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아닌 기구차원 소유 '최초'
유럽연합(EU)이 기후위기로 강도와 빈도를 더해가는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소방비행기를 대거 매입할 계획이다.
26일(현지시간) 야네스 레나르치치 EU 인도적 지원·위기관리 담당 집행위원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남부유럽에서 목도한 상황은 우리가 이미 기후위기에 처해있음을 보여준다"며 "그리스 에비아섬에서 소방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2명의 소방관들의 가족과 동료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리스 공영방송 ERT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2시52분 에비아섬 카리스토스 마을에서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된 소방비행기가 추락했고, 탑승중이던 소방관 2명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현재 그리스는 로도스섬, 코르푸스섬, 에비아섬에 이어 본토까지 번진 산불로 2만여명이 넘게 대피했다. 이에 EU 10개 회원국을 비롯해 이스라엘, 이집트, 튀르키예 등 각국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면서 소방비행기 7대, 차량 100대, 소방관 500명이 파견된 상황이다.
산불로 연기가 치솟으면서 그리스의 7월 탄소배출량은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후위기로 빚어진 산불이 기후위기를 재차 가속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EU는 화재 진압장비를 확충해 대응능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레나르치치 위원은 12대의 소방비행기를 대여가 아닌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2년에도 남부유럽을 덮친 대형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EU가 비축해뒀던 소방비행기 13대가 모두 소방활동을 전개했다. EU는 이미 2300만유로(약 324억원)을 들여 소방비행기 예비비축분을 28대로 늘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게 레나르치치 위원의 설명이다. 대부분 EU 회원국의 자체 소방비행기를 대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레나르치치 위원은 연내 EU 자체소유의 소방비행기 12대를 매입해 2년내 소방활동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고, 피해가 큰 남부유럽 국가들의 소방비행기 추가 12대 계약을 함께 진행해 2030년까지 '공중 소방함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계약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크로아티아,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6개국으로 이들은 스스로 구매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다만 5000리터 물탱크를 갖춘 캐나다 항공기제조사 캐나데어의 단종된 산불 진화용 기체를 다시 제작한다는 점, 단체 구매계약이라는 점으로 볼 때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나르치치 위원은 "매년 유럽에서만 기후연관 피해로 수백억유로의 피해가 발생할 전망"이라며 "이미 벌어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적응정책'을 비롯해 녹색전환은 결코 돈이 적게 드는 일은 아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그 대가는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사실을 각국이 시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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