를 맺어 다른 사람이 수확하고 잔치를 하면 좋은 일이 아닌가? 우리의 시선이 너무 협애하고 시야는 짧다.

굳이 100년 후까지 바라볼 필요도 없다. 3년 후 혹은 10년 후를 생각하는 마음만 가져도 거룩하다. 나의 작은 노동과 수고가 언젠가 그 누군가에게 혹은 내가 일하는 단체나 공동체를 견고하는 초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나의 일과 활동의 열매를 나와 내 자식들만 따먹기를 바라는 속 좁은 가족주의가 온 사회에 팽배하다. 그런 마음이 모여 강남이라는 배타적 특권공간을 형성했고 엘리트 부패 공화국을 건설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단지 차별과 억압과 갈취가 없다는 것 이상일 것이다. 지금 우리의 몫을 나누어 몫이 없는 자들과 함께 누리는 것을 포함한다. 아울러 지금 나의 활동과 사회적 노동의 성과를 향유하는 주체가 우리의 다음 세대임을 기억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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