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력 뛰어난 문어도 온난화에 '속수무책'...시력잃고 부화율도 떨어져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4-11 11:53:02
  • -
  • +
  • 인쇄
수정체·시각색소 단백질 최대 18배 감소
부화율 3분의 2로 줄고 성장하기 전 폐사
▲갓 태어난 새끼문어 (사진=키아즈 후아 박사 인스타그램 갈무리)


온난화로 해수온도가 계속 오를 경우 문어가 눈이 멀게 돼 생존에도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문어 알의 부화율도 떨어져 '바다의 잡초'라고 불릴 정도로 적응능력이 뛰어난 문어도 기후위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키아즈 후아 생명과학박사 연구팀은 현재보다 해수온도가 3℃가량 높은 환경에서 열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문어가 특정 단백질을 생산하는 능력이 저하되면서 시각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지금처럼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22℃ 수준인 여름철 해수온도는 금세기말 25℃까지 오르게 된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바다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가장 적응능력이 뛰어난 개체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문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어미 문어와 부화직전 상태의 문어알을 3부류로 나눠 19℃, 22℃, 25℃ 등의 각기 다른 온도 조건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온도가 오르면 시각과 관련 있는 단백질 생산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와 22℃ 사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19℃와 25℃, 22℃와 25℃를 비교했을 때 단백질 생산량은 각각 최대 18배, 14배 차이가 났다. 감소한 단백질은 수정체의 투명도와 시각적 선명성을 관장하는 단백질, 망막 광수용체의 시각색소를 복원하는 단백질 등 문어의 시각과 관련된 단백질이었다. 문어는 서로 간의 소통이나 포식자 및 먹이 식별 등 뇌로 받아들이는 정보의 70%를 시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시각을 잃게되면 생존에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25℃ 조건에 놓인 어미 문어들은 확연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고, 이들이 낳은 알의 3분의 2가 부화하지 않았다. 적게나마 부화한 새끼 문어들마저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며 성체로 자라나지 못했다. 연구팀은 실험에 쓰인 문어들이 실험실 조건에서 급격한 온도변화를 맞이했기 때문에 금세기말의 실제 조건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온상승이 문어에 해가 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후아 박사는 "지구온난화는 여러 문어 세대들에게 동시다발적인 충격을 가한다"며 "문어와 같은 고도로 적응능력이 뛰어난 생물종도 해양변화에 맞춰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논문은 지난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