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왔는데…7억짜리 기상관측차량 '주차중'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0-01 08:35:02
  • -
  • +
  • 인쇄
年 282일 방치했다가 단 3일만 가동
드라마촬영 등 행사차량으로 전락해
▲기상관측차량 외부 모습 (사진=기상청)


7억원 가까이 들여 구비한 기상청 기상관측차량이 올 9월 상륙한 태풍 힌남노 때에도 '주차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건영 위원(더불어민주당·서울 구로을)이 최근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기상청 기상관측차량 운영 배치 기록'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 2대의 관측차량이 추가적으로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전국 기상관측차량 4대의 평균 운영률은 22.6%에 불과했다. 1년에 282일동안 아무 역할없이 주차장에 방치된 채 세워져 있는 셈이다.

일례로 지난 2021년 9월 태풍 '찬투'가 제주도와 남부 지역에 상륙했을 당시 수도권청과 대전청 소속의 기상관측차량은 운영 기록이 전무하다.

올 9월 상륙한 태풍 '힌남노'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힌남노 상륙 당시 태풍 관련 특별관측을 했던 것은 광주청이 운영 중인 차량 1대에 불과했다. 수도권청, 대전청, 부산청의 해당 기간 차량 운영 내역은 없었다.

올해만 놓고 봤을 때 기상관측차량이 주차장에 방치된 날이 가장 많은 곳은 수도권과 부산청이었다. 지난 15일 기준 수도권청과 부산청의 기상관측차량 운영률은 19.4%로 동일했고, 대전청은 29.5%에 그쳤다. 광주청이 258일 중 113일 해당 차량을 운영해 43.8%의 운영률을 보였다. 4개 청이 운영 중인 차량 4대의 평균 운영률은 겨우 28%에 그쳤다.

문제는 운영률만이 아니다. 차량운영의 세부내용에서도 도입취지가 무색한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020년 최초 도입할 때 기상청이 내세웠던 도입 목적과 완전히 다른 운영 방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기상청이 최초 밝힌 기상관측차량의 필요성은 '위험기상 현장의 입체 관측으로 예·특보 지원을 강화하고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국민안전 확보'에 있었다. 즉 기상재해 조기 감시와 재난 대응을 위해 추진한 사업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 6억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도입된 해당 차량들이 운영된 세부내역은 도입취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위험기상감시, 비교·특별관측 등 기상관측에 활용된 경우는 전체 운영 내역 중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도입 목적 중 하나였던 재난 대응에 활용된 경우도 전체 운영 내역 중 평균 7%에 불과했다. 심지어 수도권청 관할 차량의 경우 2년간 단 3일에 불과해 재난 대응 활용률이 가장 저조했다.

특이한 것은 △제주 드라마 촬영(수도권청, 2021.10.29.~11.02., 총 5일), △대통령 취임 행사 지원(수도권청, 2022.5.2.~5.10., 총 9일) 등에 장기간 활용되거나, △대구쿨산업전 행사 지원(대전청, 2021.7.20.~23., 2022.7.5.~7.8., 총 8일), △어린이과학대공원 행사지원(수도권청, 2022.8.17.~8.21., 총 5일) 등 홍보나 행사 지원에 사용된 경우가 다수 발견된다는 점이다.


▲기상관측차량 운영내역별 분석자료 (자료=윤건영 의원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태풍 등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에서 해당 차량의 별다른 역할을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한편, 기상청은 올해 연말까지 강원청과 대구청에 각각 1대씩 2대의 기상관측차량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2023년에는 제주청, 전주청, 청주청 3곳에 총 3대의 차량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윤 의원은 "국민 세금을 들여 구입한 기상관측차량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며 "2023년까지 투입될 예산이 총 15억3000만원에 달하는 만큼,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한 자체 점검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폐기하고 동결하고...트럼프, 100일간 환경규제 145건 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동안 145건에 달하는 기후·환경 관련 규정을 폐지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묘해지는 3월 기후...제2의 '경북 산불' 발생 가능성 2배 높아졌다

얼마전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이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지만 기후변화로 강수량과 습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고 강풍의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앞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