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핸스, 플라스틱 생산 중단해라"...美소비자단체 소송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2-30 08:55:02
  • -
  • +
  • 인쇄
자연분해 안되는 PFAS 내용물에 침출
케첩·마요네즈·올리브유 등에서 검출


자연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 화합물(PFAS)로 오염된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한 미국 화학기업 인핸스(inhance technologies)가 소비자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고 영국 가이언이 최근 보도했다.

인핸스는 식품이나 청소용품, 개인용품 등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연간 수천 만개 이상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생산하는 플라스틱 용기에 PFAS가 함유돼 있다는 것이 소송을 제기한 미국 소비자단체의 주장이다. 

이번 소송은 인핸스가 생산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소재의 플라스틱 용기에서 PFAS 물질이 케첩이나 마요네즈, 올리브유 등에 침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다.

PFAS는 일반적으로 물, 얼룩, 열에 강한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약 1만2000개의 화합물이다. 이 화학물질들은 자연분해되지 않으며, 암과 신장질환, 간 질환, 면역장애 등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킨다.

올 7월 용기테스트를 진행한 소비자단체는 인핸스가 플라스틱 용기의 성능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불소가스를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프라이팬 코팅제로 많이 쓰이는 과불화옥탄산(PFOA)을 포함한 PFAS가 부산물로 생성된다고 주장했다. PFOA는 열을 가하면 휘발하면서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축적되는 환경오염물질이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EPA 규정에 따르면, 기업은 PFAS 안전성 검토 및 승인을 제출하게끔 돼 있다. 하지만 인핸스는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단체는 인핸스가 플라스틱 용기의 불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PFAS 제조 및 가공을 중단시킬 것을 법원에 요청하고 있다.

소장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와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당국이 2021년초부터 이같은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생산을 규제하지 못했다'며 '이에 연방법원은 인핸스가 EPA 규정에 따라 생산공정을 승인받도록 명령하고, 플라스틱 용기 생산을 중단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패트리샤 반 이(Patricia van Ee) 인핸스 최고영업책임자는 "특정 PFAS가 의도치 않게 매우 낮은 농도로 생산될 가능성을 알게 됐고, 앞으로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개발했다"며 "우리는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PFOA는 극미량도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더 화이트헤드(Heather Whitehead) 미국 노터데임대학 연구원은 "플라스틱 소비재에서 검출된 두 가지 PFAS 화합물을 분석한 결과, EPA가 권고한 수치보다 수백만배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어 "용기에 내용물이 남아있을 때 더 많은 PFAS가 치출된다"면서 육안으로 오염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쉽게 구겨지는 용기보다 튼튼한 플라스틱 용기에서 PFAS가 더 많이 침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노터데임대학 측은 폴리에틸렌(HDPE) 용기만 검사했으며, 추후 페트(PET) 또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소재의 용기도 검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터데임대학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중인 색조화장품, 파운데이션, 눈썹제품 등 수많은 화장품에서 PFAS 성분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EPA는 플라스틱 불소화가 플라스틱 용기를 PFAS로 오염시킬 가능성을 보고했으며 이 과정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인핸스를 소환했다. EPA는 올 3월에 인핸스가 아직 PFAS 오염을 제거하지 않은 경우 생산을 즉시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인핸스는 생산중단을 거부하고 9월까지 응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PA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대중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에 소비자단체는 "이번 소송은 규정을 위반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데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환경건강센터(Center for Environmental Health)와 함께 이번 소송을 제기한 카일라 베넷(Kyla Bennett) 전 EPA 과학자는 "EPA나 FDA 모두 PFAS가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 이것이 얼마나 많은 오염을 초래하는지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당국이 해야 할 일이 비정부기구에 맡겨지는 실태를 비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셀트리온제약 임직원, 청주 미호강서 플로깅 캠페인 진행

셀트리온제약은 28일 충북 청주 미호강에서 플로깅(Plogging) 캠페인 '셀로킹 데이(CELLogging Day)'를 진행했다고 밝혔다.플로깅은 '이삭을 줍다' 뜻의 스웨덴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자사주 없애기 시작한 LG...8개 상장사 "기업가치 높이겠다"

LG그룹 8개 계열사가 자사주 소각, 추가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28일 일제히 발표했다. 이날 LG그룹은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

쿠팡, 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확대 나선다

쿠팡이 중증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을 확대한다.쿠팡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중증장애인 e스포츠 직무모델 개발과 고용 활성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LG전자 신임 CEO에 류재철 사장...가전R&D서 잔뼈 굵은 경영자

LG전자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용퇴하고 신임 CEO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이 선임됐다.LG전자는 2026년 임원인사에서 생활가전 글로벌 1위를 이끈

기후/환경

+

'CCU 메가프로젝트' 보령·포항만 예타 통과...5년간 3806억 투입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탄소포집·활용(CCU) 실증사업 부지 5곳 가운데 2곳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쓰레기 시멘트' 논란 18년만에...정부, 시멘트 안전성 조사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폐기물이 활용됨에 따라, 정부가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멘트 안전성 조사에 착수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환경단체,

해변 미세플라스틱 농도 태풍 후 40배 늘었다...원인은?

폭염이나 홍수같은 기후재난이 미세플라스틱을 더 퍼트리면서 오염을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27일(현지시간) 프랭크 켈리 영국 임페리얼 칼리

잠기고 무너지고...인니 수마트라 홍수와 산사태로 '아비규환'

몬순에 접어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들이 홍수와 산사태로 역대급 피해가 발생했다.28일(현지시간) 가디언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수마트라섬에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주말날씨] 11월 마지막날 '온화'...12월 되면 '기온 뚝'

11월의 마지막 주말 날씨는 비교적 온화하겠다. 일부 지역에는 비나 서리가 내려 새벽 빙판이나 살얼음을 조심해야겠다.오는 29∼30일에는 우리나라에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