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지구]페트병 '경량화' 추세...물리적 재활용에는 오히려 '독'?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7-22 15:03:17
  • -
  • +
  • 인쇄
[연속기획] 음료업계 용기 경량화 품목 확대

한번 생산되면 사라지는데 500년 이상 걸리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 참혹하다. 대기와 토양, 강과 바다. 심지어 남극과 심해에서도 플라스틱 조각들이 발견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 지구를 뒤덮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제적인 플라스틱 규제가 마련되려는 시점을 맞아, 플라스틱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보고 아울러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기업을 연속기획 '플라스틱 지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을 위해 페트(PET)병의 무게를 줄이는 '경량화'가 오히려 재활용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음료업계는 오는 11월 플라스틱 국제협약 규제화를 앞두고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페트병 경량화를 적용하는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22년부터 생수 '아이시스8.0' 200ml와 300ml 페트병 무게를 10.5g에서 9.4g으로 약 10% 줄인데 이어, 13.1g이던 아이시스 500ml 제품의 무게도 다시한번 11.6g으로 줄였다. 첫 출시 당시 22g에서 47.3% 경량화했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오늘의 차'를 비롯해 '레쓰비 그란데' 등 음료수 14종의 페트병 무게도 28g에서 24g으로 약 14% 줄인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생수병을 비롯해 품질과 안정성을 지키는 선에서 경량화된 음료제품군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이미 경량화된 제품의 무게도 더 줄여나갈 수 있도록 계속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HK이노엔도 올 4월에 '헛개수', '새싹보리' 등 음료 제품의 페트 무게를 10% 줄였고, 동아오츠카도 페트병 경량화를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지난 3월 창립 45주년을 맞아 페트병 경량화를 선언한 바 있다"면서 "연내 페트용기를 경량화시킨 음료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페트병 경량화는 10년전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돼왔다. 2013년 11월 환경부는 삼다수, 풀무원, 롯데칠성, 하이트진로, 동원F&B 등 6개 주요 생수업체들과 플라스틱 사용량을 30% 줄이기 위한 '생수병 경량화 실천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연간 7030톤을 줄이겠다는 목표였다. 

이후 관련 음료업체들은 페트병 경량화를 꾸준히 추진해왔고, 현재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경량화 품목을 더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시행되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하지만 페트병을 지나치게 경량화하면 물리적 재활용을 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잘게 파쇄시킨 페트병을 물에 담가 '비중선별'을 하는 과정에서 페트가 너무 가벼우면 물에 가라앉지 않고 뜨기 때문에 이물질로 간주돼 버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김포의 페트병 재활용업체 씨케이의 권두영 대표는 "최근 페트병들이 경량화 추세로 점차 얇아지고 있는데, 페트병이 얇아질수록 재활용 처리과정에서 다른 재질과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너무 가벼워서 물에 떠오른 페트 조각들은 다른 재질과 함께 걸러지게 돼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된다"고 말했다. 재활용되어야 할 페트가 폐기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양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같은 우려가 있지만 음료업계는 경량화가 본질적으로 플라스틱 저감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라벨을 없애는 방식으로도 경량화를 하기 때문에 재활용 과정을 이물질을 걸려내는 과정을 줄일 수 있다"면서 "롯데칠성음료는 2010년부터 페트병 경량화를 추진한 결과 지난 2023년 플라스틱 사용량이 2010년과 비교해 8565톤 줄었다"고 밝혔다.

환경부도 경량화가 재활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재활용 용이성 등급평가'에 경량화지수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경량화가 페트병 재활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하지만 손실률이 유의미한 비중이 아니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원천적으로 저감하는 '경량화'를 활성화하는 방침에 반대하는 재활용업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음료업체들에게 페트병 경량화를 권고하는 정책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만 경량화로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인다고 해도 플라스틱 오염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재활용 시장도 활성화할 필요성가 있다"며 "현재 재생원료 투입비중을 3%에서 10%로 늘리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철강·시멘트 공장에 AI 투입했더니…탄소배출 줄고 비용도 감소

산업 현장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운영 최적화가 탄소감축과 비용절감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5일(현지시간) ESG 전문매체 ESG뉴스에 따

KGC인삼공사 부여공장 사회봉사단 '국무총리표창' 수상

KGC인삼공사 부여공장 사회봉사단이 지난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 15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고 5일 밝혔다.KGC인삼

美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EPR 제도' 확산되나?

미국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이 2026년을 전후로 큰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2일(현지시간) 글로벌 원자재·에너지 전문매체 아

[최남수의 ESG풍향계] 'S' 관리소홀로 위기 맞는 기업들

최근들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나 중대재해 같은 안전사고로 위기를 맞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쿠팡, SK텔레콤, KT, 포스코 등 기업들이 그 주인

[신간] 우리 시대 유행어 'ESG' 그 본질과 운명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2기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저자는 반지속가능 정책만 골라서 극단적 보수 우파로 치닫는 트럼프가 임기 시작 후

정상혁 신한은행장 "미래 경쟁력 키운다…탁월한 실행이 관건"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금융 본연의 역할을 재확인하며 미래 경쟁력을 위한 혁신과 고객 신뢰 회복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신한은

기후/환경

+

철강·시멘트 공장에 AI 투입했더니…탄소배출 줄고 비용도 감소

산업 현장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운영 최적화가 탄소감축과 비용절감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5일(현지시간) ESG 전문매체 ESG뉴스에 따

한반도 '2025년' 역대 두 번째로 더웠다...여름기온은 1위

'2025년' 연평균 기온이 역대 두번째로 높았다. 역대 가장 더웠던 해는 2024년, 세번째 더웠던 해는 2023년으로 최근 3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 1∼3위를 나

'미세플라스틱' 뒤범벅된 바다...탄소흡수 능력 떨어진다

바닷물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면 해양생태계를 넘어 이산화탄소 흡수능력까지 약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5일(현지시간) 과학미디어 사이멕스(S

현대차, 작년 국내 보조금 감소에도 전기차 판매 34.8% '껑충'

현대자동차그룹이 2025년 보조금이 10%가량 감소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전년대비 34.8% 늘어난 11만5000여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작년 신규등록 차량 96%가 '전기차'...노르웨이의 비결은?

지난해 노르웨이에 등록된 신차 가운데 전기자동차가 95.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도로교통정보위원회(OFV)에 따르면 지난

'전기먹는 하마' AI 데이터센터...'기후대응' 새 걸림돌로 작용

'전기먹는 하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후대응의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