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지구] 기업들이 '화학적 재활용'에 올인하는 3가지 이유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1-02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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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6편] 환경규제 '돌파구' 화학적 재활용
과도한 에너지 소모량...재생에너지 전환 따라야
한번 생산되면 사라지는데 500년 이상 걸리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 참혹하다. 대기와 토양, 강과 바다. 심지어 남극과 심해에서도 플라스틱 조각들이 발견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 지구를 뒤덮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제적인 플라스틱 규제가 마련되려는 시점을 맞아, 플라스틱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보고 아울러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기업을 연속기획 '플라스틱 지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근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현재 60조원인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규모가 2050년에 이르면 6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해 전세계가 나서고 있어, 상대적으로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은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리적 재활용은 사용 후 배출된 플라스틱을 세척하고 분쇄해서 만든 알갱이(펠릿)로 다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것이고,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다시 원료 상태로 되돌리거나 연료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물리적 재활용은 투입되는 비용이나 에너지 그리고 탄소배출량이 화학적 재활용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7년 이내에 시장규모가 1290만톤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의 시장규모는 410만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수조원을 투입하며 '화학적 재활용' 공장을 앞다퉈 짓는 이유로 '원료수급의 용이성'과 '범용성' '고부가가치' 3가지를 꼽았다.

◇유색용기, 과자봉지, 노끈까지···'원료수급이 쉽다'

화학업계 관계자들은 화학적 재활용이 기본적으로 원료를 확보하기 쉽다는 게 강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색깔이 있거나 이물질이 묻어있고, 선별하기 어려운  비닐 등은 물리적 재활용을 할 수도 없다"면서 "하지만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원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료화도 어려운 폐플라스틱은 열을 가해 유분으로 만들어 난방용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21년 기준 환경부의 'EPR대상 포장재 발생량 및 재활용량 통계'를 보면 플라스틱 포장재 출고수입량은 113만9469톤으로, 이 가운데 물리적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는 '무색단일 페트(PET)병'은 30만4699톤이다. 이 가운데 지난 9월 기준 실제 페트병에 다시 투입된 재생페트는 0.4% 수준인 1200톤에 불과했다. 아직 수거체계 미비, 수요 저조 등의 이유로 대부분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소각·매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도 EPR대상 포장재 발생량 및 재활용량(단위: 톤) (자료=환경부)


반면 선별·수거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화학적 재활용은 재자원화률이 높다. 일례로 롯데케미칼은 페트(PET)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해중합'에 방점을 찍고 2024년 11만톤 규모 생산설비 구축을 목표로 울산2공장 짓고 있다. 2030년에는 화학적 재활용 PET 생산량을 34만톤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나 폐비닐, 노끈 등은 '열분해유'로 만들어 기초 유분을 확보해놓고, 재생원료를 적용한 친환경 제품을 100만톤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 '범용성'과 '고부가가치'가 높다

이렇게 만들어진 열분해유는 원유와 희석해 휘발유·등유·경유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의 기초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범용성이 높다. 최근 저탄소 인증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활용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에 따르면 폴리에틸렌(PE) 1톤 생산할 때 원유로 신재를 만들면 이산화탄소가 1894kg 발생하지만, 열분해유를 활용하면 그대로 매립·소각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매립·소각을 막아 이산화탄소가 되레 447kg이 저감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저탄소 소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SK지오센트릭은 앞서 지난 2021년 화학적 재활용을 통한 재생 나프타로 국제 저탄소 공인인증인 ISCC(International Sustainability & Carbon Certification) PLUS를 획득했다. 이를 기반으로 SK지오센트릭은 지난달 26일 연매출 19조원 규모 글로벌 포장재 기업 암코(Amcor)와 열분해유 원료로 제작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공급협약을 체결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아직 공장이 건설중이라 화학적 재활용 제품들이 상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폐플라스틱을 자원화하는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는 확신 하에 대비해서 투자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저탄소 친환경 소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원유로 만든 신재 플라스틱에 비해 재활용 플라스틱 시제품의 가격은 1.5~2.7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자칫 '배보다 배꼽'···재생에너지 뒷받침돼야

이처럼 화학적 재활용은 원유를 지속적으로 배제하면서 고부가가치 소재로의 전환을 통해 최근 석유화학업계가 직면한 고유가·공급과잉·수요위축의 '3중고'를 타개할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에너지 소모량이 지나치게 높아 탄소중립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열분해 방식으로 PE 1톤 생산시 이산화탄소가 447kg 저감된다는 바스프의 분석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소각을 방지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열분해 공정에서만 이산화탄소가 3348kg이 발생하고, 공정 부산물을 열회수하는 데서 2261kg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원유 기반 신재 생산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1894kg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편이다.

또 화학적 재활용도 깨끗한 선별·수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물질에 의해 수율이 낮아진다. 이물질이 많은 폐플라스틱으로 공정에 투입하면 품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전력 소모량은 많아진다는 뜻이다. 화학적 재활용 공장을 짓고 있는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LG화학 등 국내 대부분의 석유화학업체들은 재생에너지 전환 비중이 0.01%에 그치고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자칫 '배보다 배꼽'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최소 2년 뒤 상업규모로 플랜트가 구축돼 돌아가기 시작해야 실질적인 탄소배출 생애주기 평가(LCA)가 가능할 것"이라며 "업계 차원에서 충분히 문제를 인지하고 탄소배출 줄이기 위한 연료효율화와 공정효율화를 하고 있지만, 전력망 개편까지 신경쓰기에는 기업 차원에선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지난달 24일 '무탄소(CF)연합' 출범에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회성 CF연합 회장(前 IPCC 의장)은 "IPCC에서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부문을 하나로 묶어 '온실가스 난감축산업'(hard-to-abate sectors)으로 지칭하는데, 국제교역이 가장 왕성한 부문으로 이윤폭이 매우 적어 선점 우위를 위해 저탄소 이니셔티브를 실행에 옮기기 가장 어려운 산업군"이라고 짚었다.

이회성 회장은 이어 "이는 모두 한국의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 기간산업이고, 앞으로는 여기서 탈탄소를 먼저 이룩하는 국가에서 중화학 부문을 장악할 것"이라며 "온실가스 난감축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나서 특정기술에 대한 배제없이 연구개발(R&D)을 통한 탄소중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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