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매년 3840억달러 투입해야 1.5℃ 억제 가능"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02 12:13:22
  • -
  • +
  • 인쇄
UNEP 보고서…자연기반해법 투자 늘려야
"자연은 기후위기와 전쟁에서 유일한 동맹"


기온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자연기반해법'에 해마다 3840억달러(약 500조원)를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1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오는 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는 '제15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를 앞두고 이같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공공부문 투자가 3~7배가량 높게 나타났다며, 해당 자금의 상당 부분을 '자연기반해법'로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연기반해법'은 이미 훼손된 자연을 생태계 서비스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복원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지난 2008년 세계은행(WB)이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자연적인 빗물순환관리, 도심 녹지공간 조성, 흙에 탄소를 가두는 탄소농업, 해양탄소흡수량을 늘리기 위한 갯벌 정비 사업, 산불위험을 최소화한 조림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자연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자연이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기능하며 저감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54%에 달한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자연손실을 야기하고, 자연손실은 또 다시 기후위기를 부채질한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자연파괴와 기후위기는 함께 해결해야 할 상호 연관된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시각이 강화되고 있다.

일례로 유엔은 2022년부터 향후 10년을 '상처받은 지구치료기간'(UN Decade on Ecosystem Restoration)으로 정해 대한민국 면적의 약 35배에 달하는 면적을 생태적으로 복원하여 13~26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주요 7개국(G7)도 2030년까지 전세계 토양과 해양의 30%를 복원하기로 공약한 바 있다. 지난 11월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의 최종합의안에 자연기반해법이 최초로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UNEP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기반해법을 위한 자금 투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UNEP는 인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1.5℃ 목표'를 지키려면 2025년까지 적어도 연간 3840억달러(약 500조원)를 투입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행 투자규모는 절반도 못미치는 1540억달러(약 200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은 글로벌 경제에 가장 어두운 시기가 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전망이 경제의 상당부분이 자연과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GDP를 끌어올리기 위한 단기성과에만 집착한 결과라고 짚었다. 다만 UNEP의 기후금융 부서 책임자 이보 멀더(Ivo Mulder)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0%는 건강하게 기능하는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량을 늘리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민간영역의 투자를 강조했다. 현행 투자규모에서 민간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UNEP는 민간영역이 '넷-제로'와 '네이처 포지티브'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네이처 포지티브는 탄소중립, 넷-제로에 이어 환경 분야의 주요 주제로 대두된 개념이다. 자연의 손실을 멈추고 생물다양성이 증대되는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지구와 사회의 회복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끝으로 보고서는 해양 생태계에 대한 투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양은 지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전체 이산화탄소의 25%를 흡수하며, 전세계 단백질 소비량의 17%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연기반해법 전체 투자액의 9%만이 해양환경 개선에 투입되고 있다.

이날 보고서에 대해 세계자연기금(WWF) 게빈 에드워즈(Gavin Edwards) 글로벌 네이처포지티브 이니셔티브 국장은 "자연은 기후위기와의 전쟁에 있어 유일한 동맹"이라면서 "정책적인 틀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목표가 이행되는 데에는 금융이 핵심적인 실현 요인"이라며 자연기반해법과 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멸종위기종 서식지 '가나 람사르 습지'...의류쓰레기 무더기 매립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아프리카 가나 '람사르 습지'에서 자라(Zara), 에이치앤엠(H&M), 프라이마크(Primark) 등 패스트패션 의류쓰레기들이 대량으로 매

도시의 식물들 생장기간 2주 더 길다...이유는 '인공조명 때문'

도시의 식물들은 밤을 환하게 밝히는 인공조명 때문에 낙엽이 늦게 떨어지는 등 생장시기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우한대학교와 미국 밴더빌

기후재난이 태아의 뇌에 영향..."감정 조절하는 뇌 부위가 비대"

기후재난이 태아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신경심리학 연구팀은 기후재난에 노출됐

북극곰 수은 농도 30배 높아졌다...배출량 줄었는데 왜?

전세계적으로 수은 배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북극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체내 수은 농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덴마크 오르후스대학과 코펜하

'개도국 녹색대출 공공자금으로 매입'...IADB, 기후재원 조달방안 제시

미주개발은행(IADB)이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대출을 공공자금으로 매입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후재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

기후변화에 진드기 번식 증가…"라임병 등 감염 위험 커져"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드기가 적은 미국에서 진드기 개체수와 종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진드기의 확산은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